◇ 물은 물이로다.
물은 물이로다.
“서로 상대를 인정해야 하고 그 차별을 인정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화和는 있을 수 없다. 물은 같은 길을 가지만, 언제나 뭇사람들이 꺼려하는 낮은 자세로 흐르며, 물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고 변함없이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는 화의 표상表象인 것이” 2010.03.10
<옥계폭포 전경>
▲옥계폭포전경
▲경주형산강
나는 특정 종교 의 신자는 아니더라도 각종 종교 방송의 유명 종교지도자들이 강의하는 것은 즐겨 시청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성구聖句나 법문法文을 새겨두고 공부한다. 어느 날. 불교 방송에 출연해 금강경 강해講解를 하시던 어느 유명 스님께서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는 말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걸 들었다. 즉, 물 하나를 놓고 4가지로 본다는 말이다.
①사람은 그냥 물로 보는 것을 ②천신天神은 흙으로 본다는 것이다. 달마대사나 예수그리스도가 물위를 걷는 것은 물을 흙으로 보기 때문이고, ③사람의 공기와 같이 물은 물고기에게는 안 보이기 때문에 그냥 자기 사는 집으로 보는 것이며 또한 ④무속인巫俗人들이 귀신을 쫒을 때 물을 뿌리는 것은 귀신은 물을 불로 보기 때문에 물로 귀신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 했다.
선각자先覺者들이 하신 말씀이니 그럴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철(본명:이영주, 1911년-1993년) 큰스님이 한 말씀 중에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다.”라고 갈하신 것은 엉뚱한 짓거리 하지 말고 물이던 산이던 그 실체實體를 바로 보라는 말씀 아니겠는가? 또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처다 보면 무엇이 되겠는가? 근본을 알려고 하지 않는데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셨다.
또 여수투수如水投手라. 우리가 흔히 쓰는 물에 물을 탄 듯 아무 맛도 없다는 뜻으로, 더한 형적이 없거나 흐리멍덩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주변머리가 없고 변변하지 못한 사람을 보고 ‘맹물 같다.’고도 말하고 사람을 하찮게 보거나 생각하는 일을 보고 ‘물로 본다.’고 한다.
사람을 물로 보다가 큰 코 다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한 것이 세상살이다.물과 불, 물과 기름과 같이 서로 상극이 되어 도저히 함께 섞이지 않을 때도 있다.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과 같은 말이다. 이와 같이 사람 사는 중에 물과 관련된 속담이나 관용구들이 많이 회자되는 것은 생명수生命水와 같이 사람들에게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세상의 만물은 물 없으면 생명을 부지할 수 없다. 지난 1월 12일. 무망지재无妄之災로 수십만 명이 죽고 수백만의 이재민을 내서 인류의 대재앙大災殃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아이티 국가의 지진 시에 폐허된 건물 잔해 속에서 15일 이상을 버티고 생명을 건졌다는 외신이 있었는데, 세계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물 없이 버틴 한 생명에 대해 신의 가호가 있었다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물로 성분成分되어 있어서 물을 생명의 근간根幹으로 한다.
사람도 예외 없이 물에 잘 녹아 흡수되는 식재료를 먹어야만 한다.
상습적인 물 부족국가가 많은 아프리카 오지에 들어가 어렵게 수원水源을 찾아 관정管井을 하고 펌프를 가설하여 주고 있는데, 그 곳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주고자 먼 곳까지 파견하여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의 연예인 단체나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격려해주고 싶은 것은 물론 그 곳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먹는다는 일이 얼마나 간절한 소망 이였겠는가를 생각할 때 그런 일들이 마치 성사聖事와도 같은 위대한 행동이고 가치 있는 봉사활동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물은 단순히 생명유지를 위한 물질로서 뿐만 아니라 물과 관련된 특성에 따라 옛 성인들의 가르침은 수도 없이 전해진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래된 유명한 말로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즉, 가장 위대한 선善은 물과 같다. 또는 물과 같이 하라는 뜻인데, 물은 없어서는 안 될 만물의 생명수이면서도 스스로는 겸손하여 자신을 낮추고 만물을 이롭게 한다.
물은 공평하고 완전하며 지극히 부드럽지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강인함이 있다.
수선리만물이부쟁水善利萬物而不爭이라.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툼이 없다는 말이다. 물의 가장 큰 장점은 생명수로서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이지만, 그것과 함께 서로 다투지 않고 무한정으로 서로를 포용한다는데도 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물이던 서로에게 녹아든다. 물은 다른 것에 의해 쉽게 물든다는 단점이 있긴 해도 물은 그걸 탓하지 않고 또 다른 물에 의하여 자정自淨되는 장점이 있다. 비록 결과야 어떤 다른 형태의 성분으로 나타나더라도 결과적으로 물이라는 성분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물의 위대한 포용력包容力은 무한한 것이다.
물의 흐름이 곧 순리이다.
“물은 제 곬으로 흐른다.”는 속담과 같이 물이 흐르는 대로 가는 길이 순리이며 법法인 것인데, 세상 물정모르고 톡톡 튀는 판결을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일부 젊은 판사들의 최근 재판결과를 보통사람들이 쉽게 승복하지 못하는 것도 법의 정신을 자기 편의로 해석한 그릇된 생각에서 일 것이다.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선거철이 돌아올 때마다 자신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되지 못할 공약을 내 놓고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려드는 후보자를 또 보아야 하니 벌써부터 짜증이 난다. 선거의 특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왜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동도부동철同途不同轍의 중요한 덕목을 모르고 무턱대고 자신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쳐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옥계폭포전경
나는 물이 바위를 닳게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실제로 좋은 경험을 갖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인근 옥천군과 영동군의 경계를 이루는 우리 마을 뒷산인 월이산(일명 달이산. 해발 551m) 자락에 있는 옥계폭포{높이 약 20m. 충북 영동군 심천면 옥계리. 국악國樂의 거성인 난계(박연. 1405-1458)가 즐겨 찾던 곳이라 전해짐.}에 전교생들이 소풍을 갔었는데, 힘들게 걸어가 처음 폭포를 처다 보는 광경은 어린 마음에 아름답다기보다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신비하고 장엄莊嚴하게 보였었고, 그것을 처다 보며 점심 도시락밥을 먹는 맛이란 마치 신선이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어느 화창한 봄날. 향수 어린 곳이라 친구와 함께 그 곳을 지나던 길에 일부러 들러 보니 벚꽃이 활짝 피어 오랜만에 오는 우리들을 반겨 주는 듯했고 주변에 주차장 등 많은 편의시설로 정비가 잘돼있어서 분위기는 많이 변해 있었다. 더구나 폭포는 그렇게 높아보이지도 장엄하지도 않게 보였다. 물이 흘러 내리꽂듯이 떨어지던 낭떠러지 바위는 상상 못할 정도로 깊이 파여 있어서 폭포라기보다는 무슨 바위 골에서 그냥 흘러내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절벽의 바위가 몰라보게 움푹 들어가도록 변했음을 보고는 물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배우고 나니 이 말이 실감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물은 유연하지만, 바위에 구멍을 내는 끈기와 강한 힘이 있는 반면 차이가 있거나 부닥치면 항상 메우고 돌아 흐르고 이내 수평을 만든다. 또한 물은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그것을 채우고 그 높음과 낮음의 차이를 줄여서 겉으로 보여 지는 곳만이 아닌 안으로도 완전하게 채워진 수평을 이루고자 한다. 따라서 물은 누구에게나 공평公平하다.
요즘 온 나라가 세종시 문제에 있어서 원안原案이니 수정안修正案이니 하면서 내홍內訌을 앓고 있는 무리들을 볼 때, 나라가 마치 배가 산으로 가는 육지행선陸地行船처럼 우려가 되는데도 평소에 내로다 하고 콧방귀나 뀌던 학자들은 다 어디 가고 입 꼭 다물고 숨어있는지 모르겠다. 물이 여기저기 다른 골짜기에서 흘러나와 서로 아우르며 결국 한 방향으로 모아져 강이 되고 또 바다가 되어 종국에는 잠잠해지는 것처럼 어떻게 해야 애국과 국익國益이 됨을 잘 아는 지도자들이 여론을 통합하는 과정에 나와 적극적인 의견개진意見開進을 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바람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심어진 시골의 대나무 숲에는 고양이나 참새 같은 온갖 동물들의 은거지隱居地도 된다. 그렇지만, 이 나무를 울타리로 하고 살아 본 사람들은 조그만 바람에도 댓잎이 서로 부딪혀 내는 시끄러운 소리의 정도를 감 잡을 것이다.
풍래소죽風來疎竹이지만, 풍과이죽불유성風過而竹不留聲이라. 대나무는 바람이 불면 시끄러운 소릴 내지만, 바람이 지나고 나면 대나무는 소릴 내지 않는다는 채근담의 말조차도 새겨두고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오래전 대학생들을 위한 나의 학위논문을 가지고 강의하던 때에 전자前者의 말은 의견 수렴과정이고 말미末尾의 말은 결과에 승복해야 조용해진다는 말로 의역意譯해 설명한 바도 있었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세종시 문제에 관한 국정과제를 가지고 온 나라가 바람 부는 날 대나무처럼 얼마나 많은 날을 시끄러운 소릴 내고 있는가? 제발 빨리 매듭짓고 민생民生을 챙기는 국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국민들이 간곡히 바라는 바인데, 아마 이번 지방선거는 각 정당 간에 이런 문제가 당락當落을 결정할 일일지 모르는 일이니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가르침은 항상 우리 마음의 중심에 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니 우리 유권자有權者 모두는 무엇이 상선上善인지를 잘 알고 나에게 주어진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