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듀! 2011 신묘년
◇ 아듀! 2011 신묘년
“북한은 절대 권력자가 죽고 없어진 후 정세가 불안한 마당에 내년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두 번의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자칫 선거철이면 나타나는 사회기강이 우려 되는 가운데, 어느 지도자가 뽑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국운國運이 달려 있는 일이기 때문에........,” 2011.12.27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세상의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자신은 천년만년 살 것처럼 하지만 별 수 없이 죽을 운이 되면 죽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그래서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 같은 사람은 ‘산다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곧 죽기 위해 산다는 말과 같다.
생生․노老․병病․사死는 죽음에 이르는 순서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나이 들면 병이 생기고 그러다 죽는다는 이 엄연한 진실을 알면서도 죽음에 대비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자기의 삶을 죽기 전까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문제는 결코 녹녹하지가 않은 일이라 많은 번뇌와 고통을 수반한다.
이 세상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죽음을 택하는 동물은 인간뿐이라고 한다. 운명론자들이 사생유명死生有命이라고 하는 말과 같이 비단 자살일지라도 운이 다했기 때문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역시 죽고 사는 문제는 모두 신의 영역에 속한다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이 인간들의 삶 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신묘년도 그냥 지나가는 가 했더니 새해를 며칠 앞두고 대한민국 북한 땅에서 또 한 번의 큰 일이 생겼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토) 오전 8시 30분에 현지지도를 위해 전용 열차편에 탑승한 후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 사망했다고 22일 발표되었다. 북한은 정말 은둔의 나라이고 알 수 없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가 사망한지 무려 51시간이나 지난 후의 공식 발표였으니 우리 같은 의식구조에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처사라, 한 사람에 의해 일사불난一絲不亂하게 통제되는 폐쇄사회의 진면모를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역시 이북답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과 직면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복장의 문상객들보다는 기라성綺羅星 같은 별을 단 군부의 장성급들이 모자를 벗고 줄지어 조문하는 섬뜩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한국의 모든 매체들은 특별방송을 편성해가면서까지 온 나라가 긴장 속에 며칠 째 난리굿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북한과 모든 면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세기의 독재자 중 한 사람이 죽었으니 당연히 그래야 하는 점을 간과하더라도 보도매체를 접하기만 하면 그의 사망특보가 전해지니 장례와 추모절차가 끝나는 년 말까지 짜증나게 들어야 할 형국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것보다 10.26 지방 보궐 선거에서 DIDOS공격을 하여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것과 관련하여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그의 계좌에서 뭉칫돈이 들어 있다는 정황 포착과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관이 함께 연루된 배후 소식의 수사과정이 더 궁금하다고까지 말하고 있는 것과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김일성의 사후 17년 간 철권을 쥐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세상을 살았지만 죽음 앞에선 그도 별 수 없이 그가 원하던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기아와 부자유에서 허덕이는 주민들만 남겨두고 영면永眠의 길로 외롭게 떠남에 따라 지도자를 잃은 북한 주민들이 무리지어 통곡하는 모습을 보니 진정성 여부를 차제하고라도 오히려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
권력이 다 무엇일까? 그걸 잡으면 중독성이 하도 강해서 섣불리 놓지 못한다고 하는데, 내사 안 잡아 봤으니 알 길이 없다. 김정일. 겨우 그거 살 거면서 민족에게 하루도 마음 편히 살 수 없게 온갖 짓 다하다가 사과도 한 번 안 하고 죽어버렸으니, 북한의 혼란은 물론이고 남한의 국민들에게 진 빚을 고스란히 그의 아들 김정은에게 짐 지운 꼴이 되었다.
그가 죽은 후에 그에 대한 많은 사실들이 밝혀질 것이지만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단지 얼마나 오래 걸려 밝혀지냐 하는 시공간적인 문제이지 언젠가는 그것을 알려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 밝혀지고 만다. 수락석출水落石出이라고 했다. 저수지의 물이 빠지면 돌멩이가 들어나 보인다는 말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김정일 체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하던 약 수 조원 대의 비자금, 소위 ‘김정일 통치 자금’으로 불리는 것들을 포함하여 그가 통치하면서 설로만 그쳤던 숨겨 둔 모든 사실들이 하나하나 백일하에 들어나게 되면 그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개관방사정蓋棺方事定이라고 했다.
사람을 평할 때는 그가 죽고 관 뚜껑을 닫은 뒤에 해야 한다는 말이다. 살아 있을 때는 그 사람을 정확히 평가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살아 있는 권력을 누가 감히 맞서서 평가할 것이며, 권력자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에 의해 밝히길 꺼려하는 부분에 대하여 정확한 사실을 밝히기 어려운 일이고, 혹시 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물 빠지면 돌멩이가 드러날 때까지 자연스럽게 밝혀져야 무리가 없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고 4년 후에 6.25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전쟁의 참혹함을 몸으로 체험하진 못했지만, 그간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남북한을 통치했던 전직 대통령들이 이승만(1875- 1965) 전 대통령부터 박정희(1917-1979), 최규하(1919-2006), 김대중(1924-2009), 노무현(1946-2009)전 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1912-1994) 국가주석, 김정일(1942-2011)국방위원장까지 일곱 명의 국가원수 급 지도자가 자연사했거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버렸다.
그러고 보니 내 생애도 격변하는 세상에서 이들의 통치를 받았거나 의식하면서 살아 온 세월이 만만치 않으니 그들과 함께했던 세월 따라 긴장하면서 무상한 세월을 보냈음이 덧없게 느껴진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은 있지만 김정일은 무려 17년 동안이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살다 지병持病을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죽었으니 그가 지옥에 갔을까 천당에 갔을까가 궁금해진다.
여러 대통령들이 세상을 떴지만 극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면서 죽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죽었을 때와 같이 김정일 시신이 유리 상자 안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독재자의 권력이 참으로 무상함을 보는 것 같다. 월영즉식月盈則食이라. 그가 달도 차면 기운다는 이치를 진작 알았더라면 죽기 전에 좀 더 인간답게 생활하면서 주민들을 잘 통치했었지 않았나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만, 이제 더 큰 문제는 사후 북한의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 한 반도나 주변국들에게 영향일 미칠까가 초미焦眉의 관심사로 되어있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열강국列强國들은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절대 권력자가 죽고 없어진 후 정세가 불안한 마당에 내년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두 번의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자칫 선거철이면 나타나는 사회기강이 우려 되는 가운데, 어느 지도자가 뽑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국운國運이 달려 있는 일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역사의 격동기를 맞는다는 점에서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마음으로 대처하는 연말연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는 년 잡지말고 오는 년 반겨 맞자.
안녕. 2011 신묘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