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면 할수록 또 하고 싶다.
◇ 하면 할수록 또 하고 싶다.
“밤 깊어져 이슥한 때. 저수질 안고 있는 시커먼 산 숲 어디선가 가끔씩 들려오는 서쪽새 우는 소리도 오늘 따라 더욱 정답게 들려오는데, 세상 시름 다 잊고 신선처럼 도 닦는 기분으로 좌대座臺에 앉아 랜턴 불빛 하나에 조명되는 찌의 순간 깜박임을 처다 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져 세상 부러울 일이 없어진다. 그저 소박하게 튼실한 떡붕어가 입질이나 자주 해줘 손맛의 행복만을 바랄 뿐이다.” 2012.04.02
<물 가운데 부교를 놓아 수심 깊은 곳에서 낚시하기 좋도록 시설개선을 한 이곡저수지>
낚시가 일종의 레저스포츠이므로 경기용으로 먼저 보급되어 이제 일반적으로 보편화된 중층낚시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수면과 저층底層 바닥의 중간층(전층全層)에 낚시 바늘 등 채비를 드리워 놓고 이 층을 회유回遊하는 떡붕어를 노리기 위한 채비를 해서 낚아내는 기법, 즉 전층 낚시이다. 부언하자면 전통적으로 하는 올림낚시 채비는 원래 바늘이 바닥에 안착되어 있는 것에 비해 중층낚시는 찌의 부력을 이용하여 가볍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붕어가 미끼를 먹으면 찌가 예민하게 반응할 때 챔질하여 낚는 또 다른 장르의 낚시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미끼운용의 원리는 이렇다.
보통은 위의 바늘과 아래 바늘에 단차段差-단차의 폭은 길게는 1m, 짧게는 25cm 정도로 상황에 따라 다름-를 두고 위 바늘에 집어제集魚製를, 아래 바늘에 글루텐-실제 시판되는 중층용 먹이는 매우 다양함-같은 미끼용 떡밥을 달아 집어제가 풀려 떡밥이 밑으로 내려가면 이를 감지한 떡붕어가 서서히 접근하여 바늘의 먹이용 떡밥을 집어용 미끼와 함께 훅 들어 마시면 곧바로 찌가 반응하도록 채비를 하는 것이 일반 오름 낚시채비와는 완연히 다르다. 따라서 물위에 팽팽하게 부력浮力을 받고 있는 찌의 움직임이 붕어가 먹일 들어 마시는 속도와 비례하여 순간 깜박하는 형태로 나타나므로 이를 놓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채야 하기 때문에 우리 같이 나이가 많은 조사들은 순발력瞬發力이 떨어져 이런 입질을 자주 놓치게 되므로 손맛 면에서 다소 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노지露地의 올림 낚시는 원래 여유 있는 입질을 하기 때문에 예신豫信이 먼저 있다가 그 다음으로 찌가 올라오지만, 중층낚시는 대부분 깜빡거리는 예신과 함께 갑자기 들어가는 본신本信의 입질이 순간적瞬間的으로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첫 입질이 오면 순발력 있게 채지 않으면 걸려들지 않는 것이 이 낚시의 단점이라면 단점인 것이다. 즉 순간을 낚는 것이 이 낚시의 중요한 매력이긴 하지만 집중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다거나 딴청을 떨면 상대적으로 낚기 어려운 것이 이 낚시의 단점이기도 한 것이다.
약 2년 전. 늘 함께하는 조우 C가 노지에서 함께 밤낚시를 하고 돌아오던 중에 가까운 곳에 노지형 유료낚시터가 있으니 손맛이나 보고 가자는 제의를 받아드린 것이 이 낚시를 배운 계기契機가 되었다. 그 친구에 의하면 하우스 터가 아니고 일반 저수지에다 떡붕어를 사다 넣고 관리를 하면서 유료로 운영하는 이른 바 관리영 유료 낚시터이기 때문에 그 기분은 일반 노지의 저수지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 그 친구의 설명이었다.
권하는 장사 밑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 친구의 권유에 따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가 가르쳐 준대로 배우게 되니 이제 나도 제법 이 낚시를 즐기는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처음엔 채비야 잘 낚는 사람 곁에 가서 물어보거나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면 되겠지만, 내 나이도 나이라고 챔 질 면에서 순발력이 떨어져 순간으로 내리 떨어지는 찌의 동작에 따라 재빠르게 낚싯대를 채지 못하기 때문에 손맛 면에서 항상 남들보다 뒤지게 마련이었다.
다른 애로사항이 있다면 노안老眼이 생겨나니 찌를 집중해 처다 보기가 쉽지 않다. 수온이 떨어진 겨울철엔 겨우 찌의 반 눈금만이 들락거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독수리가 먹일 채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정도로 시력이 매우 중요한데 아른 거리는 찌를 집중해도 예전과 같지 않아 불편점이다. 시력은 절대적으로 조과釣果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시력이 약해 찌의 움직임을 잘 감지하지 못하는 순간에 들어오는 한 번의 입질을 놓치게 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다시 돌아와 재차 입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또 기다려야 한다.
순간을 낚는 것이 이 낚시의 묘미인지라 한 시도 딴눈 팔수가 없다. 몇 시간을 집중해 처다 보고 있으면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피로가 쌓여오지만 집중하면 하는 만큼 입질을 놓치지 않아 오롯이 손맛으로 보상해 준다. 그래서 손끝만큼의 잡생각이 끼어 들 틈이 없기 때문에 노지에서보다 이 낚시는 삼매경三昧境에 잘 빠질 수밖에 없다.
노지의 낚시가 여유餘裕와 게으름이라면 이 낚시는 끊임없이 잔머리를 굴려가며 낚시를 해야 한다.
부지런히 품질을 하여 집어하는 횟수에 따라 분명 입질이 잦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분명 물속에 고기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데 입질이 없다면 여러 가지 상황분석. 즉 낚싯대의 길이와 채비의 재정비, 수심의 고저 정도, 미끼나 집어제의 크기나 적절성과 묽기 검토 등 다양한 기법에 따른 다변화多變化를 꾀해서 대처해야 한다.
이 중층낚시의 미끼나 집어의 방법은 워낙 다양해서 여기선 말할 수 없지만 항상 분주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꼬여서 내가 예상한 대로 입질을 받도록 하는 것이 이 낚시의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이므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고기와의 머리싸움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가면서 자신의 낚싯대 찌 밑으로 유인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잘못하거나 게을리 한다면 분명 옆 사람의 낚싯대 밑으로 몰려가기 때문에 옆 사람의 고기 낚는 모습만 바라보고 부러워해야만 한다.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매의 눈매처럼 부릅뜬 눈은 모든 감각기관이 찌로 향해야 하기 때문에 옆에서 들리는 소리만 듣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는 하고 싶은 말만 내 뱉는다. 그러면서 눈을 찌에서 떼지 못하는 것도 순간을 놓치면 앙탈 대며 끌려 나오는 붕어의 몸부림으로 인한 손맛의 절정絶頂을 맛 볼 수 없기 때문에 잡생각이 끼어들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 노지 낚시와 다른 만큼 그 재미에 깊이 빨려 들어간다. 단점이 매력 있는 장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아무리 추워도 꾼들이 손맛을 보려는 기대감을 이용해 관리만 잘해준다면 철을 구분하지 않고 낚실 가능하게 된 것이 관리형管理形 낚시터이다. 마릿수로 손맛을 많이 본 날은 그날대로 아쉬움이 남는 것이 이 낚시이고, 그렇지 못한 날도 또한 미련이 남기 때문에 낚시꾼들이 주야를 막론하고 즐기려 가는 것이며 업주業主는 이런 꾼들의 심리를 이용해 분위기 좋은 곳에 관리형 낚시터를 조성해 놓고 생계生計를 이어가는 수단의 업으로서 영업을 하는 것이라 보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 노지에 나가면 여러 가지 기후적 외부 요인들로 인해 낚실 할 수 없는 때에도 내가 이 낚시에 빠져드는 것은 좀처럼 노지에서 손맛을 자주 볼 수 없는 그 짜릿한 느낌을 유감없이 맛볼 기회가 많아 일상을 살아가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의 일환으로 관리형 낚시터를 자주 찾게 된다.
조수일사야釣水逸事也라지만 상지생살지병尙持生殺之柄인 것이다. 낚시질은 일상사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지만 이 또한 물고기의 죽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 일이라고 채근담에서 말한 대로 손맛을 보기 위해 잡았다 놓아 주는 조사들이야 즐거운 일이겠지만, 죽음을 담보로 주둥이에 바늘이 꿰어 딸려 오면서 먹어야 사는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생과 사를 넘나들 정도로 놀라면서 인간들이 던져 주는 먹이를 취해야 하는 입장이니 그래서 낚시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인간들에게 낚시라고 하는 취미를 성립하게 해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어부가 아니고 취미로서의 낚시는 같은 레저스포츠라 하더라도 총을 쏴서 사슴을 잡는 사냥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며 원래 낚시라는 것은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자연을 가슴에 품고 조용히 물고길 낚는 분야인 것이다. 다만 먹이만큼은 힘 안 드리고 노지에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게 얻어먹고 있으니 그것으로 대가를 치른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굳이 그 어떤 취미생활보다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살아 움직이는 상대인 붕어가 있어 이들로 하여금 꾼들의 오감五感을 건드려 주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매력에 빠져들게 되므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하는 레저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요즘 자주 다니는 근교의 <이곡낚시터> 사장은 어릴 때부터 낚시를 즐겨하다 결국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낚시를 기반으로 생업을 잇기 위해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젊은 나인데도 낚시를 매우 잘하는 사람이다. 내가 입질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으면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손수 내 채비를 점검하면서 이래저래 나름대로의 해박한 낚시이론을 가지고 설명을 한 후 낚싯대를 던지고 나서 찌의 움직임을 읽고 있으면 물속의 붕어가 주인이 던진 미끼를 알아보듯 금세 입질로 응해준다. 보란 듯이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실전에서도 해박該博한 지식과 기술, 챔질의 정확도를 구사하는 프로 급 꾼이자 낚시터를 운영하는 업주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물 밑에 고기가 없는 것이 아니고 집어 된 고기를 흩어지지 않게 집어제와 미끼의 운용을 잘 해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채비를 상황에 맞게 점검하라”는 것이 이 사람의 이론인데, 실전에서는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배우는 중이다.
나는 처음 배울 때 노지의 올림 낚시에 타성이 있어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으면 붕어가 다가와 먹이를 먹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한 수 아래의 낚시를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열심지취悅心之趣라는 말은 항상 마음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취미생활을 말한다.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의 괴로운 가운데서도 찌든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한 취미생활은 현대인들의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열심지취는 낚시다. 좀 야하게 들릴지 몰라도 ‘하면 할수록 또 하고 싶다.’는 어느 조사釣士의 말이 실감 나는 데, ‘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요즘 내가 그 꼴이 된 셈이다. 조력釣歷이 길어질수록 나의 이 낚시기술도 점점 숙달될 것임이 분명하긴 한데, 오래 전에 나 같이 성질이 조급한 꾼들에게 딱 들어맞는 낚시의 기술이 보편화 되어있었는데도 늦게 배운 이 낚시의 매력에 빠져 또 다른 장르의 취미생활에 심취하고 있다.
밤 깊어져 이슥한 때. 저수질 안고 있는 시커먼 산 숲 어디선가 가끔씩 들려오는 서쪽새 우는 소리도 오늘 따라 더욱 정답게 들려오는데, 세상 시름 다 잊고 신선처럼 도 닦는 기분으로 좌대座臺에 앉아 랜턴 불빛 하나에 조명되는 찌의 순간 깜박임을 처다 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져 세상 부러울 일이 없어진다. 그저 소박하게 튼실한 떡붕어가 입질이나 자주 해줘 손맛의 행복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