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져야 제 맛
◇ 만져야 제 맛
“고기가 크던 작던 내가 원하는 기술로 보이지 않는 물속의 떡붕어가 내 낚시의 미끼를 이물감 없이 먹이를 취하도록 보다 공격적으로 공략攻略하는 것이 중층낚시이니만큼 이 과정에서 일상 있는 일인 큰 놈을 놓쳤다는 아쉬움은 운으로 돌리고 다시는 놓치지 않는 방법으로 다음 낚시를 준비하는 것이 진정 낚시를 잘하는 낚시꾼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2.05.02
낚시를 하다보면 안간힘을 다하며 끌려오는 물고기의 버둥거림으로 인해 손끝에 전달되는 느낌으로 고기의 크기가 대충 얼마나 될 것인가를 직감적直感的으로 알게 된다. 붕어의 경우 월척급越尺級보다는 준척급準尺級의 붕어가 더 저항하는 힘을 많이 써 버둥거림이 많기 때문에 손맛이 더 좋은 것과 같이 고기가 크다고 손맛이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보통 이 힘의 크기에 따라 손끝에 전달되는 손맛이 비례하기 때문에 가능한 튼실하고 큰 놈이 걸려들기를 바라며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기심機心으로 낚실 시작하다가도 옆 사람이 잦은 입질을 받거나 큰 놈이 걸려드는 것을 보면 기심欺心이 생겨 나름대로 잔꾀를 가진 별 별 수단으로 꾀어 낚으려 하는 것이 낚시꾼의 심리다. 조금만 조력釣歷이 있는 꾼이라면 챔질을 하는 순간 벌써 그 크기를 가늠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잘 끌려 나오던 고기가 그만 얼굴도 모른 채 떨어져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때는 허탈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놓친 고기는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낚시꾼이라면 끝까지 잡아 살림망에 담그는 것까지 해야 완성도가 높아지므로 그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주말골퍼가 드라이버샷을 멋지게 날리고 그 다음 샷까지 잘 해 파 온이 돼 버디 찬스를 놓치고 파로 홀 아웃 해 보면 어느 샷 하나하나가 만족스럽게 공을 쳤기 때문에 파를 잡은 홀은 오히려 싱거우리만치 완성도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어느 샷 하나라도 미스가 생기는 날엔 그 기분이 땡감 씹은 맛이 날 정도가 된다.
낚시도 마차가지다. 입질부터 찌의 동작, 챔질, 손맛, 크기의 정도와 수확의 기쁨이 하나의 동작처럼 매끈하게 이루어 져야 마음속에서 느끼는 짜릿함의 정도가 흠을 내지 않는데, 이런 과정 중에 딸려오던 고기를 놓치게 되면 그 기분은 반감半減으로 줄어들면서 아쉬워한다. 낚아 올린 고기는 손으로 잡아 눈짐작이나 손 뼘으로 크기를 가늠하며 헐떡이는 붕어의 심장 소릴 느껴야만 직성이 풀린다. 어부가 아닌 즐기는 낚시라면 그래야 비록 한 마릴 낚아도 처음부터 끝까지 낚실 잘 했다는 완성도完成度가 바로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다.
부산에는 유람선을 띄워 놓고 광안대교 밑에서 해변 쪽을 뒤 돌아보는 투어형식의 선상 야간관광 코스가 있다. 이 유람선을 한 번 타보면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야경夜景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는 생각과 또 다른 이미지의 부산을 생각하는 좋은 관광 코스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배의 갑판甲板위에는 인어가 가슴을 드러내 놓고 있는 조각상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인어상과 함께 서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하면서 해안에 펼쳐지는 야경을 감상한다. 나도 물론 그랬지만 많은 남성들이 그냥 서서 눈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히죽히죽 묘한 웃음을 지며 젖가슴을 만지기 때문에 그 곳이 반들반들하게 윤기가 나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성을 테마로 하는 19금 야외공원에 가보면 많은 남녀 성희性戱의 장면을 다양하게 조각하여 전시하고 있어서 남자인 나도 똑바로 바라보기가 민망해 곁눈질해가면서 보는데도 건장한 남자의 나신상裸身像을 본 용기 있는 여성들이 그 옆에서 그냥 구경만을 하지 않고 조각상의 남근男根을 만졌기 때문에 다른 신체 부위보다 윤기가 나있음을 볼 수 있다.
“이제 이거는 못 쓰는 거야” 너무 닳아서 기능상실이라는 것이 못 쓰는 이유라며 한 바탕 웃음바다가 됐었는데 여성들은 이 걸 만지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가 궁금했지만 속마음이야 어떤지 모르겠으나 여러 사람 앞에서 쑥스러워 하는 듯하며 만지는 그 여성이나 이제 그건 못 쓴다고 말하는 그 남자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웃고 웃겼으니 이런 테마 공원의 역할이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꼭 우리 민족의 만지려 드는 심리를 이용한 것은 아니겠지만 유명 절터나 명소에 세워진 달마 석상石像의 배불뚝이 표면도 어김없이 윤기가 나도록 표면이 닳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만져야만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지 그냥 놔두질 않아서 만지는 부분만 광택과 함께 이상한 색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공원 안의 조각상을 보거나 예쁜 꽃을 보고도 우리 민족은 눈으로 봐서는 직성이 안 풀린다는 말을 한다. 반드시 만져 보고 나서야 눈으로만 볼 때 부족한 2% 부분을 채워서 전체를 이해하려든다.
‘만지지 마세요.’라는 주의 사항이 있어도 그 느낌을 잘 모르겠다는 듯이 손으로 만지려고 든다. 그 만큼 우리 민족은 사물을 이해하는 방법에 있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서 100%를 가슴에 담고 이해하려는 말하자면 감성이 풍부한 민족이기 때문에 손의 촉감이 감정이나 질감質感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정도로 미세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느 외국인이 한국 체험을 위해 민박民泊을 하는 중에 어린 아이가 기다란 젓가락을 들고 콩자반을 날름날름 집어먹는 것을 신기한 듯 한참을 보고 있더니 “저 아기가 마술하고 있냐?”고 물었다는 일화가 있듯이 우리 민족에게는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손가락을 잘 쓰는 DNA를 타고 난 것 같다.
한국인들의 손가락문화가 대단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22세 이하의 젊은 기능인들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17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해 기술 강국의 위상을 유감없이 드높인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뿌듯한 일이지만 단순히 기술만으로 그런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 것 이상의 어떤 한국인의 기질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는 것이다.
이런 대회를 통해 여러 기술 선진국들의 기술인들을 제치고 한국 젊은이들의 뛰어난 기술력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게 되어 앞으로 한국제품의 수출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라 하니 섬세한 손가락을 가진 한국의 숙련기술자들이 큰 열정으로 한국이 기술 강국으로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고기는 씹어하고 술잔은 채워야 하며 계집은 품어야 제 맛이라는 말과 같이 낚시꾼들도 마찬가지로 잡다가 놓치게 되면 온 맛이 안 난다. 분명 저 만큼 끌려 나오는 고기를 눈으로 보지는 못했어도 장대 끝에 전달되는 힘의 세기로 보아 그 크기를 짐작하며 긴장하고 있는 순간에 떨어져 나간 고기에게 미련이 남는 것은 손 안에서 꿈틀대는 몸체의 떨림을 가까이서 보고 만져가며 손맛을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놓친 고기는 더 크게 느껴지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놓친 고길 이야기 할 때 팔뚝을 걷어 보이며 이만큼 크다고 허풍을 떠는 꾼도 있는 것이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다. 장수가 전쟁터에서 패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듯이 낚시꾼들에 고기를 낚다가 놓치는 일이 흔히 있는 일이라 별 것 아니게 생각하는데도 보통사람들이 ‘낚시꾼들이 허풍이 많다.’고 말하는 것은 낚시꾼들이 거짓으로 말한다기보다는 실제보다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놓친 고기에 대한 미련이 크기 때문에 표현을 그렇게 한다고 봐야 한다.
지난 번 조우찡ちょうちん提燈-중층낚시의 한 기법으로 수심이 깊은 곳에 비교적 짧은 낚싯대를 가지고 낚싯줄이 허락하는 길이만큼 찌를 초릿대 끝까지 올리고 낚시하는 방법으로서 마치 막대기에 등불을 단 모습 같다 해서 그렇게 부르는 일본 말로서 현장에서는 흔히 초친으로 통함-이라는 낚시 기법을 배우고 나서 중층낚시의 재미를 더해가고 있는데, 깊은 수심에서 낚시를 하다 보면 큰 놈이 걸려들어 겨우 손잡이 부분만 남기고 낚싯대 전체가 물속에 잠겨 낚싯대를 세울 수 없어 낚은 고길 구경도 못하고 물속에서 놓쳐야 할 때가 가끔 생긴다.
물론 이런 재미 때문에 조우칭 낚시를 즐겨하지만 잘 못하다간 값 비싼 낚싯대가 손상될까봐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주위 사람들이 관심 깊게 처다 보고 있는데 얼마나 큰 놈이기에 얼굴도 보여 주지 않고 허망하게 떨어져 도망갔을 가를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순간들이 많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번엔 꼭 한 번 낚아서 그 크기를 보고 싶어서 또 그 자릴 찾게 되는 것이 이 낚시다. 이를 테면 미련이 남는 것이다. 그래서 낚시는 이래저래 또 하고 싶은 중독성中毒性이 강한 레포츠인 것이다.
낚시 경기 대회에서는 큰 놈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내에 누가 더 많은 수의 고기를 낚느냐에 따라 마릿수로 경기의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전국규모의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나면 ‘명인名人’이라는 칭호를 주어서 우대하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고기가 크던 작던 내가 원하는 기술로 보이지 않는 물속의 떡붕어가 내 낚시의 미끼를 이물감 없이 먹이를 취하도록 보다 공격적으로 공략攻略하는 것이 중층낚시이니만큼 이 과정에서 일상 있는 일인 큰 놈을 놓쳤다는 아쉬움은 운으로 돌리고 다시는 놓치지 않는 방법으로 다음 낚시를 준비하는 것이 진정 낚시를 잘하는 낚시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낚실 하는 관리형管理形낚시터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는 배려의 마음을 갖고 즐겨가면서 낚아내는 손맛을 만끽하되 나에게 기쁨을 준 붕어가 상처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루며 되 살려주어야 하는 것이 진정 낚시를 취미로 하는 낚시인들의 기본 마음가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