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수필,시

◇ 크루즈Cruise선 승선기乘船記.

이원아 2012. 7. 5. 11:10

 

◇ 크루즈Cruise선 승선기乘船記.

 

 

 

 

                  “육지에서 길 따라가는 여행처럼 그렇게 많은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객선을 타고 망망대해茫茫大海를 바라보면서 바다를 경험하는 방법도 여행의 또 다른 이색적인 맛일 것이다. 더구나 오랜 친구들과 만단정화萬端情話하면서 함께 하는 여행길이니 얼마나 즐거운 뱃길인가?”                          2012.06.26

 

 

<여수 엑스포항에 정박되어 있는 팬스타코리아 호>

▼ 여수 엑스포 부두에 정박 중인 팬스타코리아호

 

 

 

 

 

 

 

  잘 알다시피 부산 은 항구도시라 유람 선을 이용해 오륙도 나 공안대교, 태종대 등 연안의 해안을 관람하는 관광코스 가 있지만 등하불명 燈下不明이라고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런 것이 있는가 조차 잘 몰라 유람선을 타 본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더구나 부산에 살면서도 바다에서 육지의 시내 쪽을 보면서 항구를 관람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이 가는 것이다. 나도 평생을 부산항의 바다와 관련된 쪽에서 일하며 살아 왔지만 그렇다고 부산항을 다 알진 못한다. 그런데 나에게도 또 다른 방법으로 부산항을 보는 좋은 기회가 왔다.

나의 모임 중에는 전 해운항만청에서 함께 근무할 때 돼지띠 동갑나기들이 모여 만든 항우회港友會(2012회장 김교천)라는 친목모임이 하나 있다. 70년 대 부터 결성되어 현재까지 꽤 오랫동안 친목을 다지는 비교적 활성화된 모임이다.

  지난 6월 23~24일. 이 모임에서 팬스타코리아호(21,000톤급) 크루즈선을 이용해 부부동반으로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을 관람하는 일종의 테마여행의 기회가 온 것이다. 즉 부산항을 출발, 남해의 여러 섬을 낀 한려해상국립공원 해역海域을 지나서 박람회 관람을 끝내고 밤 11시에 다시 배로 돌아와 배안에서 1박을 하는 이른바 원나잇크루즈One Night Cruise라고 하는 한시적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뱃길 여행의 기회가 온 것이다.

  마침 우리 회원 중에 이 해운사의 간부로 있는 B의 말에 의하면 원래 이 페리선은 부산과 일본의 오사카 항을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국제크루즈선인데, 이번 여수의 국제행사에 특별 투입돼 엑스포관람을 위한 여객을 운송하는 배로 이 행사가 끝나는 8월 12일까지 총 8회만 한시적으로 운항運航하기 때문에 배를 처음 타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가 우리 모임의 모든 예약부터 선실배치까지 선비船費를 할인된 가격으로 우대해준다니 우리들로선 더없는 좋은 기회였고 총무인 나의 일까지 그가 앞장서서 대신 해 주니 나로서는 한층 더 고마운 일이었다.

6월 23일 11:30. 일찍 나왔다고 생각하고 한 동네 사는 친구 가족들과 함께 약속장소인 국제여객터미널대합실에 들어서니 이미 우리 회원들은 물론이고 함께 이 선박을 이용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앉아 환담을 하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 터미널은 당시 IBRD세계은행차관자금을 들여와 낙후落後된 국제여객선 전용터미널을 신축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축조된 건물이다. 내가 75년도에 강원도 묵호에서 부산으로 전근되어 처음으로 공사감독을 맡았던 의미 있는 건물이다. 그러니까 부산에서 내 청춘을 다 바쳐 공직을 마칠 때까지 부산항개발을 처음 시작한 바로 그 건물이라는 점이라서 그런지 터미널에 들어서자 순간적으로 옛 생각이 떠올랐다. 공무원으로 임용 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경험이 부족한 때 처음 영문으로 된 설계도와 시방서示方書를 펴들고 짧은 실력으로 번역하랴 설계도 익히랴 밤새워 일 해야 했던 일과 말이 잘 통하지 않은 외국인 감리자監理者와 함께 공사감독을 하면서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공법이나 재료들을 잘 알지 못해 혼자 전전긍긍戰戰兢兢했던 감회어린 그 시절을 생각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물론 건물 내부는 시대에 맞게 다른 용도로 대부분 바뀌었지만 외부는 아직 원형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공사 당시의 모습을 보는 마음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회상되었다. B가 이미 우리가 타고 갈 배의 홍보자료와 함께 넣은 승선카드를 미리 발급 받아 개인별로 목에 걸어 줬다.

출항 시각이 13:00이기 때문에 이미 대합실待合室에 모인 회원들끼리 모여 앉아 간단한 김밥 등으로 점심을 먹고 나서도 시간이 좀 남았다. 오래간만에 남자 회원들과 만난 부인회원들끼리도 크루즈선을 타고 코에 바닷바람을 쐰다는 기분에서인지 자못 기대되는 모습으로 환담하며 즐겁게 식사를 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승선시각이 되어 안내방송이 나오자 우르르 줄이 생겼다. 외국으로 여행하는 것도 아닌데, 배에 오르려고 하니 신분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승선카드를 검색하더니 지척에 정박해 있는 배를 놔두고 거기까지 가기 위해 셔틀버스에 오르게 했다. 조금 의아했지만 금세 의문이 풀렸다. 불과 몇 백 미터를 가기 위해 이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것은 보세구역保稅區域과 비보세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도보徒步로는 보세구역을 지나갈 수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법이 그렇다하니 하라는 대로 하는 수밖에.

  다시 버스에서 금세 내리니 우리가 타고 갈 배가 눈앞에 커다랗게 정박해 있었다. 갱웨이Gangway를 통해 배에 오르자 생각보다 커다란 배의 덩치에 놀랐다. 객실은 바다를 전망하는 창이 있고 없고 실내 설비와 인테리어의 정도에 따라 각 등급별로 차별화된 시설이 되어 있어서 대실요금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우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154천 원 하는 5층 스탠더드 룸Standard Room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좀 비싼 선임船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이 금액은 배에서 제공되는 숙박과 두 끼의 식사와 음료, 쑈 관람 등 일체의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라고 했다.

  이 배는 아래층에는 하물을 싣는 선창船倉이 있고 위층에는 객실과 연회장, 갑판 등으로 되어 있었는데 객실은 조금 낡은 내부 시설이었지만, 우리가 예약된 객실 바로 아래 층 연회장 입구 홀에서 어여쁜 러시아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 음악을 연주하는 분위기는 고급호텔에 들어서는 그런 기분이었다.

B로부터 객실의 룸 키를 받아 사물을 내려놓고 상갑판으로 올라갔다. 마침 구름이 낀 흐린 날씨였지만 부산항의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 시원한 느낌으로 부산항을 처다 보았다.

  갑판 위에는 이미 다른 승객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모두冒頭에서 말한 대로 바다에서 육지 쪽 항구를 바라보는 느낌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었다. 내가 공직자로서 부두를 건설하고 운영할 때 속속들이 다 아는 시설들이었지만 반대로 저만큼 처다 보는 시내의 많은 건물-연안여객․국제여객 터미널건물, 새로 생긴 롯데백화점 건물, 용두산 공원의 전망대, 새로 잘 정비된 부산역, 여기 저기 우뚝 선 고층 건물들과 아파트 등-들과 커다란 컨테이너크레인들이 부두에 우뚝 서서 컨테이너를 분주히 싣고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부두의 모습들이 생소한 느낌이었다.

  세계 5대 항구의 약동하는 모습을 바다에서 반대로 한 눈에 지켜보는 기회를 맞은 것이다. 항내에서는 크고 작은 선박들이 흰 물살을 가르며 저마다 할 일 찾아 역동적으로 운항되고 있 것이 한 눈에 들어 왔는데, 거꾸로 처다 보는 부산항의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특히 부산항을 새롭게 바꾸려는 북항의 재개발을 위해 새로 매립埋立되는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모습도 보였는데, 이렇게 되면 내가 현직에 재직 당시 역점을 두어 개발했던 부두의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해양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니 한 세대가 덧없이 지나간 것 같아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는 감정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부두의 용도 면에서 현재의 상항商港을 대규모 업무, 위락, 다양한 문화시설 등의 다용도부두로 만들기 위한 건설 사업인데, 이렇게 되면 부산항의 역사를 다시 써야할 정도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될 것이니 부산 시민들은 기대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항내에서 항 밖을 처다 보고 있는 사이 갑자기 몇 발의 축포가 터지더니 하늘을 향해 색색의 연기를 뿜으며 올라갔다가는 바람을 타고 사라지는 가운데 배는 서서히 뱃머리를 돌려 외항으로 향했다.

고동소리가 아닌 폭죽爆竹으로 출항신호를 보내는 것이 완전 생소하게 느껴졌다. 야간에 보는 불꽃이 아니라 좀 그랬지만, 나는 그 소리에 깜작 놀라했어도 아이들은 불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지 환호성을 질러 댔다.

  배가 외항을 향에 완전히 돌아서자 북항대교(사장교로서 길이 3.31km, 주탑 높이 190m, 상판 높이 65m, 공사비 3천714억 원 소요)건설현장이 눈에 들어 왔다. 이 공사는 광안대교에서 항구를 가로 질러 영도로 연결, 이미 건설된 남항대교, 오륙도대교를 잇기 위한 건설공사로서 바다 가운데 고공高空에서 진행되는 다리의 주탑과 상판공사를 바로 머리 위에서 처다 보니 엄청난 규모의 다리가 바다 가운데서 공사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토목기술의 우수함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참으로 대단한 우리나라의 건설 기술력이다. 이 다리가 준공이 되는 2013년 이후 광안대교에 이어서 부산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을 것을 상상하면서 배는 외항을 벗어나자 파도는 조금 있었으나 하얀 물살을 가르며 그런 대로 조용히 떠가니 승객들도 안심이 되는 듯 했다.

우리 일행들은 갑판의 스낵바에서 무상無償으로 제공되는 다과와 음료를 마음껏 날라다 먹으며 옛 근무당시를 회상하며 담소를 나눴고, 기념촬영을 하는 중에 배는 미끄러지듯 유유히 항로를 따라 내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좌측으로 오륙도와 신선대가, 우현으로는 영도와 해양대학교를 지나니 금세 부산의 유명 관광명소인 태종대太宗臺가 나타났다. 외항外港은 부산항을 드나드는 길목이기 때문에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컨테이너 전용선은 물론 크고 작은 화물선들이 오가고 있는 모습들이 시각적으로는 아름답게 보였다.

또 우리가 타고 있는 배를 따라 많은 갈매기들은 뭐라도 줄지 알고 저희들 끼리 뭉쳐 날아들다간 흩어지곤 하길 반복하면서 날아다니는 모습들이 우리들의 시선을 끌었는데, 역시 바다에는 갈매기가 있어야 제 맛이다. 연안沿岸을 따라 남으로 향하는 배는 출항한 지 두어 시간이 지나니 1부의 선상 쇼가 있다고 해서 우르르 그리로 내려갔다. 휘황한 조명 속에서 젊은 남녀 댄서들이 빠른 음악에 맞춰 온 몸을 흔들어 대며 무대 분위기를 고조 시켰다. 이어서 불꽃 쇼, 마술, 색소폰 연주와 여승무원의 노래가 있었고 화려한 레이저 불빛으로 장내를 비춰 대는 것이 어디 시내 나이트클럽에 들어온 그런 기분이었다. 친구 B는 이것저것 아는 대로 설명을 해 준다.

  이런 선상 쇼는 1, 2부로 나뉘어 진행하는데, 2부 순서의 백미는 자정 무렵 선수船首의 사대射臺에서 캄캄한 하늘에 대고 쏘아 올린 불꽃들이 바로 머리위에 쏟아지는 듯한 불꽃 향연은 해마다 광안대교에서 벌어지는 그 불꽃보다 시간은 짧지만 참으로 환상적이고 이색적인 것이라 했다. 또 약 5분여를 폭죽을 쏘아 불꽃놀이를 한 후에는 상갑판에서 다양한 레퍼토리와 노래자랑 등 이벤트를 하며 승객들의 밤 여흥을 즐기도록 무대가 꾸며진다고 했다. 그러니까 관람객들은 이런 밤무대를 함께하다 보면 거의 잠자는 사람은 얼마 안 되고 객실에서 주안酒案을 하는 등 밤을 새워가면서 크루즈여행의 추억을 쌓는다고 했다.

  1부 순서를 한 시간여를 관람하고 다시 갑판에 오르니 여기저기 크고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 왔다. 젊은 시절 바다낚시를 다니며 이 해역의 지리를 잘 아는 친구들은 섬을 가리키며 저것은 무슨 섬 이것은 무슨 섬 하면서 이름을 댔지만 나는 그저 이름만은 들어 본 섬이었다. 그러나 이 해역을 여객선을 타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생소한 여행길이라 그런지 배 위에서 보이는 섬과 멀리 보이는 육지가 일폭지화一幅之畵처럼 아름답게 보였었다.

  여기 저기 낚싯배 같은 작은 선박들이 보였고 배에서 내려다보는 바닷물은 매우 깨끗해 보였다.

누군가 고래 지나간다는 말에 그 곳을 처다 봤더니 마치 뱃길을 안내하듯 커다란 물체가 까만 색 등을 보였다 잠수하는 모습들이 가깝게 보였는데 그것이 고래인지 다른 덩치 큰 물고기인지는 분명치 않았으나 바다를 본거지로 사는 동물들이나 바다고기들의 자유분방自由奔放한 삶과 그들이 거기 있어 역시 바다답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있으니 친구 B가 조타실操舵室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조타실은 바로 배의 모든 기상정보와 운항장비를 가지고 항해하는 말하자면 자동차의 운전실과 같은 곳이다.

이 배의 선장이 우릴 위해 이 크루즈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준다기에 호기심과 기대가 되어 줄 줄 따라 들어갔다. 이 배의 회사 간부가 우릴 안내하고 있으니 선장도 그의 체면을 위해 VIP대접을 해주는 느낌이었지만 평소 다른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출입제한구역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조타실에 처음 발을 들여 놓으니 선수船首가 어디로 가는 지가 바로 코앞에서 보여 전망이 가장 좋은 장소라는 것과 여러 가지 안전운항을 위한 레이더 등 첨단 장비들이 제 자리에서 그 기능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이채로웠다. 당시 항해사航海士는 외국인 선원이었는데 전방을 주시한 채 키를 양손으로 붙잡고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서서 우리 일행을 아랑곳하지 않고 근무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철저한 직업의식을 가진 선원이라는 생각에 마음 든든해 보였다.

  선장은 우리들을 위해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 배의 제원과 각종 장비들을 설명해 주었고, 약 20마일의 속도로 달린다고 했다. 자동차 속도로는 시속 40Km이다. 특히 이 배는 자체 동력으로 이․접안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이렇게 큰 배일지라도 예인선曳引船이 필요 없다는 것과 파도의 크기가 일정한 값 이상이 되면 배의 뒤 부분에 장착되어 있는 롤링과 피칭을 최소화 하는 자동장치를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승객들의 뱃멀미를 줄여 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다소 생소했다.

이곳은 규정상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곳이었지만 선장의 특별배려로 VIP석에 앉아 분위에 걸 맞는 포즈를 취하는 대로 사진을 찍고 나오니 그야말로 우리가 이 배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들인 것 같아 좋은 구경을 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은 육지에서의 식사시간대보다 훨씬 빠른 오후 4시 50분경에 시작되었다. 엑스포 관람을 충분히 하기 위하여 짜여 진 식사시간이라 했다. 인원이 많은 관계로 300여 명 씩 나눠 두 차례 식사를 제공한다고 했다. B의 특별 배려로 식단 가까이 좌석이 배치되어 있어서 음식을 나르기에 아주 편리했다. 음식은 비교적 위생적이고 깔끔하게 차려진 뷔페식이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와인을 한잔씩 높이 들고 건배를 했다. 나는 물론 우리 팀들은 점심을 간편식으로 먹었기 때문에 배가 고팠던지 이른 저녁식사였지만 양껏 가져다 먹는 모습이었다. 소주도 몇 병 시켰다.

우리가 준비해 간 그것은 이 식당에서는 반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병당 5천이라는 거금을 주고 사 먹어야 했다. 별 수 없잖은가? 나야 술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싱싱한 생선회나 잘 요리 된 안주꺼리가 많이 있으니 술 마시고픈 사람의 충동을 어찌 참겠는가? 나는 배가 불러왔다.

양껏 날라다 먹었으니 이 부분에 가서는 남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배부르고 등 따시면 됐지 않은가?

오후 6시경. 식사를 하는 중에 이 배는 여수항으로 입항했던 모양이다. 잠시 후에 배가 정박을 하고나더니 곧 하선 준비를 해 안전하게 내려 달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줄을 지어 나가는 입구에서 개인들이 목에 걸고 있는 승선카드에 센서를 갖다 대며 다시 한 번 체크를 했다. 누가 하선下船을 하고 누가 나중에 안 들어 왔는지를 모두 자동인식 센서가 감지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다.

  이 배는 밤 11시까지 엑스포 관람을 하고 다시 배로 돌아와야 하는 일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승객들이 내려서 관람장으로 몰려 나갔다. 여수엑스포관람을 위한 교통수단은 다양하게 준비한 듯 했다. 우리들 같이 선박을 이용하는 방법, KTx를 타고 현장 엑스포역에 도착하는 법, 순천이나 남해, 광양 등지에서 무료로 운행되는 셔틀버스로 진입하는 법 등 편리한 방법이 있고 여수 시내버스는 행사기간 동안은 전 노선이 무료로 운행되기 때문에 그런지 관랑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주말이니 더욱 복잡했지만 우리 팀들의 입장권을 사 나눠 주고 본격적인 엑스포 관람이 시작 되었다.

 

  육로를 따라 여수까지는 승용차로 가도 되는 여행 길이였지만 크루즈여객선을 타고 부산항 수역水域을 지나면서 반대로 처다 보는 생소한 느낌. 이런 여행은 부산에 살더라도 자주 하지 못하는 기회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역시 여행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육지에서 길 따라가는 여행처럼 그렇게 많은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객선을 타고 망망대해茫茫大海를 바라보면서 바다를 경험하는 방법도 여행의 또 다른 이색적인 맛일 것이다. 더구나 오랜 친구들과 만단정화萬端情話하면서 함께 하는 여행길이니 얼마나 즐거운 뱃길인가?

오랫동안 옛 직장의 동료로서 다진 우의를 퇴직 후인 지금까지 관계를 잘 유지하며 지내다가 이번 부부동반 단체여행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고 돌아가 각자 자신의 생활에 활력소가 됐을 것임이 분명하다. 일부 선임 할인 등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해준 친구 B에게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항우회원 여러분! 함께 해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