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수필,시

◇ 소통疏通의 한 방법

이원아 2012. 10. 31. 15:42

 

◇ 소통疏通의 한 방법

 

 

 

        나의 마음은 남과 비교되는 생각을 갖게 되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나의 마음도 평상심으로 살기 어려운데 남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하니 그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평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자기훈련, 이른바 하루에 몇 분간만이라도 명상冥想 같은 방법을 통해 자기 내면과 소통하는 훈련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면역력이 증강되기 때문에 건강에............,   2012.10.10  

 

 

  내가 오래 전에 이명耳鳴 현상이 있어 직장근처의 한의원을 자주 다니던 때, 한의사는 나를 진맥도 하고 여러 가지 진찰장비로 검사를 하더니 나의 체질體質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흔히 태음인이니 소양인이니 하는 사상체질을 이야기해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환자분은 한 마디로 말하면 꼭 겨울잠을 자는 나무뿌리와 같다.”고 말을 시작하더니 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 내내 광합성光合成이나 탄소동화작용을 하면서 모은 영양분을 모두 뿌리 쪽으로 내려 저장해 뒀다가 이듬해 새싹을 틔우기 위한 에너지로 쓴다는 것인데, 마치 내 체질이 그와 같다고 부언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보통 사람보다 고집이 세고 다혈질이라 성질이 급하며 몸에 열이 많은데다가, 모든 기가 아래쪽으로 편향偏向되어 있어서 불균형한 상태인데 반해 정력이 강해 섹스를 좋아하는 체질이고 끈기가 있으며, 앉아 있기보다는 서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유형의 체질이라고 했다. 한의사의 이야기가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묵묵부답으로 내색을 보이지 않고 그냥 앉아 있으니 다시 말을 이어간다.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만 조언하겠다면서 “성희性戱를 할 때는 가능한 섹스장소를 어둡게 하는 것이 몸에 이롭다.”는 권고까지 해 주었다.

 

  그것은 빛이 보통 생각보다는 많이 에너지를 빼앗아가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많기 때문이란다. 또 가능한 하루의 에너지가 수렴收斂되는 시간대, 즉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가 섹스의 최적 시간대라는 말까지 해 주었다. 예부터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事라고 했다. 남녀 간에 어울려 교감하는 일이라 했는데, 정상인 남자가 섹슬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어떻든 나의 성향은 그 한의사의 말대로 섹스를 매우 좋아하는 체질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치료를 열심히 받았던 기억이 난다.

 

  포난사음욕飽暖思淫慾이라. 배부르고 등 따시면 그 다음에는 음욕이 생긴다는 말이니 음욕은 전제조건으로서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로 먹고 사는 것에 신경 쓸 일이 없어 마음이 평안해야 할 것이다.

당장 배가 고파죽겠는데 무슨 음욕이니 뭐니 다른 생각할 여지가 있겠는가? 배가 불러야 딴 생각이 난다는 옛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고 요즘 말로는 남자가 주머니에 돈이 좀 생기면 바람피우려고 유가遊街를 기웃거린다.

 

  인간의 식욕과 성욕, 수면욕과 같은 본능이 이성으로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기 때문이다. 졸리면 잠자고 배고프면 밥을 먹듯이 섹스도 하고 싶으면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본능인 것이다. 정상적인 관계라면 금기시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배고플 때 밥을 먹지 않는 것과 잠이 와도 잠자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섹스는 몸이 요구하는 대로 행하는 일상의 다반사茶飯事와 같은 것이지 결코 특별하거나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 그냥 하고 싶으면 하고 만지고 싶으면 만지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런 성생활인 것이다.

 

  남녀 간의 성희는 꼭 섹스만이 다가 아니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나이와 상관없이 스킨십만으로도 섹스를 한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고 하니 자신이 늙었다는 체념과 패배의식에 지레 겁먹지 않고 성과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상대와 접촉함으로써 나의 정서적 안위安慰를 꾀하도록 노력해야 해야 한다.

 이런 친구 하나쯤 있는 것이 내가 즐겁다는 이유 중 하나가 ‘연애 감정이 없는 연인 같은 이성 친구’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말도 있다.  이성 친구로 그렇게 관계를 유지해가면서 서로 연인처럼 지낸다는 일이 본능을 이겨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으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니 그렇게 어울려가며 산다는 자체가 즐거운 친구사이가 아닐 수 없다.

 

  나도 잘 아는 지인의 맏딸이 천안에서 세계굴지의 유명 모 전자회사에 다니는 총각을 소개 받아 한 동안을 주말부부처럼 올라 다니며 교제하던 결혼 적령기의 예쁜 처녀가 있다. 편모偏母 가정이지만 지방에서 대학을 나와 그 나이가 먹도록 워낙 말 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교적이지 못해 연애 한 번 못하다가 처음으로 남자를 소개 받아 교제하느라 먼 길을 마다않고 사귀는 걸 본 주변 사람들은 이들의 교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격려해 주었다고 한다.

 

  양가에 서로 소개까지 할 정도로 진전되진 않았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곧 결혼 할 것 같은 분위기로 상당기간 주말을 틈타 교대로 오르내리며 교제를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만 근래 헤어졌다는 말을 지인이 나에게 해 왔다. 그녀 왈 “짐작컨대 딸아이가 자길 닮아서 그런지 아주 고지식固知識해서 남자 아이가 원하는 대로 호락호락하게 말을 듣지 않아 헤어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즉 “알만큼 알 정도로 사귀었으니 아마도 만날 때마다 섹스를 요구했는가본데 그때마다 딸아이가 거절하자 자길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 그만 토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우리 세대 같으면 남녀가 한 방에 함께 잠을 잔 것만으로도 소문이 나면 ‘이제부터 나는 당신 것이고 난 그대를 책임지겠다.’라며 사귐을 이어가다 결혼을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용인되는 시대였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과 관계없이 섹스만 즐기다가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헤어지는 걸 보면 한 세대 차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세대차世代差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몸만 탐하려는 상대의 욕망이 주원인이랄 수도 있겠지만, 딸아이는 이런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갈라섰다고는 하나 어쨌거나 사랑의 상처를 안고 이 시골처녀는 짝 만들기에 실패한 경험을 했다.

 

  내가 보기에도 웬만한 젊은 남녀 사이는 마치 지남철指南鐵 같아서 만나기만 하면 그저 달라붙어 만지려 들거나 몸을 탐하려 들것인데, 한 쪽이 일방적으로 원하는데, 다른 쪽에선 한 침대에 잠까지 자면서도 그걸 들어 주지 않으니 이 총각은 남자로서 참지 못하고 애만 태우다 토라져 결별訣別을 쉽게 결정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그러니까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소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불통이 되어 관계가 두절돼 부부의 연으로 맺어질 사이가 다시 남남으로 돌아간 것이다.

 

  지인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사랑의 가슴앓이를 심하게 앓고 있는 중이라 엄마로서 보기에 안쓰럽고, 아쉽게도 서울 사위 보겠다는 희망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에겐 흥미롭게 들렸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이 아가씬 처음 이성을 만나 사랑이 무엇인지 남자가 무엇인지 하는 등 가슴 아픈 경험을 했을 것이다. 아픈 만큼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남자를 보는 눈이 틔어가는 것이니 당장은 사랑의 상처가 깊더라도 그런 면에선 그만큼 성숙되는 것이니 다른 좋은 남자를 만나 자신이 바라는 대로 시집간다는 청첩장을 받길 기대하고 있다.

 

  오래 전에 나의 이명을 치료해줬던 한의사는 그가 배운 오행으로 나의 체질을 알려주며 모든 병은 대부분 마음으로부터 오는 것이니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통을 잘하도록 해야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고 따라서 이명 같은 골치 아픈 병들이 잘 생기지 않는다고 일러 주었다.

 

  나의 마음은 남과 비교되는 생각을 갖게 되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나의 마음도 평상심으로 살기 어려운데 남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하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평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자기훈련, 이른바 하루에 몇 분간만이라도 명상冥想 같은 방법을 통해 자기 내면과 소통하는 훈련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면역력이 증강되기 때문에 건강에 유익하다고 한다. 냄비처럼 빨리 끓다 식어버리는 식의 요즘의 청춘 남녀 간의 사귐에 있어서도 단 둘이 하는 일이니 헤어지는 극단의 방법을 택하지 않고 어떤 방법이던 다른 소통의 문제로 쉽게 해결할 길은 있었을 것이다.

 

  위의 경우 일방은 요구하고 타방他方은 거절하는 방법은 경험이 적어 서로를 아직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한마디로 소통기술의 미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감식飢者甘食이라. 배가 고픈 사람은 밥을 달게 먹는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다른 것은 좀처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먹을 것만이 유일하게 원하는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그걸 찾으려고 껄떡거리는 그런 사람에게 밥을 준다면 그는 그 밥을 맛있게 먹고 고마워할 것이다.

 

  상대가 무얼 원하는지 잘 아는 것은 소통의 실마리가 된다고 한다. 상대가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다른 쪽에서 생각하고 있으면 헛다리짚는 꼴이 되어 소통은 어려워진다.

  남의 처지를 이해하는 일, 마음을 편하게 갖는다는 것,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남을 먼저 배려한다는 것, 낮은 자세로 산다는 것, 덜 가진 채로 산다는 것, 덜 배운 대로 산다는 것, 늘 웃으며 밝고 명랑하게 산다는 것, 누굴 위해 봉사하는 일, 사심私心 없이 산다는 일.................,

  세상 살면서 모든 것을 경험한다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고 더구나 그 중에 하나라도 남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는 일은 참으로 용기 있는 일이다. 상대와 소통을 원하거든 그가 누구인지를 먼저 알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는 일이 소통의 실마리가 된다.

 

  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고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의 사회구조상 학연, 지연, 혈연을 내 세우면 상대를 아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소통은 불통이나 먹통의 가장 적절한 치료제이다.  소통한 후에는 무엇을 원하는 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짐작하고 섣불리 대쉬하다 보면 오히려 부작용만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 인간관계이다. 그러니 그가 밥을 원하면 밥을 주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닫혔던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상대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固定觀念이 사라져 나와의 관계가 원만해진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줘라. 소통의 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