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수필,시

◇ 잔병치레

이원아 2013. 3. 13. 10:27

 

◇ 잔병치레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눈으로 내 몸과 통하면 통즉불병通卽不病이라 하여 병에 잘 걸리지 않을뿐더러 병에 걸려도 치병이나 극병의 과정을 겁내지 않고 오히려 오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시사여생視死如生, 생과 사를 같이 본다거나 시사여귀視死如歸, 즉 죽음을 그냥 집에 돌아가는 것으로 본다는 말을 깨닫기 어려운 일이지만, 생을 마칠 때까지 무병無病하면서 산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2012.02.21

                                                                       

                                <동호회 같은 모임을 통해 그들과 어울리며 나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는 일도 삶이 외롭지 않다>

△정지용문학관에서...

동호회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자

 

 

 

  요즘 모임에 나가면 주로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제 모두 인생을 논할 정도의 나이가 된지라 옛 직장의 지인들의 부고訃告를 받을 때마다 그가 어떤 병으로 어떻게 돌아가셨다는 이야 기가 당연히 관심이 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젊은 날은 걸핏하면 무슨 무용담처럼 주색酒色 이야기나 놀음,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가 대화의 주제였는데, 요즘은 대화의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건강’으로 바뀌어 제 일 순위로 등극하게 되었다.

 

  법률상 만 65세가 넘으면 이제 노인의 부류에 속하기 때문에 자신은 부정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노인이 될 수밖에 없는 나이들이 됐으니 나이에 걸맞게 건강은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이다. 물론 건강의 기준이 어떠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은 병 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모임 자리에 나와 저마다 건강비결을 나름대로 갈하다 돌아가는 모양이 보기 좋은데, 이야기 중에도 역시 암癌이라는 병에 관하여 관심이 많다.

요즘 무슨 유행처럼 TV채널을 돌리기만 하면 마치 암보험 하나라도 들어 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카피가 나오는데, 이런 광고의 멘트를 들을 때마다 오히려 무슨 큰 병이 들 것만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나이 들어서일까?

 

  정말 짜증나기 때문에 채널을 냉큼 돌려 버린다.

  요즘 의술이 발달되었다고는 하나 역시 암은 곧 죽음이라는 의식들이 가시지 않은 것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에 대한 공포가 크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일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암은 정말 무지막지한 놈이다.

  암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으로 인해 주인이 죽으면 저도 함께 죽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주인의 체내에 자생하면서 주인을 막무가내莫無可奈로 괴롭힌다.

따라서 괴로워하는 건 주인이다. 그놈한테 걸리면 암의 주인은 사활死活이 걸려 있기 때문에 그걸 죽이려고 사투를 벌인다.

  사람은 암과의 싸움에서 이기면 생명을 이어갈 수 있지만 암은 사람이 죽으면 제 생명을 부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저 죽을지 모르고 날뛰니 그를 죽이려고 사람들은 그 많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그를 죽이려고 적극적인 치료법을 택하는 것이다.

 

  ‘잔병치레 잘하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즉 ‘일병一病은 장수요 무병無病은 단명短命한다.’는 말과도 같은 의미다.

  대체로 무병장수는 누구나 바라는 희망사항이지만 그런 사람은 불과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장수 노인들도 대부분 작은 병 하나씩 가지고 치병治病과 극병克病의 과정을 거치면서 일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무병하면서 살고 있는 장수 노인은 보기 드물다는 것이다.

  득병得病한 사실을 알고 적당히 치료를 하거나 그 질환을 간직한 채 병에 대해 체크해 가면서 건강관리를 하면 오히려 그 병으로 인해 천수를 누린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건강에 관한 한 자신이 있어 병원 한 번 가지 않았다고 객기부리며 장담하던 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버리는 때가 있는데, 이는 정말로 자기를 다 알지 못해서 생기는 시행착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잔병이 단명보다 낫다는 것이다.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할 외손녀가 잔병을 자주 앓아 제 부모나 친․외할아버지의 애간장을 태우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잔병을 잘 관리하면 커서 큰 병에 잘 안 걸린다는 말로 위안을 삼지만 당장은 앓고 있는 피붙이를 처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 편찮은 일이다.

 

  ‘등 굽은 나무가 종묘宗廟 지킨다.’는 말과 같이 구부러진 나무는 목재로서 쓸모가 적어 사람들의 관심 밖 일 것이니 그 나무 입장에서 보면 등이 구부러진 것이 오히려 오랫동안 생을 이어가는 태생胎生이 되는 꼴이다. 인간들도 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등 굽은 나무처럼 어느 정도는 병과 타협하면서 살아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일찍 베어지는 곧은 나무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대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선인禪人들은 “자신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하고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렸어도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라고 한다. 누구든 자신의 눈으로 자기의 눈을 처다 볼 수는 없다. 오로지 거울을 통해서만이 자신의 눈을 볼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형상形象으로 보이는 겉모습만 보일뿐 자신을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통즉불통通卽不痛이요, 통즉불통痛卽不通이라는 개념은 동양의학의 보서寶書인 동의보감에 깊이 내재된 의학적 통념이라고 한다.   즉 모든 병은 통하면 아프지 않고 아픔은 불통해서 생긴다는 것이다. 내가 한의사가 아니라도 글자만 보면 통한다는 것은 내 몸 안의 순환을 뜻하는 말인 것 같은데, 어찌 생각하면 모든 아픔이 잘 돌지 않아 생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눈으로 내 몸과 통하면 통즉불병通卽不病이라하여 병에 잘 걸리지 않을뿐더러 병에 걸려도 치병이나 극병의 과정을 받아들여 관리함으로서 오히려 오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시사여생視死如生, 생과 사를 같이 본다거나 시사여귀視死如歸, 죽음을 그냥 집에 돌아가는 것으로 본다는 말을 깨닫기 어려운 일이지만, 생을 마칠 때까지 무병無病하면서 산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 가지는 마음가짐만이라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기의 건강을 유지한다면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보통 사람은 눈으로 자신과 통하는 방법을 알 수 없으니 이래저래 나이 들어감을 서글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만 착잡해 진다.

 

  여자 나이 50이 넘으면 예쁘고 미운 얼굴이 없이 그저 울 어머니 얼굴처럼 둥실하니 그렇고, 경로당 가 놀 정도의 나이가 되면 많이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의 변별辨別이 안 간다고 한다. 가방 끈의 길이는 이곳에선 안 통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망칠望七의 나이라 잘 모르겠으나, 인생 나이 고희古稀를 넘으면 이성의 벽이 허물어지는

때이라 남녀로 구분되지 않고 모두 늙은이가 될 뿐이란다. 대충 이 때는 세상 떠나가는 순서도 무너진다고 한다. 조금 더 살아 희수喜壽의 나이가 넘으면 안방에 누워있는 산 영감이나 죽어 산에 누워있는 영감이나 다를 게 없단다.

 

  그러니 한 살이라도 더 늙기 전에 남녀 가리지 말고 부담 없는 좋은 친구로 사귀어 손을 잡자하면 손을 내 주고 산이 부르면 산으로 가고, 바다가 손짓하면 바다로 함께 가자. 누군가 나를 만나자고 하면 그가 기다리지 않도록 시간 맞춰 얼른 나가서 반갑게 맞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누가 가만히 있는 나를 불러내 따뜻한 식사자릴 함께 해줄 것인가? 그와 만나는 그 자체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고 이렇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자리는 두고두고 즐거운 대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거기가 바로 파라다이스다. 행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돈 문제만 아니라면 그도 즐겁고 나 또한 즐거우니 그 자리는 서로 간에 살맛나는 자리 아닌가?

함께하지도 않으면서 “영감탱인 역마살이 끼어 집 밖으로만 내돈다.”고 아내가 지청구를 해도 신경 쓰지 말고 가능한 밖에 나와 활동하게 되면 비타민 D가 보충되어 우울해지는 기분도 사라지고 치매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변변한 벌이 없이 집안에서 빈둥대며 세끼 밥만 축내는 삼식이 소리 안 들으려면 무엇이던 찾아 밖으로 나와 활동해야 한다. 하다못해 빈 배낭이라도 걸머메고 산행을 하든가 좀 더 적극적으로 근처 자치센터의 문화교실을 가서 무엇 하나 배워도 좋고 봉사단체에 가입해 나눔을 실천하는 일에 적극 참여하여 활동해도 좋다.

 

  나와 같이 하던 취미생활을 마음껏 하는 일은 더욱 좋다. 특히 취미생활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해도 지겹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진다. 이왕이면 함께하는 동호인들과 어울려라. 그들과 금방 친해지면서 새로운 친구 사귀기가 쉬워지니 이 또한 새로운 세계의 또 다른 생활이 열릴 것이다. 남은 인생 즐겁게 살다가는 좋은 방법이다.

 

  이 세상 함께 부대끼며 살 땐 좋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없이 이승을 훌쩍 떠나는 친구를 보며 안타까워하지 않았던가? 그가 세상을 버릴 적에 돈과 명예, 사랑과 미움, 어느 것 하나 가져간 것 없이 내 빈손바닥 보라며 내보이고 가지 않았던가? 결국 우리들도 언젠가는 그렇게 가야할 길이라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일이다.

 

  세상이 아무리 팍팍해도 남은 세월만이라도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고 이왕 사는 것 그냥 살지 말고 재미나게 살자. 폼 나게 사는 것보다 즐기며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다. 자신의 눈으로 나를 돌아보고 내가 찾은 인생길 위에서 나와 함께하는 동반자를 찾아보라. 마음과 몸이 그렇게 안 된다 하지 말고 두드려 보자.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다. 시작을 해야 답이 나온다.

직장을 통해 친분을 맺고 모임에 나온 옛 동료들의 이야기도 오랜 세월을 함께 해준 서로에 대해 고마워했다.

 

  “지난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남은 세월 처다 보니 길어야 2십 년 세월도 그렇게 빨리 닥아 올 것 아니냐? 오는 세월 늦출 장사 없으니 우리 사는 날까지 즐겁게 건강 지키며 한결 같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는 내용을 끝으로 건배를 하면서 헤어졌다.

  “당신들이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 어울려가며 남은 인생 건강하고 재미나게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친목회나 문학회, 동창회 같은 이런 모임을 통해 누구와 어울려 산다는 일은 자신의 존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자득自得하게 되는 단초가 되고 그러면 생활이 팍팍하지 않고 외롭지 않아서 신바람 나는 삶이 되는 것이다.

 

  아직도 살아가야 할 시공時空들이 많이 남아 있다.

  건강은 누가 시킨다고 안 하던 짓 갑자기 할 수도 없고 누가 시켜서 하면 더욱 하기 싫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필자의 경우, 30대 후반에 심각한 간질환을 얻어 수 십 년간 치병하면서 지금까지 잘 살아 온 것은 내 나름대로 병치레를 잘 해서였고 앞으로도 흐트러지지 않는 절제된 생활이 나의 건강한 노후를 보장해 줄 것으로 믿는다.

 

  누구나 건강하고 싶은 마음이야 하나 같이 원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건강할 수 없는 노릇이고, 또, 다른 사람 누가 내 건강을 책임져 주지도 않는다.

내가 건강을 잃으면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가족들도 괴로운 일이지만 자신은 더욱 무기력해지고 고독이라는 또 다른 병에 걸리기 쉽다.

고른 영향섭취와 적당한 운동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자. 또 이웃에 장수노인이 계시다면 그에게서 건강비결을 잘 살펴보고 들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생활해 오고 있는 방법을 잘 살펴 그 속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건강 비책을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나 자신에게 맞는 건강비결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때에 건강검진을 받아 잔병이 발견되면 적당한 병치레를 잘하자. 잔병 걸려도 오래 사는 비법일 수 있다.

 

  사람마다 사는 방법과 살아가야 할 가치관價値觀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도 아닌 주제에 한 잣대를 놓고 건강을 이야기 하는 일도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적용해도 맞는 명언이니 총론이야 그렇다 치고 각론各論에 가서는 자신의 몸에 맞는 건강수칙 대로 꾸준히 실천하는 일만이 오래 사는 길이다.

  친구들아 힘내라!

  우리들의 건강한 늙음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