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수필,시

◇ 손녀의 문자메시지

이원아 2013. 4. 9. 13:35

 

◇ 손녀의 문자메시지

 

 

 

 

                                                                    “휴대폰을 올바르게 사용을 할 줄 알고 공공장소 등에서의 예의범절 등을 스스로 잘 지킬 만큼 성장했을 때 소지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아이를 키우는 자식들은 내 생각과 다르니 이해할 수가 없어도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하여튼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소지하는 것에 대하여는 부정적否定的인 생각이다.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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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skt 통신사를 이용하다 이번에 LG U+로 바꿨다.>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보통은 ‘연락 바랍니다.’라고 오는데 부탁드린다고 하니 순간 이상한 문자인가 싶어 받지 않고 그냥 두었다.

그래도 누굴까 궁금하기도 해 붕어 몇 마릴 낚고 있다가 “누구세요?”라고 답신答信을 보냈더니 얼마 후에 회신이 왔다.

“할아버지, 뭐하세요?”

누구라는 대답도 없이 다짜고짜 뭐하냐고 묻는다.

“어? 네가 누군데 나보고 할아버지라고 하는데?”

“히히, 소민이예요, 할아버지. 아빠가 오늘 핸드폰 선물해줬어요.”

 

  소민이는 이달 3월에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새내기 외손녀다.

아직도 산속 낚시터는 찬 기운이 남아 있어 텐트를 처 놓는데 텐트 가득 문자메시지 알림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시각에 나한테 문자가 오는 일은 누구 부고訃告가 아니면 잘 안 들어 올 시각인데 전화길 열어 보니 뜬금없이 연락을 부탁드린다는 메시지였다.

메시지의 주인공이 외손녀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메시지 가지고는 성이 안차 얼른 전화를 걸었더니 손녀가 받으며 전화길 선물 받은 것에 대해 흥분이 되어 좋아라한다.

 

  “네가 벌써 전화가 필요하니?”

  “네, 할아버지. 있어야 해요.”

지 부모가 알아서 챙겨 줬겠지만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나와 세대차이가 있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선뜻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손녀가 외할아버지인 나와 직접 의사소통하는 수단이 생긴 셈이니 나는 작은 충격으로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지금 뭐하세요?”

“할아버지는 지금 낚시하고 있다.”

“낚시요? 할아버지는 소민이가 좋아요, 낚시가 좋아요?”

다짜고짜 질문을 던진다. 아마도 제 동생들 돌봐주러 가 있는 외할머니나 제 엄마가 뒤에서 무어라 이야기 해주는 어투처럼 보인다.

“할아버지는 소민이가 제일 좋고, 그 다음에 낚시가 좋다. 소민이 사랑해”

아직 자판字板을 다루는 속도가 느려 그런지 송신送信을 하면 한 참 있다가 회신이 온다.

“히히. 할아버지 나도요.”

소민아, 나도요가 아니고 저도요라고 하는 거야. 알겠지?”

“네. 할아버지”

 

  짬짬이 낚여오는 붕어의 입질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계속해서 문자음이 울려댄다. 떡밥이 잔뜩 묻은 손으로 전화길 열려고 하니 조금은 복잡해진다. 손을 물로 씻고 딱은 후에 만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러니 좀 번거롭다.

이 할아버지와 주고받는 메시지가 신기했거나 재미가 있어서 그럴 것인데 일일이 답을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할아버지, 내일은 할아버지 댁에 갈 거예요. 추신 : 이다음에는 할아버지가 저희 집으로 오세요.”

“그래, 그럴게”

“할아버지 낚시 많이 하세요.”

 

  대답을 보내고서도 길게 여운이 남는다.

  추신이라는 이 어려운 말을 갓 입학한 초등생이 서슴없이 쓰고 있다니! 대견하다고 말해야 할지 어른스럽다고 말해야 할지 솔직히 그냥 그저 덤덤해 지는 기분이었지만 입가엔 미소가 자꾸 인다.

작은 공간에서 손녀와 이런 저런 이야길 하는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으니 낚실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있는 사이 점심시간이 되었는지 식당 아주머니가 “충청도 할아버지, 식사하세요!”하는 말이 낚시터 가득 들려왔다. 한 쪽 귀로 들으며 얼른 미끼를 다시 달아 던졌다.

 

  얼른 한 마리 낚아 손맛보고 가려는 속셈으로 찌만 응시하고 있는데 붕어가 내 의중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이 그만 찌가 깜박하고 물속으로 잠겨든다. 이 순간을 놓칠 수 없는 법. 때맞춰 제법 씨알 좋은 떡붕어가 힘 좋게 끌려 나오니 기분이 몹시 상기되었다. 전화길 들고 식당으로 갔더니 이 낚시터의 연회원으로 등록하고 다니는 4살 연상의 K 사장이 먼저와 자릴 차지하고 있었다.

조금 전 텐트 속에서 일어난 외손녀와의 이야길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잔잔한 충격을 받았다고 하니까,

 

  “ 사장도 이제 귀찮아 졌네. 우리 손녀는 지금 중학생인데 핸드폰을 사 메시지를 처음 하는 그때 메시지를 자주 보내는 바람에 저의 서울 사는 고모들이 한동안 귀찮아했다는 소릴 들었다.”고 말하고선 그도 씩 웃는다.

  “그 어린 것이 오죽 신기했으면 그러겠냐?”고 하면서 어떤 때는 귀찮게 군다는 말로 나의 말에 응수를 해준다.

 

  요즘 자식들은 부모에게 직접 이야기해야 할 말도 문자메시지나 한 방 날려버리면 지 할 일 다 했다고 하는 판국인데, 손녀로부터의 받는 메시지는 처음 겪는 일이라 작은 충격과 함께 잔잔한 감동이 일었으니 자식 다르고 손녀 다르니 이게 세대차이가 아닌가 모를 일이다.

날씨는 봄기운이 완연한데 수온은 금세 오르지 않아서인지 오전만큼 입질이 잦지 못하고 점점 까칠해 졌다.

 

  물 가운데 부잔교浮棧橋위에서 함께 앉아 낚실 하는 꾼들도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해 저마다 말들은 하고 있었지만 물속 붕어의 사정을 잘 모르니 그냥 추측일 수밖에.

 오후가 되어서도 가끔씩 울려대는 문자음을 보고 응답해 주느라 낚실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오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낚시장비를 챙겨 집으로 돌아와 정리하고 있는 데 문자음이 또 들려온다. 오후 4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할아버지, 지금도 낚시하세요?

  “이제 집에 가려고 한다.” 한참 있더니, “할아버지, 잡이 아니고요 집이라고 해야지요. ㅋㅋ”

나는 감으로 자판을 눌러 대는데 요즈음은 조금이라도 빛이 없으면 자판이 잘 안보여 엉뚱한 글자를 눌러 상대방으로부터 오해誤解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아마 내가 ‘집’을 ‘잡’으로 잘 못 보내졌던 모양이다. 글자의 점 하나 때문에 순간 손녀에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작은 충격이 일었지만 입가엔 엷은 미소는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제 학교에 막 들어간 처지이니 글자 하나라도 정확하고 바르게 알 수 있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손녀로부터 한 수 배운 꼴이 되었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우리 몸에 해롭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직 절제節制를 모르는 철부지 초등생들의 휴대폰 사용은 게임이나 친구들과의 문자, 장난 등 부정적인 요인이 더 많고, 공부에도 지장이 있다고 해서 초등생들의 휴대폰 소지所持를 반대한다는 학부모가 70% 이상이라고 하는데 나도 동의하고 싶다. 물론 어쩌다 한두 번 필요할 경우도 있겠지만 그 것 때문에 꼭 핸드폰을 줄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올바르게 사용을 할 줄 알고 공공장소 등에서의 예의범절 등을 스스로 잘 지킬 만큼 성장했을 때 소지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아이를 키우는 자식들은 내 생각과 다르니 이해할 수가 없어도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하여튼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경쟁적으로 소지하는 것에 대하여는 부정적否定的인 생각이다.

 

  오늘 부로 전화부에 박소민이라는 새로운 전화번호를 추가로 저장해 놓으며 할아버지라고 제일 먼저 문자를 띄워준 손녀가 귀엽기도 하지만 일면 씁쓸해 지는 감정이 교차되면서 나를 헷갈리게 한다.

  참 대한민국 IT강국에서 태어난 어린아이들이라니 이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어떤 문화적 충격이 있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잔병 치례하느라 마음고생을 어지간히 시키더니 어쨌거나 이제 이 만큼 자라 할아버지와 소통하려고 하는 옥엽玉葉 같은 내 새끼, 그래 이왕 가진 거 할아버지와 많은 이야기 나누며 지내자.

소민아!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