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호남수필문학기행
◇ 영․호남수필문학기행
<전남 곡성지방을 중심으로>
“필자는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곡성에서 발간한 재미난 책 한권을 읽고 가는 기분이다. 여행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 지방의 문물을 아는 계기도 되는 것이니 갈 수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가 보고 느끼며 배우는 계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 <2014.10.5>
<곡성 태안사 대웅전 전경>
이번 문학기행은 전남의 곡성에서 개최된 영․호남 수필문학협회 총회 에 참석하고, 그 이튿날 부산으로 돌아오면서 곡성지방의 문학관을 들러보고 지역의 명소를 찾는 것으 로 문학기행을 시작했다.
9월 28일, 9시가 되자 오늘 행사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는 곳은 어제 묵었던 (구)곡성역 기차마을에서 단군성전으로 출발하는 것부터다.
버스에 오르자 안내원이 설명을 해대며 단군성검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했다.
단군성전檀君聖殿은 등록문화제 제228호로서 단군왕검의 영정이 모 셔져 있는 곳인데, 읍내 가까운 곳 에 있었다.
일제 강점기 3.1운동 당시 곡성에서 만세를 주도했던 신태윤(1885-1961) 의사가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건립한 성단으로서 잘 지어진 공원 맨 위에 맞배지붕으로 단장돼 있었다.
일행 모두는 문화 해설사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 영정을 바라보니 역시 나라를 세운 인물답게 의연한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목례로서 예를 정중하게 올리고 다시 버스에 올라 처음 출발했던 기차마을(등록문화제 제122호)로 돌아와 내려놓으니 일행들이 옛 증기기관차를 배경으로 추억의 기념사진 박기에 여념이 없는데도 문화 해설사가 나와 여러 가지 설명을 돕는다.
먼저 안내원은 역 맞은편에 있는 장미정원을 손 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해 준다.
장미정원:이 기차마을 앞에 조성된 약 40,000㎡ 면적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04종의 정원 장미품종을 확보하고 해마다 축제를 연다고 했지만 이곳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기차마을:서서히 출발하는 이 기차는 가정역까지 왕복 약 20km를 달리면서 섬진강 변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곡성의 면모를 내다보게 되는 여행 코스인데, 안내원은 장미정원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해 준다.
달리는 기차는 지나는 곳마다 도깨비 마을 같은 전설이 어린 곳이라든지, 심청이 마을 이라든지 하는 곳곳을 소개하는 해설자의 목소리가 다정하게 들린다.
밖을 내다보며 수시로 변하는 강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고 있는 사이 별사탕과 같은 추억의 과자들만을 모아 손수레에 가득 싣고 들어오는 점원의 모습에 모두를 환호하며 박수를 보낸다.
이런 것들을 파는 것은 물론 함께 서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찍고 하는 행동들이 밉지 않고 호감이 가는지 다들 한 봉지씩 사들고 옛날을 추억하며 아이들처럼 먹는 모습들이 옛날로 돌아간 듯 순진해 보였다.
점원은 물건도 팔지만 곡성지역의 관광안내자로서 중간 중간 지역의 명소를 안내하기도 하고 묻는 말에 일일이 대답을 하는 등 특히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간만에 원음으로 듣는 기분은 정말 구수했다.
“우리 곡성 좀 널리 홍보해 주시고 이다음에 또 곡성으로 놀러 오세요.”
이곳은 ‘가정녹색농촌체험마을’이 있는 곳으로서 섬진강 줄기 212km 중 가장 아름다운 협곡에 자리 잡은 마을이라는데, 우리 일정 상 시간 부족으로 들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필자 단독으로라도 이곳만은 꼭 들러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체험해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가정마을 강변에 자리한 곡성섬진강천문대가 있는데,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작한 600mm천체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 중견 사진작가이자 한 국비경 촬영 단장이기도 한 김종 권 작가가 평생 동안 촬영한 우리나라 산과 강, 바다, 섬(특히 독도)에서 찍어 모아 둔 사진들을 전시하고, 그가 직접 나와 사진에 대한 배경과 기법 등을 마이크를 잡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사진이나 수필이나 같이 예술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장르에서 그가 일궈 낸 사진들은 정말 한국의 비경이 아닐 수 없고, 작가다운 면모가 작품 하나하나에서 그의 혼이 나오는 것들이어서 눈으로만 보는 우리 관람객들이야 그의 그런 고뇌와 고통을 얼마나 이해하겠는 지가 의문이 든다.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작품 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점에서 예술가의 그 순수한 정신은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태안사泰安寺는 곡성군 죽곡면 에 있는 1000년 사찰로서 이 나 라 불교의 선문 아홉 가지의 하 나인 동리산파의 본산지로 근처 유명한 선암사, 송광사, 화엄사, 쌍계사 등을 거느리고 꽤 오랫동안 영화를 누렸던 도량으로 혜철선사와 도선국사가 득도한 정량수도의 도량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은 사찰로서 문화재 자료 23호로 지정 되어 있고, 경내에는 태안사 바라 등 9점의 문화재가 있다.
경내를 들어서는 1.8km의 계곡은 진입부터가 그 울창한 숲으로 인해 음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입로 자체가 정비되지 않아 협소하기 때문에 출입이 다소 어려운 점은 있지만, 봄의 신록을 비롯해 여름의 시원한 계곡물과 울창한 녹음, 가을철에는 짙게 물 들은 단풍이 아름다운 산책로로도 유명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안내원은 입이 닳도록 설명을 해댄다.
필자는 이 지역의 웬만한 큰 사찰은 관광차 거의 들러 보았지만, 이런 유명한 절이 산세와 어우러진 깊숙한 곳에 고즈넉하게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전라도 생활을 마쳤는데, 이번 기회에 아주 좋은 사찰 하나를 알고 돌아가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조태일시문학관 :조태일(시인,곡성출생,1941-1999) 은 이곳 태안사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버질 아버 지라 부르지 못한 유년시절이 있 었다고 한다.
안내원 말에 의하면 그가 어릴 적 아버질 스님으로 둔 덕분에 법당 안 불전에 자주 들어가 놀고 했는데 어릴 적에도 시인으로 태어 날 조짐이 있었다고 설명해주면서 그가 어릴 적에 부처님과 눈싸움하면서 읊었다는 시 한 수룰 낭송해 준다.
이 시인의 면면은 잘 모르겠으나 안내에 따라 설명을 듣고 벽에 걸린 시화들을 읽어보니 지역과 나라를 위한 민족시인임에는 틀림없다.
기념관은 2003년 곡성군 주관으로 개관한 문학관이라 하는데, 건축학적으로 볼 때, 반 지하형태의 외형을 가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제1호 본상을 수상한 건물이다.
공학도인 필자의 견해로 볼 때 낮에는 자연 채광으로 기념관 내부를 둘러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 건축학적으로도 특별한 가치가 있는 전시공간이다.
개인적으로 기념관을 갖춘 기념관이 흔치 않은 일이나 지역의 문학도를 길러야 한다는 취지의 기념관을 지방자치 예산으로 건립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런 문학관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도시 사는 사람에서 나올 수 있는 작품이 있고 시골에서 사는 사람에서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 있겠으나 공통점은 고향과 지역을 사랑했던 작가정신을 기리려고 문학관을 소중하게 지키는 사람들의 열정 또한 대단한 애향심이고 문학도라는 점이었다.
인구 3만이 겨우 넘는 시골의 작은 도시에서 조상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고양하기위해 문학관 등을 건립하여 후세들에게 애향정신과 문학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관광테마로 만들어 놓고 지방을 알리려는 노력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오후 3시 경, 이제 점심을 먹고 늦지 않은 시간대에 부산 으로 돌아가야 할 시각이다.
국도 18호선을 따라 이곳저곳에 들러 오는 중에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때이다.
석곡, 이곳은 예부터 흑돼지고기가 유명한 고장이다.
마침 대황강 자연휴식공원에서 개최되는 ‘코스모스축제’ 마지막 날 이곳에 도착하니 천변에 즐비하게 가설되어있는 천막 안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예약된 천막을 찾아 들자 준비하고 있던 메뉴에 따라 거한 점심상이 차려졌다,
얼른 흑돼지 숯불구이 한 접시를 비우고, 여성 장사를 뽑는 모래판 씨름장 스탠드에 서서 한참 흥미롭게 구경을 하고 있는데, 빨리 오라는 소집전화가 울린다.
이곳은 필자가 거의 해마다 들러 코스모스 향에 묻히려고 즐겨 찾던 곳으로 올 해는 못 와봐 서운했는데, 이 기회에 와 맛있는 점심을 먹고 돌아서는 것으로 해야 했다.
자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났으니 돌아가야 할 일만 남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방에서 축제의 마지막 날을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듯 교통량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버스에 모두 오르자 모든 일정을 의미 있게 끝내고 돌아가는 여행길이 모두 즐거워 보였다.
필자는 처음으로 참가한 수필문학회이기 때문에 이번 문학기행을 통해 낯선 사람들과 일면여구一面如舊처럼 사귀는 기회가 되었고, 옛날 이 지방에 살던 때 와보지 못한 여러 명소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점에 대해 이번 문학기행의 의의를 두고 싶다.
필자는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곡성에서 발간한 재미난 책 한 권을 읽고 가는 기분이다.
여행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 지방의 문물을 아는 계기도 되는 것이니 갈 수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가 보고 느끼며 배우는 계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
‘보는 만큼 안다.’고 문학을 하는 사람은 이런 모임에 적극 참가하여 자신의 견문을 넓히는 일에 충실할 필요가 있고, 오가며 동호인들과 교감하는 일도 수필 소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니 만큼 권장할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