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너레이터 같은 사람
◇ 제너레이터 같은 사람
“모진 바람이 불 때야 질경이 풀이 강한 줄을 아는 것처럼 어렵고 곤란한 처지를 겪어봐야 인간 삶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데, 부모가 갖은 역경을 다해 노력하여 이룬 열매만 따 먹으려는 젊은 자식들이 많다는데서 염려가........,” 2015.07.17
썰매와 함께 팽이는 겨울철에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던 대표적인 장난감이다. 물론 옛날 필자의 유년시절 이야기지만, 팽이 하나만 있음 겨우내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면서 조금 넓은 곳이나 또래 동무들이 모이는 마당에서는 누구든지 꺼내 팽이를 돌리며 시간을 보냈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빨리 말라 팽이를 칠 수 있도록 마당을 쓸어 놓고 기다리기도 했었다.
물론 재미있기는 얼음판에서 돌리는 팽이 치는 놀이가 재미있었다. 닥이 미끄럽지만 부자유스런 자세로 힘 있게 내리치는 팽이만큼 빨리 오래 돌기 때문이다. 보통은 얼음판에 돌려놓고 채찍 같은 것으로 치는 나무 팽이를 생각할지 모르지만, 후에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개량형 팽이가 생각난다.
팽이에 줄을 주먹 가득 부피로 돌돌 감아서 샥- 던지면 땅에 떨어진 팽이는 그 원심력으로 쌩쌩 돌아가는 데, 우직하게 나무로 만든 내 팽이보다는 잘 돌고 치는 방식도 달라 그 팽일 갖고 싶어 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작은 팽이는 미끄러운 탁자나 방바닥에서도 잘 돌기 때문에 추워서 밖에 나가지 못하는 날에 팽이 돌리기는 어른들께 지청굴 들어가면서까지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었다.
힘이 좋은 어떤 친구는 팽일 죽이지 않고 참 오래 돌리는 기술이 있었다.
힘이 좋으니 마구 때리면 팽이는 힘에 비례해서 남들 것보다 더 빨리 그리고 힘차게 오래 돌면서 다른 친구들의 팽이와 부딪쳐 자빠뜨리며 좋아했었다.
필자도 유년시절에는 팽일 잘 돌리지는 못했어도 그런대로 힘 있게 돌려가며 경쟁을 하면서 놀았는데,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몇 번 팽일 치고 나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팽이를 갖고 놀았던 추억이 있다.
팽이는 주로 직접 깎아 만들었는데, 주재료는 송진이 나오는 소나무보다는 오동나무가 좋고 오리나무도 괜찮았다. 이 나무들은 재질이 가벼워 우선 낫으로 깎을 때 힘이 덜 들어야 하고 모양을 예쁘게 내는데도 쉽다. 잘 만들어진 원통형의 팽이나무기 쉽게 닳지 않고 접촉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가운데다 대못을 박는데, 이 못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대못이 그만큼 귀했던 시절이니 팽이가 말라 쪼개지더라도 이 못은 잘 보관했다가 재사용했었다.
요사이 어린이들은 팽일 갖고 노는 걸 볼 수 없다. 아니 조금만 추워도 따뜻한 방에서 여러 가지 놀이기구들을 갖고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놀이 기구는 아니지만 근래는 팽이모양에서 착안해 구조물을 만들어 연약지반을 보강하는 팽이기초공법이 개발되어 간단한 건물 기초 등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지금은 장난감들의 종류나 그 기능면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첨단 제품으로 발달되어 오히려 그 선택에 있어서 헷갈릴 정도이니 굳이 고전적인 장난감을 갖고 누가 놀랴?
한 번 유행하는 그걸 사려고 아이들 손을 잡고 줄을 길게 늘어서서 구매 순번을 기다리는 젊은 부모들을 보면서 선택의 여지없이 팽이 하나만으로도 거뜬히 겨울을 났던 필자의 세대와는 천양지차天壤之差의 거리감이 있다.
필자가 왜 장황하게 팽이 이야길 하느냐하면 이 세상에서 팽이처럼 사는 사람이 있어서다. 팽이채로 때려 돌리는 팽이는 절대로 혼자 돌 수 없다. 누군가 때려주는 팽이채의 에너지만큼만 돌다 넘어진다.
호가호위狐假虎威라. 여우가 호랑이 위세를 부린다는 말인데, 여우가 사는 방법인지 모르겠으나 호랑이 흉내를 내 위세를 부리면 다른 동물들은 얼마나 가관이겠는가를 상상해 보라.
거기에 편승하려고 아부하는 동물들도 있을 것이고, 또 그 꼴이 볼 상 사나워 면전에서는 웃으면서도 뒤에서는 두고보자하는 무리들도 있을 것이니 호랑이 탈을 쓴 여우를 좋게 봐 줄 수 없을 것이다.
호랑이 탈을 쓴 여우처럼 누구 힘을 등에 업고 그걸 이용하려 드는 인간들이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짓을 하는 것이다.
옛날이야기다.
필자는 시골 조그만 지역구에서 당시 힘 있는 정당의 지역구 일을 맡아 선거운동을 하면서 걸핏하면 동네 사람들을 모아 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차려 놓고 이용케 한 힘으로 한 때 잘 나갔던 사람을 알고 있다. 그로 인해 돈도 조금은 벌었겠지만, 멀쩡한 사람도 완장 채워주면 한 끗 발한다더니 그게 뭐라고 정치판에 끼어들어 위세를 부리는 게 가관이더니 정권이 바뀌고 난 그 후 그는 어떻게 됐겠는가?
볼 것도 말할 것도 없이 식당이고 뭐고 그 인생 아니 그의 아들까지도 몹쓸 짓하다 영어의 신세가 되어 남의 지탄이 대상이 됐으니 그에게는 이제 모두가 남가일몽南柯一夢이 돼 제 고향에서 살지 못하고 그 지역을 떠났다고 한다.
어디 이 친구뿐이겠는가? 요사이도 이런 판에 끼어들지 못해 안달인 사람도 있고 이미 경험해 패가망신한 사람들도 있다 .안여위居安慮危라고 했는데, 잘 나갈 때 위기를 생각하지 않고 항상 남의 힘으로만 살았던 사람이 그 힘이 떨어지면 반건달이 되어 딱 쪽박 차기 십상인 것이다. 콩나물 같이 사는 사람도 있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전에는 콩나물이 서민들의 대표적 겨울 채소였지만, 요즘은 일 년 내내 건강식자재로서 인기가 있다. 이 식물은 계속해서 물을 주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 옛날 할머니께서는 일 년에 한두 번 설 명절 같은 때 먹기 위해 며칠 전부터 윗목에 두고 기르시던 콩나물시루는 아무나 보고 물 한 바가지씩 퍼주면서 길렀는데, 어느 때 물 주 길 게을리 해 콩나물이 시들시들한 걸 보고는 “요놈들 잊지 말고 콩나물에 물 좀 주라고 했지?”하시며 역정을 내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제때 물을 얻어먹지 못하면 콩나물 다리에 잔뿌리가 많이 생겨 콩나물로서의 모양은 물론 영양가도 떨어지기 때문에 다 어느 정도 자라 필요할 때 솎아 다 먹기까지는 이 물주길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좀 과한 표현 같지만, 지금 세대에 아버지 등에 빨대를 박아 놓고 필요할 때마다 등골을 파먹으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이 꼭 이 콩나물이나 팽이 같은 유의 사람들이 아닐까?
물론 여러 사정으로 인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코 등을 내 주는 부모도 그 자식도 모두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육신이 건강한 채 과년한 나이에 결혼도 않고 직업도 없는 자식을 무작정 품에 안고 있는 부모도 문제지만, 무슨 짓을 한들 제 한 입 호구지책糊口之策도 없이 부모 등에 업힌 채 팽이나 콩나물처럼 무력하게 살고 있는 자식은 세상을 너무 쉽게만 살려고 드니 한심한 것이다.
누가 나에게 팽이처럼 돌아갈 힘을 주고 콩나물처럼 마실 물을 먹여주기만을 기다리며 제 자신은 자력으로 살려고 노력조차 않고 있는 걸 보면, 국가가 개인을 위한 일자리정책 부재도 있겠지만 일차적으로 본인의 노력부재라고 보는 것이 필자의 사유다.
요즘 대세는 자신의 노후를 생각해 자식들에게 너무 올인 하지 말라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하는 점에서는 필자도 동의하는 쪽이다.
자연의 금수禽獸들을 한번 보라. 어찌 보면 인간들보다도 더 새끼에게 지극정성과 사랑으로 헌신하면서 길러내지만, 때가 되면 제 새끼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몰인정하게 품 밖으로 내 몰지 않던가? 한 번 내 몰면 부모의 영역으로까지도 들어오지 못하게 매몰차게 자립과 독립을 강요하며 다시 내 쫒는다.
인간들처럼 혈연이니 뭐니 하면서 죽는 날까지 끈끈한 가족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지 않는다.
부모로서 최대한 할 만큼 다해줬으니 네 인생 네가 알아서 기던지 날던지 하면서 먹고 살라는 것이 금수들에게는 원칙이고 기본이다.
동력과 물은 얻는 팽이와 콩나물 같이 인간 사회 어느 부분에서는 그와 같은 사람들도 물론 필요할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대부분의 생각이 아니다. 이성과 감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금수보다 못해서는 어디 그들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사람 사는 도처에서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동력과 생명을 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날 것이고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는 공동번영의 기틀 아래서 개인의 삶이 윤택해지고 행복해 질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라.
모진 바람이 불 때야 질경이 풀이 강한 줄을 아는 것처럼 어렵고 곤란한 처지를 겪어봐야 인간 삶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데, 부모가 갖은 역경을 다해 노력하여 이룬 열매만 따 먹으려는 젊은 자식들이 많다는데서 염려가 되는 것이다.
자동차에 있어 제너레이터generator는 전기를 생성하여 엔진을 돌려주는 주요 부품이다.
자동차는 이것이 없으면 한 발짝도 굴러나갈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필자는 스스로 돌지 못하는 팽이와 스스로 자라지 못하는 콩나물보다는 이걸 돌리고 물을 주는 사람, 즉 제너레이터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고, 질경이 풀 같은 어려고 험난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을 존경하고 그들에게 박수로서 격려하고 싶은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그대 인생은 아름다운 시절이니 제너레이터 같이 최선을 다하고 노후를 맞는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희망 없이 스스로를 포기한 채 팽이나 콩나물처럼 남의 도움으로만 살 것인가를 고민해 보라.
자신의 삶은 절대로 남이 살아 주지 않음을 명심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