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이 신비를 깬다.
“기록記錄과 신비는 언젠가는 그것을 깨려고 하는 자에 의해 결국 경신更新되거나 신비함이 드러난다는데, 그 중 신비감이라는 것도 결국 궁금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국가의 기밀이나 기업, 지켜 주기로 약속한 친구 사이의 비밀은........,” 2010.03.10
<낚시터에 개인용텐트를치고 앉아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때, 꾼은 항상 물속의 붕어들이 언제 움직일지가 궁금하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가지고 있는 증세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궁금증이다. 물론 병은 아니겠지만, 무엇이던지 알려고 하는 인간들에게는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증세이다.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하나의 학습이고 교육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인간만이 가지는 가장 큰 혜택이고 그래서 교육받은 인간들이 자칭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막 말은 배우고 있는 나의 손녀는 나만 보면 모든 걸 알고 있는 할아버지인 줄 알고 이것저것 귀찮을 정도로 물어 댄다. 모든 것이 새롭고 궁금하기 짝이 없을 테니 그저 물어댄들 이 할아버지도 어디 다 안다고 묻는 족족 대답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이럴 때는 나도 궁금해진다. 아는 대로 정성껏 세심하게 대답해 주려고 하는데, 아이 수준에서는 아직 몰라도 될 일이지만, 물어오니 대답 안 해줄 수도 없는 일이라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기 힘든 일도 있다.
언제인가 낚시채비를 잔뜩 짊어지고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들어서려는데, 손녀 또래의 이웃 집 사내아이가 나의 이런 형상을 보고는 꼬치꼬치 묻는 바람에 진땀을 뺀 적도 있었다. 내가 제일 잘 아는 일이니 아주 소상하게 일러 주었더니 저도 어른이 되면 한 번 해 보겠다고 해서 그 아이 엄마와 함께 웃었던 적이 있다. 아마 그 아이 눈에는 고기를 낚는다는 일이 신바람 나는 것으로 이해됐던 모양이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가르쳐 주지 않더라도 웬만한 것은 스스로 깨우치는 일이 더 많다. TV등 많은 매체媒體가 발달되어있어서 보고 듣는 기회가 많기도 하고 조기교육으로 인한 지식의 습득으로 인해 웬만한 궁금증은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 요즈음이라 어른들이 볼 때 어느 면에선 나이에 걸맞게 순진한 면은 다 어디가고 영악함만 남아 있어서 아이가 아이 같지 않고 “꼭 애 어른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골의 아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해 도시 아이들은 과학교재나 영상으로만 보고 배워 궁금증을 푸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한 예를 보면, 도시 아이들이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는 사슴벌레(일명 집게벌레)나 굼벵이 등은 시골 아이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잡아서 가지고 놀며 한 여름을 보내는 경우는 있어도 그걸 집 안에서 기르진 않는다. 뭐 궁금할 게 없다. 자연이 곧 체험장體驗場이고 학습재료여서 웬만한 궁금증은 스스로 잡아다 만져가며 놀이로 이용하는 등 몸으로 직접 체험해 보고 풀어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각종 곤충의 해부解剖라던가 나무나 풀들의 이름을 안다는 것부터도 그렇고 도시 아이들이 쌀나무라고 하는 벼이삭과 채소의 성장과정부터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의 순환 고리 등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마음껏 또래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 놀이나 생활 그 자체이었다. 또 산과 들에 철따라 여는 열매를 따 먹거나 풀뿌리를 캐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찾아 알아내 그걸 손에 가득 들고 다니며 먹었었다. 그러면서 그 나무나 풀, 뿌리, 열매 등에 대한 궁금증을 알았으니까 자연이 곧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있었다.
내가 연구해 보진 않았더라도 도시의 아이들이 이런 시골아이들보다 자연에 대한 모든 궁금증이 2% 부족한 상태에서 성인이 되기 때문에 모나지 않는 자연형 인성人性으로 발달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일인지 모르는 일이다. 자연은 절대로 모남이 없다. 격함도 없고 과함도 없다. 그래서 그런 현상을 보고 사람들은 자연스럽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냥 생긴 대로 변화하면서 생태계生態界를 이어가기 때문에 사람도 자연을 닮아 순화純化하면서 성장한다. 그래서 자연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고 나름대로 변하면서 특징짓고 있기 때문에 인간들로 하여금 분별심分別心을 갖도록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세계도처에는 많은 인종들이 살고 있지만 그가 속한 나라마다 서로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과 산골짜기 하나 강 하나를 두고 성향이 서로 다른 기질이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순천자존順天者存이요 역천자망逆天者亡이라고 했다. 하늘의 뜻에 순종하면 남고 거스르는 사람은 망한다는 말이긴 하지만, 단순히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도 자연계의 한 부분에서 순환循環되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것을 이용하면서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며 산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천리天理를 거역한다는 것은 곧 망하도록 되어있다는 것은 예나 제나 변함이 없는 자연계의 진리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교육 자료만을 보고 배우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그들이 이 세상의 리더가 되었을 때 과연 법이 정한 상식선에서 판결할 수 있는 원만한 재판관 같은 지도자가 나온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릴 적 내가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은 죽음이었다. 초등학교 어느 때 백부님이 숙환宿患으로 세상을 뜨신 얼굴을 처음보고는 죽음이 두려웠고 왜 사람은 죽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했었다.
공자에게 제자 한 사람이 죽음에 대해 묻자 미지생未知生인데 언지사焉知死하리요. 즉, 아직 삶도 잘 모르는데 어찌 죽음에 대해 알리요? 라고 대답했다는데, 이런 공자님도 잘 모르는 엄청난 사실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봐도 속 시원한 대답은커녕 당연히 죽는 걸 가지고 묻고 다닌다고 핀잔도 하는 것 같았지만, 이를 어렴풋이 아는 데는 그 후 수년이 흘러간 뒤였다.
그런 중에 막상 죽음에 대해 궁금증을 어렴풋이 알고 나니 그때부터는 어린 마음에도 이제 두려운 생각으로 몇날 며칠을 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이제, 왜 죽어야 하며 아버지, 어머니도 죽고 누나도 형도 동생들과 나도 결국 죽는다고 생각하니 정말 두려웠었다. 차라리 저기 서있는 저 미루나무처럼 죽지 않는 것으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 원망스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아직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았을 나인데, 도랑가에서 만나는 개구리나 뱀 같은 미물들을 생각 없이 잡아 죽이곤 했어도 살아있는 것은 반듯이 죽는다는 생자필멸生者必滅에 대한 그 어려운 궁금증을 화두로 정했으니 내가 정신적으로 조숙早熟할 수밖에 없는 아이로 자란 이유이기도 하다.
사춘기가 되어서는 이성에 대한 궁금증이 또 일기 시작했다. 또래들보다 성에 대해 조숙했던지 국부局部에 까만 음모陰毛가 하나 둘 나기 시작하고부터는 자꾸만 그곳에 신경 쓰는 일이 많아졌고 심지어는 뽑아내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수적으로 점점 늘어나서 개울가에서 홀딱 벗고 그 좋아하던 멱을 감는 것이 창피해 몸 둘 바를 몰랐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또래들은 그런 나의 겉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몸과 다른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놀려 댔기 때문에 내 것을 보여주기 싫어 물에 들어가지 않고 가끔은 친구들 옷이나 지켜주며 한 여름 무더위를 감내했던 기억이 있다.
이성에 대해 궁금증은 극에 달했었다.
남자들처럼 용변을 볼 때 나처럼 서서 볼 일을 보는 것이 아니고 앉아서 해결하는 것이라든지. 더러운 똥조차도 여자들은 해결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다가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배설排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궁금증을 알았을 때는 어느 정도 이성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 후였었다. 이성에 대한 교육도 스스로 익히며 성과 임신에 대한 것도 자연스럽게 터득하며 자랐다. 나는 그 시절에 토끼를 동네에서 제일 많이 기르는 아이로 이름 나 있었다.
소외양간 옆의 토끼사육장은 오리나무로 적당히 망치질 하여 만든 이를테면 토끼 아파트였는데, 항상 칸칸이 토끼들로 꽉 차 있어서 밖을 드나들 때마다 고갤 내밀고 코를 벌름거리며 나를 즐겁게 해 주었는데, 그때마다 토기장의 내부를 일일이 들여다보고 먹이를 챙겨 주거나 갓 태어난 새끼들을 들춰 세어보는 일이 일과 중 하나였다.
이렇게 여름 내내 정성스럽게 잘 길러진 토끼는 동네 어른들이나 형님들이 잡아먹고 싶어 할 때 헐값에 팔려 나가든가 겨우내 중요한 우리 집의 고급 단백질 공급원 노릇을 톡톡히 했었고 껍질은 잘 손질하여 귀마개를 만들어 뽐내가며 이용했었다. 수 십 마리는 됨직한 토끼가 될 때까지 번식과정에 일일이 신경 써가며 개입하여 수를 늘리려 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암수의 교미를 통해 새끼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성인이 된 후에도 이성과의 직접적인 성 접촉은 임신姙娠이라는 엄청난 사실이 항상 두려웠기 때문에 기회가 있었어도 여자를 쉽게 사귀지 못하는 소심小心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하지 않았었나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다산多産의 동물이기도 한 토끼는 건강만 잘 챙겨주면 한 달에 한 번씩 임신과 출산을 거듭하기 때문에 금세 그 수가 늘어났다.
그것만이 아니고 심지어는 다른 집의 암컷에게 우리 수토기로 하여금 교미를 시켜주고 새끼가 생기면 씨토끼를 한 마리 받아 수를 더 늘리는 수단으로 이용했으니 이를테면 토끼와 함께 마당에서 노닐며 시도 때도 없이 교미를 하는 수탉이나 돼지, 소, 개, 등 집에서 사육되는 동물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의 성에 대한 대부분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종의 성에 대한 시청각 교재였던 셈이다.
나는 아직 이 나이가 먹도록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긴 하지만, 너무 이 문제를 기지고 오래 골몰하면 아마 나도 뭔가 의지하고 붙잡으려고 어떻게 할지를 모를 일이나 ‘내 마음 나도 모르는 것’ 자체가 궁금하니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지나간 과거는 궁금할 게 없다. 과거는 이미 흔적痕迹으로 남아 결정되어져 있으므로 어느 것이 됐던 그 모양이 절대로 변화지 않는다.
그것이 유형이던 무형이던 과거사여명경過去事如明鏡인 것처럼 맑은 거울 속에 그 자체로 남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궁금하다고 과거의 그 사실을 들춰내 지금 손을 대 고쳤다고 한다면 그 것은 오늘 현재의 일이지 과거는 아닌 것이다. 그래서 과거는 확실한 실체實體이고 현재는 과거를 위한 진행형이며 미래는 불확실한 현재라고 한다.
역사를 보고 배운다는 것은 과거가 있는 그대로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법고창신法古創新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사는 중요한 생활의 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식은 조금만 노력하면 여러 가지 방법이나 수단에 의해 금세 터득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 밖에 대부분의 궁금증은 해결이 잘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알려고 하는 노력부터 않는 것이 문제다. 체면 따지고 뭐 따지고 하다보면 금세 궁금증이 풀릴 일을 가지고 오랫동안 궁금해 한다. 논어에서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고 했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의혹疑惑되는 것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주저하지 말고 물어 식견識見을 넓혀 궁금증을 풀라는 가르침이다. 어려운 학문도 아닌 실생활에서도 그렇다.
낯선 곳에 차를 몰고 가는 때에 옆에 길 가는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지도 않고 길 찾느라 우왕좌왕右往左往하면서 자신이 기억력만 둔하다고 탓하는 경우기 있는데, 모르면 묻는 것이 궁금증을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나는 지금도 쇼핑할 때 요리 법을 모르면 써빙하는 도우미에게 서슴치않고 물어 알아야만 사고자 하는 물건을 카트에 담는다. 대부분이 자세하게 잘 가르쳐 주는데, 처음엔 어쩐지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이제는 오히려 당당하게 묻는다.
아마 남에게 잘 묻는 것도 습관이 되는 모양이다. 호문즉유好問則裕라. 묻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말인데, 그 모르는 걸 솔직히 시인하기 때문에 마음이 여유로워 진다는 것이다. 습관화 돼있지 않으면 궁금증이 머리에 뱅뱅 돌고 있어도 섣불리 손을 들어 질문을 잘 못한다. 그러나 질문 잘하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걸 안 후에는 이제 학이시습學而時習할 나이가 아니니 그 시절엔 궁금한 채로 학교를 다녔었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궁금증은 그대로 남겨 놓으려는 속성이 있는데, 그대로 그 신비함을 깨지 않기 위해서 일 것이다. 남녀 간의 궁금증이나 신비감이 깨지는 때는 언제가 될까? 내 의견으로는 대부분 첫 성적 경험을 통해서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그건 옛날이야기이고 요즈음은 음란물이 홍수洪水를 이루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처녀나 총각의 순결성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결발부부結髮夫婦가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그러니까 서로 상대에 대한 신비감 없이 결혼하기 때문에 쉽게 싫증이 나는 이유가 돼서 함께 해로하지 못하고 이혼離婚의 빌미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남녀가 서로 다 모르는 채 결혼생활을 하던 중, “서로에 대해 신비감이 깨졌을 때가 언제냐?”고 묻는 TV 오락토크쇼를 본 적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공주같이 모시고 산다던 신랑이 결혼을 하고 나니 180도 바뀐 때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대를 의식 않고 방귀를 뀔 때였다.”고 말했다.
어떤 남성은 자기 부인이 정말 방귀도 안 뀌는 줄 알았다하면서 그것이 궁금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통적인 결론은 이런 일로 인해 부부지간의 신비가 깨지는 기간이 대략 3년여 지난 후라 했고, 어떤 여자는 아마 10년이 지난 후 쯤 남편 앞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하니 모두 뜻밖이라는 듯 “그렇게 까지나 어떻게 참았냐?”고 말들을 해 패널들이나 나도 따라 웃었다.
그럼 여자들은 방귀도 안 뀌는 줄로 알았단 말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내 어릴 때 생각과 같이 예쁜 여자 선생님은 뒷간에도 안 간다고 생각할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생리상 동물이라면 비켜갈 수 없는 대사현상代謝現像인 줄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신랑에 대한 존경 여부를 떠나 연애 시절부터 그랬을 것이니 자신의 치부일 수도 있는 유쾌하지 못한 생리현상을 요령要領으로 참고 신랑을 대했을 그 젊은 부인의 노력과 성의가 참으로 가상하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하고픈 이야기는 지척지간咫尺之間에 있는 부부간에도 서로 상대에 대해 성적인 신비감을 오래 간직하고 지내는 것이 금슬琴瑟에 좋다는 것이 나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내가 여자들이 들고 다니는 핸드백이 좀 궁금하더라도 내용물이 밝혀질 때 수치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열어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 한 바도 있지만, 옛날 할머니께서 치마 속 허리에 늘 차고 다니시던 꾀죄죄한 담배쌈지를 겸한 빨강색 주머니나 어머니의 장롱 속을 늘 궁금해 하면서 자란 후 그 내용물이 별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매우 허탈해 한 적도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을 공부하는 학자들에게는 모르면 궁금하기 때문에 꼭 알아내고자 발분망식發憤忘食하면서 연구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자세이다.
신라 제28대 경문왕景文王때 요즘 말로 하면 전용 이발사가 임금님의 귀가 당나귀 귀같이 생긴 것을 알고는 그 사실을 항간巷間에 말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으나, 말하지 않고 결국 죽을 때가 돼서야 도림사道林寺 대나무 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그만 외처 버렸다. 그러자 바람이 일 때마다 이발사가 소리친 대로 소리가 나서 들통이 났다는 여이설화如耳說話에서 보는바와 같이 임금에게는 수치일 수도 있는 비밀도 사람이 아닌 대나무에 의해 깨지듯이 기록記錄과 신비는 언젠가는 그것을 깨려고 하는 자에 의해 결국 경신更新되거나 신비함이 드러난다.
신비감이라는 것도 결국 궁금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국가기밀이나 기업의 영업비밀, 지켜주기로 약속한 친구 사이의 비밀은 그것에 대해 궁금증이 다소 있더라도 범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서 법이나 상식에서 허락하지 않는 한 애써 밝히려고 해서는 여러 가지 무리無理가 따르기 때문에 한층 주의를 요한다.
신비가 깨지면 마술은 성립되지 않는다.
궁금하고 매직Magic한 채로 마술사의 현란한 마술을 감상하고 느껴야지 그 비법을 알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만약 그 누가 알려 달라고 가르쳐 주는 마술사가 있다면 그는 진정한 프로가 아니며 그 마술은 이미 마술이 아니고 한갓 사기나 기만에 속하는 일종의 속임술 이라 할 수 있다. 또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자연문화유산과 같이 세계 도처에 산재해 있는 신기하고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자연물이나 조형물들에 대해 발달된 현대 과학기술까지 동원하여 그 생성의 비밀을 너무 밝히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두고 잘 보존하여 많은 사람들이 궁금한 채로 그 신비함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궁금해야 신비하기 때문이다.♣
'자전적 수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 놈의 돈 때문에 (0) | 2011.04.26 |
---|---|
◇낚시 이야기-낚시터 유감 (0) | 2011.04.22 |
◇‘우友테크’ 잘하면 외롭지 않다. (0) | 2011.03.28 |
◇ 재첩국 사이소! (0) | 2011.03.25 |
◇ 몽당연필 (0) | 2011.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