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청제祈晴祭
“전통적으로 나라의 가뭄이 심할 때 상제께서 비 좀 내리게 기원하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낸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얼마나 비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이 내렸으면 비 좀 제발 내리지 않게 100년 만에 기청제祈晴祭를 지낸다는 생소한 소리도 들리니 남쪽에서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데 반해 서울 쪽에서는 쨍하고 해 뜰 날을 바라고 있으니 하늘이 하는 일도 고르지가 않다.” 2011.8.5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400mm이상의 강우량으로 역대의 강우기록을 한 순간에 갈아치운 104년 만의 강수량降水量이라고 하니 지금 살고 있는 누구 평생인들 그런 엄청난 물폭탄을 맞아 본 적이 있었겠는가?
전통적으로 나라의 가뭄이 심할 때 상제께서 비 좀 내리게 기원하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낸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얼마나 비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이 내렸으면 비 좀 제발 내리지 않게 100년 만에 기청제祈晴祭를 지낸다는 생소한 소리도 들리니 남쪽에서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데 반해 서울 쪽에서는 쨍하고 해 뜰 날을 바라고 있으니 하늘이 하는 일도 고르지가 않다.
때 마침 휴가철이라 전국의 산이며 계곡, 바다 할 곳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피서인파로 꽉 들어 차있다고 할 정도로 북적대는 시즌인데, 궂은 날씨로 인해 여름 한 철을 벌어 일 년을 먹고 사는 상인들의 걱정은 물론이고 피서객 모두도 위험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모양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고향의 충청도 일원에 폭우가 내린다 하여 지난번에 이어 또 피해가 있는가 싶어 여동생한테 전화를 했더니 나의 전화 목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로 장대비가 내린다고 걱정하며 전활 받는 동생의 목소리가 잔뜩 긴장되어 들려오는 것만 보아도 이번 여름은 날씨 때문에 곳곳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 같다.
한 쪽에서는 수해를 당하여 망연자실茫然自失하고 있는 지역의 복구에 민․관․군이 힘을 모아 삼복더위 따윈 아랑곳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편으론 계획된 휴가라며 피서지避暑地로 몰려드니 하늘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삶이 불공평하다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 동네 사람들이 이번에 자신들도 피해갈 수 없는 수재를 입지 않았더라면 언제까지나 부자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 받고 산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그렇지만 세무완복世無完福이라 했으니 아마도 수해를 당한 부자들에게 다른 쪽에서 고통을 준 모양이다.
거지 부자父子가 다리 밑에 앉아 물난리가 나 집이 다 망가지고 부서진 부자동네를 처다 보며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아들아! 거봐라. 네가 왜 우린 집이 없냐고 투덜댔지만 우린 집이 없어도 저런 걱정 안 해도 되니 얼마나 행복하냐?” “네. 아부지. 그래서 하늘이 하는 일이 공평한 것 같아요.”
이 거지는 집보다는 다른 쪽에서 행복함이 있음으로 집 없는 서러움을 달래고 있는 모양인데, 부자나 서민이나 할 것 없이 나름대로의 삶의 가치가 존중되는 것이기 때문에 복이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느님은 절대로 완전한 복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세무완복이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고 음지가 변하여 양지가 되는 것이 인생살이다. 내가 가진 것은 남이 없을 수 있고 남의 불행이 나에게 행복이 되는 것도 사람 사는 삶에서는 통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공평한 것이다.
각자무치角者無齒라고 했다. 뿔 가진 데 날카로운 이빨을 갖게 해준다면 그를 누가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불공평한 일이지만 다행히 뿔이던 이빨이던 한 가지만 가지고 살라고 했으니 서로의 특성대로 적응하면서 조화調和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
초원草原에 사는 두 동물이 냅다 달리고 있다.
앞에 달리는 사슴은 그야 말로 생명 부지를 위해 살려고 필사적必死的으로 줄행랑을 치며 달리고 뒤를 쫒는 사자는 배곯아 죽지 않으려고 잡아먹기 위해 전력질주로 달리지만 결국 두 동물은 살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이해가 서로 엇갈리는 말이지만 사슴 입장에선 불공정한 일이 사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공정한 것이다. 그래서 약육강식弱肉强食은 비정한 것 같아도 자연의 섭리이자 보다 강한 자의 특권이기도 한 것이다.
또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떼도 누군가가 배고픈 늑대에게 잡혀 죽어 줘야만 무리의 평화가 오는 것처럼 사회는 어쩌면 처음부터 불공평한 구조로 시작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우순풍조雨順風調. 즉 비바람이 고르고 순조로우면 가장 이상적인 기상이라 하겠지만, 이것 역시 날씨에 관한 양면성인 것이고, 모순矛盾은 창(矛)과 방패(盾)를 뜻하지만 결국 그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도구이므로 서로 모순이 생기는 것과 같이 사람 사는 곳 어디에도 양면성兩面性은 있는 것이고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공평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이번에 무망지재无妄之災를 당한 이재민들에게는 상처 입은 만큼 또 다른 쪽에서 마음을 달랠 길이 생길 것이니 빠른 시일 내에 심기일전心機一轉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연에 대해 인간이 하는 일은 아무리 잘 해놔도 완벽은 없다지만, 평소 안이하게 생각하고 지내다가 이번 경우와 같이 인간의 머리로 계산한 수방시설水防施設들이 상상을 초월한 자연의 힘으로 들이 미는 경우엔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예를 얼마 전 일본 동북부의 쓰나미 피해 때 본 것처럼 불가항력적인 점도 있다고 하지만 평시에 위험에 대비한 면이 부족한 탓도 있는 것이다.
다행이도 정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말 많은 4대강 유역 중 내가 사는 가까운 낙동강사업장에서는 별 큰 수해가 없는 것으로 보아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좋은 사례가 된 것 같다.
기청제를 지내던 기우제를 지내던 하늘은 하고픈 대로하겠지만, 우면산 산사태의 경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화를 키웠기 때문에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하는 점에서 인간들로 하여금 하늘의 두려움을 알게 하려고 일부러 물폭탄으로 벌을 내렸다고 억측臆測해 보는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해야 한다.
실우치구失牛治廐라.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있더라도 중부지방의 집중폭우 피해를 보고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지금부터라도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順應하면서 일상이 되어 버린 하절기 강수 피해방지시설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피해방지를 위한 도시 배수시설 정비 및 설계기준 강화 등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국의 곳곳에서 지겨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하늘이 구멍 뚫린 것처럼 호우성으로 내려 부어대니 비피해가 있다는 안타가운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내 마음으로 기청祈晴하길 바라는 바이며, 수해를 당한 많은 수의 이재민들과 농어민들이 하루 속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많은 지원과 성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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