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수필,시

◇ 밤의 釣景

이원아 2010. 9. 24. 12:47

 

 

 

 

所 願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造物主의 神通한 걸작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마음도 가뿐히 出釣하는 釣士들의 심정은

어린 아이들 逍風가기 전날 밤 그런 기분이 되어

언제나 고무풍선처럼 부푼 마음이 된다.

 

파란 들녘에 점점이 보이는

백로의 나래 짓을 보며

오늘의 日辰을 가늠하고

바람에 나부끼는 街路樹 이파리 떠는 걸 보고

밤 날씨도 점쳐 가며

우선은 용왕님께 所願을 빈다.

 

이번엔 마릿수로 손풀이 좀 하게

씨알 존 놈으로 素朴하게 너 댓 마리만 낚게 해 주이소!

오늘도 힘찬 그 입질이 聯想되어

마음은 벌써 물가에 앉아 있다.

어서야 가자, 빨리 가 보자

날 기다리는 그 곳으로

콧노래 흥얼대며 바람을 가른다.

 

 

三昧境

 

 

무당 집 神木에 매달린 오색천 조각처럼

빨갛고 파랗게 물든 찌들로 水面 가득 수 놓아지면,

샘 많은 실바람이 살랑거리며 꽃잎을 간질인다.

한껏 불꽃으로 단장한 찌는

수줍은 새색시 새신랑의 속마음 눈치 채 듯

하늘거리며 맞장단 친다.

 

새매의 눈매같이 번뜩이는

조사의 눈에 입질의 낌새가 보이면

일순간 호흡이 멎는 듯 잡념은 사라지고

잔뜩 기대감이 커져

쥐 잡는 밤 고양이 눈처럼 갑자기 瞳孔이 커진다

스멀거리며 솟아오르는

孔雀찌의 幻想的인 律動을 어찌 놓칠까 보냐?

 

쌩 - 하고 바람을 가르는 챔질과 동시에

感知되는 손맛의 크라이막스

순간 !

...........

아무 생각이 없다.

오로지 격한 흥분만이

등골을 타고 흐를 뿐,

계집아이 머리에 예쁘게 딴

댕기처럼 빨간 세 마디 찌는

장대 끝에서

개똥벌레 밤하늘을 유유히 날듯

경찰관의 야간 案內 棍棒처럼

밤공기를 가르며

마구 흔들거린다.

 

파르르 떨며 끌려오는

밤고기의 거센 저항이

손맛의 기쁨을 더해 주고

앙탈 거리며 물장구치는 소리가 마치

막 熱唱을 끝낸 밤무대 歌手에게 보내는 환호음되어

내 신경을 곤두세울 땐 틀림없이

아 - 휴! 아 아 - 휴!

숨 가쁜 조사의 喜悅音이 들린다.

 

때깔 좋은 몸매를 자랑하며

전율하는 몸부림에

感電이라도 된 듯

“짜르르” 전신을 타고 흐를 땐

充滿한 기쁨 되어

얼굴 가득 미소가 인다.

 

 

 

밤의 釣景

   

 

아랫마을에서 컹! 컹! 개 짖는 소리가

내 곁까지 메아리 되어

끊어질듯 말 듯 들려오고

고향집 마당에서나 멍석 깔고 누워 듣던

情感어린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도 지친 듯 뜸해지면

밤의 적막함이 온 수면 위에 내리 깔린다

 

밤이슬 소리 없이 내려

모닥불 그리워 질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밤새 소리가

사랑 찾아 우짖는 絶叫만 같아

마냥 정겹기만 한 칠흑같이 두꺼운 밤

별빛만이 蒼然하게 수면 위에 반짝이고

마을로 가는 길 건너

保安燈 하나 不寢番 서며

함초롬히 걸려 있다. 

 

군데군데 앉아 있는 태공들의 모습이

坐禪하는 石佛처럼 엄숙하게 보이고

번갈아 던지는 봉돌소리 共鳴되어 들려오는데.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 伴奏삼아

하나, 둘, 셋 ....

물위에 내린 청․홍색 별빛을 세다가

허튼 소리 하고프면

텐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주잔 기울이며 閑談을 나눈다.

 

너희들의 왕성한 입질이 있으므로

내가 여기에 臨함이며

釣友들과 벗함이며

비릿한 네 몸 내음이 내 몸에 흠뻑 배이도록

정열적인 너의 입맞춤이 있기에

나는 너를 포옹하고

말초신경에 와 닿는 짜릿한 손맛과

지새는 밤의 釣景을 만끽하며

이 밤도 하얗게 영근다.

 

 

 

 

黎 明

 

 

물안개 자욱이 커튼처럼 드리워진

수면 위로 단잠을 깬

물오리 한 쌍이 물살 가르며

새벽을 일깨우면

밤새워 情談 나눈 온갖 새소리 교향곡 되어

물위로 가득 反響된다.

 

이곳저곳에서 나들이 나온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경쟁이나 하듯 텀부덩 거리며

솟구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뛰고 난 그 자리는

돌팔매질 餘韻처럼 금세

물결로 痕迹되어 수많은 同心圓을 그리며

내게로 다가온다.

 

휘 익-

텀벙!

왕성한 새벽 입질에 따라 휘둘러 대는

낚싯대의 바람 가르는 소리와

봉돌 떨어지는 소리가

잦아지는 黎明,

상쾌한 솔바람에 실려 온 커피 향 내음이

지샌 밤 몸 녹이려 콧속을 넘나든다.

 

여기저기서

태공들이 기지개키며

하품하는 소리가

連鎖反應되어 나에게 傳染되고

밤이슬 맞은 낚싯대도

졸리 운 듯 물위로 끄덕이는데

밤새 붕어가 해준 케미 빛 향연을 그리워하며

지친 몸 마다않고 다시 찾는다. ♣<‘97.10>

 

'자전적 수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밤낚시 유정有情   (0) 2010.10.06
◇ 혼자 뜨는 달  (0) 2010.09.27
◇ 기찻길 옆 소녀  (0) 2010.09.08
◇ 나는 영원한 중생이고 싶다.  (0) 2010.09.07
◇ 그 나물에 그 밥  (0) 201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