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所 願 □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造物主의 神通한 걸작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마음도 가뿐히 出釣하는 釣士들의 심정은
어린 아이들 逍風가기 전날 밤 그런 기분이 되어
언제나 고무풍선처럼 부푼 마음이 된다.
파란 들녘에 점점이 보이는
백로의 나래 짓을 보며
오늘의 日辰을 가늠하고
바람에 나부끼는 街路樹 이파리 떠는 걸 보고
밤 날씨도 점쳐 가며
우선은 용왕님께 所願을 빈다.
이번엔 마릿수로 손풀이 좀 하게
씨알 존 놈으로 素朴하게 너 댓 마리만 낚게 해 주이소!
오늘도 힘찬 그 입질이 聯想되어
마음은 벌써 물가에 앉아 있다.
어서야 가자, 빨리 가 보자
날 기다리는 그 곳으로
콧노래 흥얼대며 바람을 가른다.
□ 三昧境 □
무당 집 神木에 매달린 오색천 조각처럼
빨갛고 파랗게 물든 찌들로 水面 가득 수 놓아지면,
샘 많은 실바람이 살랑거리며 꽃잎을 간질인다.
한껏 불꽃으로 단장한 찌는
수줍은 새색시 새신랑의 속마음 눈치 채 듯
하늘거리며 맞장단 친다.
새매의 눈매같이 번뜩이는
조사의 눈에 입질의 낌새가 보이면
일순간 호흡이 멎는 듯 잡념은 사라지고
잔뜩 기대감이 커져
쥐 잡는 밤 고양이 눈처럼 갑자기 瞳孔이 커진다
스멀거리며 솟아오르는
孔雀찌의 幻想的인 律動을 어찌 놓칠까 보냐?
쌩 - 하고 바람을 가르는 챔질과 동시에
感知되는 손맛의 크라이막스
순간 !
...........
아무 생각이 없다.
오로지 격한 흥분만이
등골을 타고 흐를 뿐,
계집아이 머리에 예쁘게 딴
댕기처럼 빨간 세 마디 찌는
장대 끝에서
개똥벌레 밤하늘을 유유히 날듯
경찰관의 야간 案內 棍棒처럼
밤공기를 가르며
마구 흔들거린다.
파르르 떨며 끌려오는
밤고기의 거센 저항이
손맛의 기쁨을 더해 주고
앙탈 거리며 물장구치는 소리가 마치
막 熱唱을 끝낸 밤무대 歌手에게 보내는 환호음되어
내 신경을 곤두세울 땐 틀림없이
아 - 휴! 아 아 - 휴!
숨 가쁜 조사의 喜悅音이 들린다.
때깔 좋은 몸매를 자랑하며
전율하는 몸부림에
感電이라도 된 듯
“짜르르” 전신을 타고 흐를 땐
充滿한 기쁨 되어
얼굴 가득 미소가 인다.
□ 밤의 釣景 □
아랫마을에서 컹! 컹! 개 짖는 소리가
내 곁까지 메아리 되어
끊어질듯 말 듯 들려오고
고향집 마당에서나 멍석 깔고 누워 듣던
情感어린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도 지친 듯 뜸해지면
밤의 적막함이 온 수면 위에 내리 깔린다
밤이슬 소리 없이 내려
모닥불 그리워 질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밤새 소리가
사랑 찾아 우짖는 絶叫만 같아
마냥 정겹기만 한 칠흑같이 두꺼운 밤
별빛만이 蒼然하게 수면 위에 반짝이고
마을로 가는 길 건너
保安燈 하나 不寢番 서며
함초롬히 걸려 있다.
군데군데 앉아 있는 태공들의 모습이
坐禪하는 石佛처럼 엄숙하게 보이고
번갈아 던지는 봉돌소리 共鳴되어 들려오는데.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 伴奏삼아
하나, 둘, 셋 ....
물위에 내린 청․홍색 별빛을 세다가
허튼 소리 하고프면
텐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주잔 기울이며 閑談을 나눈다.
너희들의 왕성한 입질이 있으므로
내가 여기에 臨함이며
釣友들과 벗함이며
비릿한 네 몸 내음이 내 몸에 흠뻑 배이도록
정열적인 너의 입맞춤이 있기에
나는 너를 포옹하고
말초신경에 와 닿는 짜릿한 손맛과
지새는 밤의 釣景을 만끽하며
이 밤도 하얗게 영근다.
□ 黎 明 □
물안개 자욱이 커튼처럼 드리워진
수면 위로 단잠을 깬
물오리 한 쌍이 물살 가르며
새벽을 일깨우면
밤새워 情談 나눈 온갖 새소리 교향곡 되어
물위로 가득 反響된다.
이곳저곳에서 나들이 나온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경쟁이나 하듯 텀부덩 거리며
솟구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뛰고 난 그 자리는
돌팔매질 餘韻처럼 금세
물결로 痕迹되어 수많은 同心圓을 그리며
내게로 다가온다.
휘 익-
텀벙!
왕성한 새벽 입질에 따라 휘둘러 대는
낚싯대의 바람 가르는 소리와
봉돌 떨어지는 소리가
잦아지는 黎明,
상쾌한 솔바람에 실려 온 커피 향 내음이
지샌 밤 몸 녹이려 콧속을 넘나든다.
여기저기서
태공들이 기지개키며
하품하는 소리가
連鎖反應되어 나에게 傳染되고
밤이슬 맞은 낚싯대도
졸리 운 듯 물위로 끄덕이는데
밤새 붕어가 해준 케미 빛 향연을 그리워하며
지친 몸 마다않고 다시 찾는다. ♣<‘97.10>
'자전적 수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밤낚시 유정有情 (0) | 2010.10.06 |
---|---|
◇ 혼자 뜨는 달 (0) | 2010.09.27 |
◇ 기찻길 옆 소녀 (0) | 2010.09.08 |
◇ 나는 영원한 중생이고 싶다. (0) | 2010.09.07 |
◇ 그 나물에 그 밥 (0) | 2010.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