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찻길 옆 소녀
별빛 가득한 새벽 신작로新作路 따라
발길 재촉하는 통학시절의 바쁜 걸음은
온통 기차 도착시각에 맞춰져있다.
먼 산 너머서 기적汽笛소리 들려오면
신호음 되어 모두 잰걸음이다.
오르막 길 오르느라 지친 듯이
칙칙 거리며 들어오는 시커먼 쇳덩이는
정거장停車場을 온통 독차지하고
길게 서서 푸욱 한숨을 내 쉰다.
오늘도 나를 태운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기찻길 옆 그 소녀가
오늘은 어떤 모습을 하고 서있을까?
혹시라도 안 나오면 하는 가슴조림을 일축하고
하얀 원피스 입고 사립문 밖 감나무 밑에 나와
어여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하루도 어김없이 손 흔들어 주던
긴 머리 그 소녀가 그리워진다.
그녀를 지나 산모롱이 돌아가는 통학열차는
아득히 서서 지켜보던 그 소녀를 위해
기적소리 기일게 안녕을 고한 채
멀어지는 아쉬움으로 손들어 답례答禮하던
긴 머리 내린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그냥 보고 싶다.
세월은 망각妄覺과 함께 흐르고
통학열차는 추억追憶을 싣고 떠나니
옥수수 포기 사이로 보일 듯 말 듯하던
기찻길 옆 그 여인이 아련한데
세월 따라 곱게 늙어가는 그 얼굴 그대로
잘 있는지 이번엔 속내를 내 보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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