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노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인생사 하나에서 열까지 어느 것 하나 노리지 않고는 이루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경우가 이 노림에서 얻어 진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그 노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노리는 과정이나 결과가 의롭지 못하거나, 불법 부당하거나, 인륜에 어긋나거나, 공중도덕에 반하거나 하는 등의 결과로 얻은 것이라면........,” 2012.09.03
<호시탐탐은 호랑이가 먹잇감을 잡아 먹으려고 노리고 있다는 말>
<1>
지난 3일은 매우 슬펐던 날이다. 물론 전날 저녁 서울의 친구 J로부터 카톡을 통해 대충은 위독한 소식을 듣고 있었으나 이렇게 빨리 그가 세상을 버릴 줄은 몰랐다.
그는 항암 치료를 받고 있었고, 날로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간접적으로 듣고 있던 터였는데, 갑작스런 입원에 이어 이튼 날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은 운전을 하고 있던 내 팔의 힘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었다.
나는 여름휴가라고 룰루랄라하면서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 던 중에 절친한 친구의 부음訃音이 전해지는 순간은 정말 말로 표현 못할 묘한 감정이 들면서 머리카락이 솟구치는 그런 기분이었다. 당장 눈물은 나오지 않았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내 부모 내 형제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 솟구쳤다. 그가 우리 친구들 곁에서 나서지 않으면서도 환하게 웃어 주던 얼굴이 오버랩 되면서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주체할 수 없는 허망함이 더해 왔다.
휴가 내내 산자와 죽은 자의 극명한 한 부분을 보는 것 같아 언짢은 마음이었다. 문상도 가지 못하는 결례缺禮를 했다. 산 사람은 어떻던 살아야한다고 그가 장례를 치르고 난 후까지 나는 그늘 속에서 맛있는 먹거리로 배를 두드리며 주안酒案을 즐겼고, 계곡의 시원한 물가에서 발을 담가놓고 찌는 더윌 이기려 애쓰고 있었으니 염천지하炎天之夏에 산자는 즐기며 먹고 놀고 죽은 자는 말없이 땅 속으로 영면했다.
말기 폐암이라는 병마가 그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걸 이기지 못한 결과라고 한다. 노리고 있다는 걸 미리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마음 조렸으며, 죽는다는 사실이 엄습할 때는 또 얼마나 큰 공포에 시달렸을까? 곁에서 친구들의 충정어린 권고와 위로의 말을 했지만 그는 그렇게 자신이 하고자 할 일 다 이루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버렸으니 그가 심혈을 기우려 평생을 이루어 놓은 일까지 그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 돼버린 꼴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살아 있는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는 명제 앞엔 단지 누가 먼저 그 길로 가느냐하는 하늘이 정해 놓은 순서가 있을 뿐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거처야 하는 신이 정해 놓은 순서와 같은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일, 늙고 병드는 일, 그리고 죽는 다는 것.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친구 하나는 그렇게 그곳을 향해 돌아갔으니 이 모두 그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가 자신의 운명에 따라 그의 가족과 친구들을 버리고 먼저 다른 세상으로 돌아갔음은 아무리 운명적이라 해도 하관하는 고인을 지켜보았던 모든 이들에게는 슬프고 애달팠을 것이다. 나는 친구의 죽음을 알고도 마지막 가는 길조차 지켜봐 주지 못한 죄스러움에 놀아도 노는 것 같지 않고 내내 가슴 가득 우울하기만 했던 올 여름휴가였다. 몸은 비록 여기 있지만 머릿속은 그곳에 가서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한 것으로 미안함을 떨치고 싶다.
그래, 친구야. 삼가 명복을 빌고 병고에 마음 조렸던 마음 훌훌 털고 좋은 곳에 가 힘든 일 하지 말고 잘 지내시게!
병마는 언제든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위해 노리고 있다. 건강하다고 자신하기 보다는 나도 어떤 병이나 사고가 나를 노리고 있을지 모른 일이니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면서 항상 그 노림에 대하여 준비를 하지 않으면 또 노리는 자에 의해 당할 수 있다.
<2>
나는 일간풍월一竿風月하는 사람이다.
낚시장대 하나들고 세월을 낚는 다는 뜻이다. 낚싯대 하나 들고 물가에 앉아 붕어만 노리고 있으면 세월 가는지 모르게 지나간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자연 속에 나를 던져두고 혼자 세월 보내며 즐기는 데는 낚시만큼 좋은 취미가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낚시터에서도 노리는 것이 많다. 물론 민물 꾼들이야 주로 붕어를 노린다. 붕어도 그 종류가 다르다. 즉, 토종 참붕어, 일본 붕어인 헤라붕어(떡붕어), 강 붕어인 히나리 붕어, 중국 붕어인 짜장 붕어가 낚시꾼들이 노리는 종류의 붕어들이다.
종류가 다른 만큼 노리는 기술과 채비가 다르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요즘 내가 즐기는 낚시는 일본 붕어인 떡붕어 낚시다. 이 붕어는 다른 종류의 붕어들보다 까다롭게 먹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를 노리는 기법들이 다르다. 처음 일본에서부터 경기용으로 개발, 발달되었으나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이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구가 꽤 많이 늘어나서 많은 수의 조사들이 관리형 저수지를 찾아 손맛을 즐긴다.
이 붕어는 바닥권부터 표층까지 전층全層을 회유하면서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전층 또는 중층中層낚시라고도 하는데, 주로 낚았다 즉시 놓아주는 손맛 위주의 낚시기법이다.
따라서 조사는 이 층을 파악하면서 떡붕어를 노려야 하기 때문에 특별한 먹이준비와 낚는 기술이 필요한 낚시다.
먹이사슬에서 최상위인 인간들이 단순히 즐기는 입장에서 하등동물을 노리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는 언제 어디서 자신의 생명을 노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 생명을 어떻게 부지하느냐하는 절대 절명의 순간이 될지라도 평생 먹이만큼은 굶주리지 않도록 보장 받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백로라는 새는 일정 시간에 낚시터를 들러 슬금슬금 기어 다니며 물가에 나온 치어들이나 힘없이 떠돌아다니는 붕어를 낚아채기 위해 길게 목을 늘이고 물속을 노리고 있는데, 사람의 눈으로 보면 아름다운 모습 같지만 살기 위한 노림일 뿐이다. 배스나 송어 같은 육식 물고기들은 자신보다 작은 것이면 무엇이던지 잡아먹으려고 쉼 없이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노린다.
이와 같이 약육강식弱肉强食은 항상 강자편이다.
강자가 노리고 있는 것은 언제나 약한 자의 고기이므로 약자는 강한 자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그 노림에 대비하면서 살아가야하는 운명이다. 자연계에서는 누군가 강자에게 적당히 먹혀주는 것으로 타협하고 그럼으로써 생명을 부지한 다른 약자들은 안정한 삶을 누리며 생태계를 유지해 나간다.
<3>
늘 다니던 자기 집 골목을 지나가는 부녀자나 어린 소녀를 상대로 성폭행하기 위해 약점을 노리는 파렴치한 인간들을 어떻게 단죄斷罪하여 근절할 것인가를 깊이 있게 생각하여야 한다. 어저께, 나주에서는 잠자던 7살짜리 초등학생을 이불 채 납치하여 성폭행을 하고 영산강변에 버려둔 사건이 발생하여 지금 수사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성에 관련된 범죄가 하루 평균 53건이나 발생한다는데, 누가 이 나라를 성범죄 소굴로 만들었으며 이 지경이 되도록 국가 경찰력이 허술한 점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지는가? 이제는 안방까지 이런 유의 범행이 발생되는 현실이니 도대체 이 나라의 치안 상태는 어찌 된 것인가?
다행히도 범행을 저지른 이웃의 20대 중반의 고 모씨를 검거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거운데, 폭행을 당한 어린아이는 장 파열 등 심한 상처와 심리적 불안증상不安症狀은 있을지라도 생명은 부지한 모양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너무 어려 소리 한 번 지르거나 반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공포에 떨며 고스란히 당했을 이 어린 소녀의 참담한 처지를 무엇으로 위로하고 달래줄 것인가? 앞길이 구만리 같은 인생행로를 걷기도 전에 사람 같지도 않은 인간에게 저런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되었으니 한 사람의 인생이 불행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또래의 손녀를 가진 같은 남자로서 창피하여 아이들 앞에 얼굴 들기가 부끄럽고, 연일 방송되는 범죄사실이 보도되는 TV보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참으로 분별없고 파렴치한 인간의 한 모습이다.
나에게 재판권을 행사하라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중죄로 다스려 이런 인간들은 옛날처럼 궁형宮刑에 처함으로서 다시는 그 짓거리를 못하게 하는 형벌을 내리고 싶은 심정이다. 전자 팔찌를 찬 우범자가 다시 그 짓을 저지르는 등 성폭행에 관한 범죄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는 요즘 그들이 노리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나 아직 자라지도 않은 어린이를 성의 상대로 삼기 위해 폭행과 추행을 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는 살인까지 주저하지 않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인 인간들이 늘고 있는 현실을 직감해 급기야 대통령까지도 이런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국정의 우선순위 위에 놓겠다고 할 지경이니 글쎄 지금까지 예로 보아 대책만 있는 정책보다는 잘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런 인간들이 그야말로 호시탐탐虎視耽耽 노리고 있으니 도둑 한 놈을 열 사람이 못 잡는다고 했는데 특히 호젓한 밤길을 여성 혼자 걷는다는 것은 이들의 표적이 될 수 있어서 본인 스스로가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것이다. 호시탐탐은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낮은 자세로 엎드려 먹일 잡아먹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다. 호랑이는 먹잇감이 무엇을 하고 있던 그가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 덮쳐 잡아먹는다. 이와 같이 도처에서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성을 잃고 덤벼드는 수심獸心을 가진 인간들은 우리 사회에 얼마든지 있는 것이니 긴장하면서 살아야 하는 우리 세상이 참으로 불안하고 서글프다.
<4>
부자들도 가진 것에 대해 조심하여야 한다. 도둑은 부자들의 금고를 노린다. 그래서 부자들은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 도둑맞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그것을 지키려 든다. 부모의 재산을 일찍 좀 쓰기 위해 부모가 일찍 죽기만을 노리는 패륜아도 있다. 실제로 그 부모를 살해했던 사건이 일어 난 적도 있는 것을 보면 이렇게 되면 자식도 경계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
공직자들은 오로지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는 것을 노려야 한다. 일부 공직자들이나 정치인들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일하는 경우가 있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심장필심망甚臟必甚亡이라. 너무 심하게 남의 재물을 탐 하면 반드시 크게 망한다는 말이다. 계획적으로 뇌물을 노리려고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직위를 이용, 압력을 행사하여 받은 뇌물로 인해 일부 공직자, 권력자들이나 정치인들 또는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것이 탄로 나는 바람에 구속되거나, 혹시 모를 일에 대해 밤잠이 편치 않은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노리는 것이 불법 부당하고 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릴 것을 노려야지 의롭지 못한 것을 노렸기 때문에 그걸 응징하려는 법망에 걸려들어 그렇게 모은 돈은 결국 홍로점설紅爐點雪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5>
따지고 보면 인생사 하나에서 열까지 어느 것 하나 노리지 않고는 이루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경우가 이 노림에서 얻어 진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그 노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노리는 과정이나 결과가 의롭지 못하거나, 불법부당하거나, 인륜에 어긋나거나, 공중도덕에 반하거나 하는 등의 결과로 얻은 것이라면 의당 우리 사회는 그것에 걸 맞는 대가를 치르도록 엄벌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누가 어느 걸 노리던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그것은 합목적이고 정당하지 않으면 사회규범에 어긋나는 일이다. 누가 무슨 목적인지도 모른 채 나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경제도 어려운데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겠는가?
화종구생禍從口生이라. 화는 입으로부터 생긴다는 말이다. 말 한 마디라도 남이 오해를 사거나 심기가 불편한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비밀을 지켜주지 못하고 발설하게 되면 나의 신망을 잃고 남도 자길 해하려고 노린다. 내가 사는 동안 남에게 툭 던진 말 한마디라도 듣는 상대에게는 원怨이 되어 나를 반격하기 위해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因이 옳아야 과果가 옳은 것이니 처음 원인이 되는 출발점인 내 입부터 조심해야 한다.
하늘을 보거나 굽어 엎드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남모르게 노린 죄일지라도 하늘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세상에 독불장군이 어디 있는가? 직․간접적으로 서로 도와주지 않으면 세상은 팍팍해 질 수밖에 없다. 생각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세상에서 이상형인 ‘범죄 없는 사회’는 우리 인간들이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숙제 같은 것이긴 해도 제도나 법,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도록 함께 고민하여야 할 사회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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