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찻길
석탄연기 숨 가쁘게 토하며
산모롱이 돌아오느라 지친 증기차蒸氣車는
쉬익! 푹! 땅 꺼지듯 긴 한숨 연신 내뱉더니
자욱한 새벽안개 밀어내고 괴물처럼 늘어 서있다.
전봇대와 제비가 함께 지나고
전선줄도 산과 들에 길게 금 그며 지나고
건널목의 간수看守와 강아지가 지나고
모든 것은 나를 두고 지나간다.
세월歲月도 지나갔다.
아버지, 어머니, 형님도 지나갔다.
아이들도 날개 달고 날아갔다.
내가 사랑하던 이들이 모두 지나갔다.
기차汽車는 그렇게 두 줄 철길 따라
또 누가 지나길 기다릴 것이고.
결국 나도 언젠가는 지나갈 이 길을
오늘은 내가 기차를 타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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