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통 치료제, 소통
“만약 불통으로 인해 생기는 먹통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 즉 말, 눈빛, 몸짓, 배려하는 마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생각 등을 동원하여 살아가는 동안 이른바 관계되는 사람끼리 네트워킹이 원활해야 한다. 그래서 소통은 불통을 개선시키고 먹통을 치료하는 약이 되어 만사형통萬事亨通이 되는 것이니 소통은 관계개선의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2012.01.17
그러나 작은 말뚝 하나에 묶여서 그 큰 덩치 값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어릴 적에 소를 몰고 다니며 소 풀 뜯기기를 하면서 성장했다. 어른들이 시키는 일이라 좀 귀찮은 일이긴 했어도 천변川邊에 나가면 나뿐이 아니고 또래들도 나와 같은 목적으로 소를 몰고 나와 소가 좋아하는 풀이 많이 있음직한 곳에 소를 풀어 놓고 제 마음대로 풀을 뜯어 먹도록 했다. 주변 남의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뜯어 먹는가? 어떤가, 다른 소들과 싸움을 하는가? 어떤가, 어디로 도망가는가? 어떤가를 감시監視하는 일이 나의 임무지만 또래들과 놀고 싶으면 고삐 끝에 쇠막대기나 나무로 깎아 만든 작은 말뚝을 박아 놓아 멀리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해야 마음 놓고 놀 수 있었다.
가끔 있었던 일이지만 서커스가 근처 읍내 어디 공터에 들어온다는 것은 어린 마음에 꼭 가봐야 하는 절실함이 있는 공연물 중의 하나였다. 어린 아이들에겐 거금巨金의 들어가는 문제라 쉽게 입장할 수는 없어도 단원들이 데리고 온 여러 가지 동물들, 특히 원숭이나 코끼리가 하얀 천막 밖에 매어 있는 걸 본다는 것은 대단한 흥밋거리였다. 어린 눈으로 볼 때는 정말 코끼리는 산처럼 크게 보였다. 그 높은 곳에서 자기 발끝까지 건드렁 거리며 매달려 있는 것이 모두 코라고 하니 이상하기도 했거니와 덩치에 비해 작은 눈으로 우릴 처다 보며 가끔 휘익- 하고 숨을 길게 내 쉴 때는 무섭기까지 했었다.
공연을 하기 전에 그 커다란 덩치의 코끼리가 조그만 말뚝에 발목이 묶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힘으로 말하자면 그깟 말뚝 하나쯤이 문제가 되겠는가?
그 코끼리는 어릴 때부터 고삐에 묶여 있으면서 먹이를 얻어먹고 살아왔기 때문에 작은 말뚝 하나에도 그걸 뽑아 도망치지 않고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은 말뚝에 매여 있으면 도망갈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정말 말뚝처럼 꽉 박혀있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잠재력潛在力을 한번 써보지도 않고 체념滯念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길들여 지지 않은 야생에서의 동물들이라면 말뚝보다 더한 것이라도 제 힘을 다 쓴다면 당해낼 것이 뭐 있을까마는 그 무엇에 길들여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 일인가를 알 수 있는 예이다.
고정관념固定觀念은 먹통과 같다. 꽉 막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갈 틈을 내 주지 않는다.
통관규천通管窺天하는 사고는 붓 대롱을 통하여 하늘을 엿보려 하기 때문에 그 안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인 줄 안다. 그런 생각이 고착되면 소견이 좁아지기 때문에 자기 밖에 모른다. 따라서 사고의 틀이 넓혀지거나 커질 수 없어서 자칫하다간 외골수가 되어 왕따를 당하거나 서로의 관계에서 소원疎遠해진다.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유명한 고사가 있다.
중국 노魯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는 한번 약속을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키고야 마는 아주 신의信義의 대명사 같은 사람이었다 한다. 이 사람이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애인을 기다리다 홍수가 나서 그만 물에 쓸려가 목숨까지 잃었는데, 이 사람이 신의를 지키는 충절로 인해 생겨난 말이 미생지신尾生之信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도 장자莊子는 도척편에서 “미생과 같은 자는 사소한 것에 끌려 귀한 목숨을 소중히 하는 자로 참다운 삶의 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자이니라.”라고 말하며 그의 어리석음을 책하였다 한다. 요즈음의 사고로 보면 융통성이 없어 고지식하다 못해 미련한 사람이라는 말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이다.
좀 숨통이 트인 사람이라고 하면 홍수가 날 땐 피해 있다가 다시 기다리든가 아니면 기다림을 포기했어야 하지만 융통성 없어 죽음과 바꾸는 재앙을 당했으니 연인을 기다릴 일도 그가 갖고 있는 신의도 모두 잃게 된 경우이다.
말뚝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말뚝은 한 집안의 가장이며 주권국의 대통령의 자리이다. 만약 임기 중인데도 레임덕 같은 현상으로 말뚝이 흔들린다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게 되면 그것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共同體는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있거나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불통으로 인해 신의를 잃게 되면 그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나 단체는 혼란해지기 쉽다.
요즘 소통疏通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 해가 없음이 사전적 의미다. 반대말은 경색梗塞이다. 우리말로 하면 불통이요, 그보다 더 강한 표현은 먹통이 된다. 말귀가 통하지 않는 멍청하고 답답한 사람을 일컫는다. 대통령이 전교조 위원장과 관련 단체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학생들의 폭력과 왕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의도는 중요한 소통의 기회가 될 것이지만, 근간에 학생들이 학교생활 과정에서 왕따를 당하여 자살을 하는 것, 산지 소 값이 폭락했지만 소비자들은 아직도 비싼 값을 치루고 사먹어야 하는 것 등 도처到處에서 소통 부재로 인한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겨나니 이런 말이 평범해야 하는 말인데도 마치 일상의 다반사茶飯事가 불통으로 인한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자 관계를 이어가는 소중한 생존방식이다. 소통은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쳐 새가 말을 따라한다고 가르친 사람과 완전하게 소통된다고 말할 수 없다. 단순히 연습한 대로 따라하는 언어의 전달일 뿐인 것이다.
인터넷 자료를 읽다보니,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보다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속 시원히 내 마음을 다 말하진 못했어도 그저 몇 마디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니 대화상대가 있다는 것은 분명히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말과 같다. 사람은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없으면 몸과 마음의 병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류학이나 이 분야의 의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이다. 아무리 혼자인 게 좋은 사람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고, 외로움을 오래 방치해두면 화병火病 같은 다른 질환들이 생겨나기 쉽다고 한다. 내용이 중요하지 않더라도 대화하면서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라니 소통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말뚝에 매인 코끼리처럼 ‘나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뿌리박혀 다른 생각조차 해 보지도 않고 포길 하는 것도 문제지만, 중심축인 말뚝이 흔들리는 것이 더 위험해 질 수 있다.
표현이 좀 무리인지 모르지만, 고삐에 매어 있는 무리들은 말뚝 그 하나로 인해 다수가 영향을 받게 되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관계되는 사람끼리 끝없는 소통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말뚝은 튼튼해야겠지만 융통성이 없어서는 소통하기 어렵고 그 말뚝에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은 그 하나와 소통하기 위하여 마음을 열고 끝없는 관심과 배려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해지 면 그만큼 국민간의 소통은 불통하는 쪽으로 기 울어진다. 정부가 국민과의 진솔한 소통을 통해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직성을 회복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레임덕 현상이라 그런지 대통령 측근들이 권력을 남용하여 비리를 저질러 대통령이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더니, 여야 정당들이 이합집산離合集散 내지는 집권 여당의 근간이 흔들리는 부당한 사건들이 속속 불거져 관계자가 구속되는 등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당내 의원들끼리도 과연 소통이 잘 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관들이 선거를 방해하는 짓거리를 하더니 급기야 전당대회 때 당대표 선거에서 돈 봉투가 오갔다는 모 의원의 폭로로 인해 여당인 한나라당은 벌집 쑤셔 논 분위기고 엉겁결에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맡은 박근혜 대표는 개혁과 혁신의 칼을 들고 장고長考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야권통합을 이루고 당대표로 한명숙 전 총리를 뽑아 그를 중심으로 한 체제정비 등 활동에 들어갔다.
요즘 여성들이 곳곳에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세상이라 그런지 통합진보당의 이영희, 심상정 공동 대표를 비롯해 여야 모두 여성들이 당 대표 직을 맡아 그야말로 여인천하가 됐으니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치판도는 이들에 의해 좌지우지左之右之 될 전망이니 아마도 헌정사상 유례없는 치맛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앞으로 집권당과 야당의 여성 정치지도자가 당동벌이黨同伐異하지 않고 태화위정太和爲政하는 자세로 당내를 쇄신하고 추슬러 국민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고정관념에 중독이 되어 있어 식상食傷한 남성 정치인들의 정치적 구태舊態를 바꿀 수 있는 기회도 되기 때문에 이들 여성대표들에게서 바라는 국민적 소통과 대화의 정치가 기대되는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요샛말로 하자면 소통과 같은 말이다. 만약 불통으로 인해 생기는 먹통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 즉 말, 눈빛, 몸짓, 배려하는 마음, 역지사지의 생각 등을 동원하여 살아가는 동안 이른바 관계되는 사람끼리 네트워킹이 원활해야 한다. 그래서 소통은 불통을 개선시키고 먹통을 치료하는 약이 되어 만사형통萬事亨通이 되는 것이니 소통은 관계개선關係改善의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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