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수필,시

◇ 붉은 색 십자가

이원아 2011. 12. 22. 10:08

◇ 붉은 색 십자가 

 

 

 

                         “일상생활에서도 전기를 절약해서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저 많은 수의 십자가 불빛만이라도 조명시간을 조절하게 된다면 남는 전기가 다른 곳에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교회를 중심으로 그렇게 솔선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다른 쪽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2011.12.21

 

 

 내가 30여 년 전에 부산의 사직동에서 살 때의 이야기다.

 매일 새벽운동을 하기위해 제법 높은 뒷산을 올라다녔었는데, 요즘 같이 밤 시간이 긴 동절기冬節期에는 새벽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한 밤중이라고 해야 맞을 정도로 캄캄해 더듬거리며 산길을 올라 다녔었다. 산에 올라 땀을 닦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그 시간대에 올라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도심에 사는 사람은 한 번쯤 밤 시간대에 부산의 용두산 공원 전망대展望臺나 외국인이 제일 많이 찾는다는 서울의 남산에 우뚝 서있는 남산탑 같이 높은 곳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라.  시가지 어디의 커다란 공장에서 기계가 돌아갈 때 생기는 소음騷音 같은 것만 들려오지 않는다면 자동차 불빛과 더불어 가로등이나 간판 등의 불빛이 장관壯觀을 이루고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 무슨 이야기 끝에 “우리 동네엔 웬 술집이 저렇게 많으냐?”며 무심코 지껄이듯 말했다. 내 상식으로는 보통 술집의 간판이 붉은 색이기 때문에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내 옆에서 운동을 함께 하고 있던 어떤 사람이 “ 사장이 잘 모르시는군요. 저것은 술집이 아니고 모두 교회의 십자가랍니다.”라고 했다.

  나는 의아스러웠다. 아무리 교회가 많기로서니 한 집 걸러 하나씩 서있는 것 같이 보이는 저 많은 붉은 불빛이 모두 교회임을 알리는 십자가라니 교회가 정말 저렇게 많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하늘과 더 가깝게 기도의 힘이 미치도록 높이 세워놓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게 보여서 그런지 그 시각까지 소등되지 않고 가시거리可視距離에 들어 온 첨탑尖塔의 붉은 색 십자가 불빛이 도대체 몇 개나 될까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세다가 금세 포기하고 말았다. 전부 교회의 불빛이 아니라 처도 대략 수 십 개를 넘는 데까지 세다가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그렇게 많이 있었던 교회가 지금은 얼마나 더 많이 늘어났을까? 전국의 교회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양적量的으로 봐서는 가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게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신도들이 저렇게 많은 교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으니 아마도 대한민국 기독교基督敎 신자들이 천국의 문으로 제일 많이 들어가 다행이라기보다는 일면의 거부감이 있는 것은 내가 비단 신도가 아니라서 일까?

  최근 일본을 관광하고 돌아온 어느 지인知人이 하던 말이 생각난다. 일행을 안내하던 가이드가 “지나가는 길에 교회를 다섯 개 이상 발견하면 후한 상을 준다기에 밖을 내다보며 열심히 찾아 봤지만 겨우 두개를 찾고 포기 했다”며 일본은 한국과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고 했다. 아마 가이드 그 사람은 한국은 교회가 많은 것이 일본과 대비되어 적은 것이 이상했던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는 일본 사람들이 믿는 종교가 따로 있기도 하겠지만 유난스레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종교가 한 쪽으로 쏠림현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교회의 교리敎理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린지 모르겠으나 남한테 알리지 않아도 자기가 사는 가까운 곳의 교회를 찾아 기도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옥상위에 첨탑을 높게 세워 마치 일반적인 상업 광고판廣告板처럼 표시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가는 점이다. 십자가의 색깔도 그렇다. 서양의 십자가는 대부분 흰색이라는 소릴 들었는데, 유독 우리나라의 십자가는 술집 네온사인 같이 붉은 빛으로 조명을 하고 있는 것도 성경의 가르침과 맞는 것인지 어떤지 또 의문이 간다.

  일상생활에서도 전기를 절약해서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저 많은 수의 십자가 불빛만이라도 조명시간을 조절하게 된다면 남는 전기가 다른 곳에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교회를 중심으로 그렇게 솔선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다른 쪽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북한의 표적사격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방지역 애기봉, 평화전망대, 통일전망대의 성탄 등탑燈塔이 세워지고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보름간 불을 밝히기로 했다가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점등을 유보한다고 전해진다. 성탄의 불빛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라는 순수한 의미라기보다는 정치, 군사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듯해서 성탄의 의미를 퇴색退色케 한다.

  이제 곧이어 성탄절聖誕節이 다가온다.

  여기저기서 X-MAS 캐럴 송이 들려오는 가운데 교회마다 성탄 트리를 요란하게 만들어 놓고 아기예수 탄생의 날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가 분주하게 준비되고 있다. 이런 행사들이 모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연말연시와 어우러져 더욱 전기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절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상가가 밀집된 시내 번화가繁華街를 지나다 보면 분위기를 살리려고 그러는지 몰라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휘황한 불빛이 불야성不夜城 같이 보여 절전 캠페인을 무색케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전기의 편리함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에만 분별分別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지난 9월 중순 경의 정전대란과 같은 제2의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이제 강추위가 몰려 올 것 같은 겨울철이다.

  날씨가 추어지면 난방 기구를 많이 쓰기 때문에 또 정전사태가 있을 것을 우려하여 관계당국에서는 철저한 대비를 위해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대형건물의 실내 난방온도를 규제하고 더불어 절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모두 정전의 피해를 당해 봤으므로 다시는 지난 늦여름의 정전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그렇게 되지 않도록 국민 된 의무로서도 절전을 실천해야 할 명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올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아서 그런지 각종 모임이 많은 잦은 계절이다. 그 잘하는 술, 한 잔 걸치고 교회 앞을 지나는 중에 옛날 사직동에 살면서 부질없는 생각으로 십자가를 세며 다른 사람들과 한국교회를 성토聲討했던 생각이 나는데, 애시 당초 천당 가기는 글렀다.

  까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십자가를 처다 보니 오늘따라 붉은 색 십자가는 일그러진 모습으로 보이는데, 나는 이것만이라도 조명을 안 했으면 하는 생각이고, 교회는 해야 한다는 주장이 극명克明하게 갈리는 것은 내가 신자가 아니라서 일까 한 잔 술에 취기가 올라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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