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의 두 얼굴
“옛날 이념과 사상의 갈등으로 인한 뼈저린 상처를 딛고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개최되는 국제행사인 만큼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뒤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발전된 모습을 여과 없이 모두 보여주는 한 편,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의 박람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가 보는 여수의 두 얼굴에 나타난 자화상自畵像인 것이다.” 2012.05.30
물이 고와 여수麗水라고 했다는데 바다를 함께하는 인근에 국내 최대의 국가석유화학단지가 있어서 그런지 물이 고와 이런 이름이 생겨났다고는 생각해 보지는 안했지만 하여튼 한자의 뜻만으로 보면 여수임이 틀림없는 곳이고, 역사적으로는 남해 통영 앞바다와 함께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 이 해역을 책임지고 누비며 왜적을 무찔렀던 곳이다.
엑스포 개장에 맞춰 최근 건설된 이순신대교(약 25Km)가 광양항을 가로 질러 우뚝 서서 위용을 자랑하며 이 지역의 명소로서 랜드 마크 역할까지 하고 있는데, 광양에서 여수를 가는 지름길이 새로 생겨났으니 지역 간의 교통문제만 보더라도 격세지감隔世之感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곳에 가면 400여 년 간 조선 수군의 본거지로 사용하던 전라좌수영의 본영으로 쓰던 진남관鎭南館(남쪽을 진압하여 나라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뜻의 목조건물. 국보 제304호) 건물이 있고, 거북선을 만들어 처음 출정出艇시킨 항구라 그런지 곳곳에 장군의 충혼忠魂이 서려 있는 역사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내가 광양항의 개발의 책임자로 근무하던 2002년 초 시절만 해도 그냥 어업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이 컸었고 섬 지방을 드나드는 연안여객선 터미널 정도의 교통의 요지였을 뿐인데, 여수와 광양을 하나의 해운행정권으로 묶어 컨테이너를 취급하는 국제항으로 크게 발전시키는 등 불과 몇 년 사이에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지난 5월 12일 개관한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것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여수는 순천과 더불어 여순반란사건의 주모지 이었다. 해방과 더불어 여수와 순천지방에서 당시 정부를 몰아내려는 좌익 성향의 시민들을 우익 세력들이 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이 지역 시민들을 학살하는 그야말로 전남 동남부지방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인 아픔을 안고 있는 곳이다.
1948년 10월 발생한 이 사건에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엄청난 인명피해가 있었던 사건이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음에도 아직까지 충분한 평가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사건을 빌미로 국가보안법이 생겨나서 오늘 날까지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족쇄처럼 묶여 오금을 펴지 못하면서 살아야만 했고, 얼마 안 있다가 민족의 비극인 6.25가 발발했으니 이 사건과 연관되는 국난의 전초 역할을 했던 사건으로 알고 있다.
보안법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하고 싶다.
지난 4.11총선을 치르고 난 후 좌파 종북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이들이 속해 있는 당내에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내홍內訌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이들의 거취를 놓고 장고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19대 국회가 30일 개원을 맞이하는 이상하고 우려할 만한 일들이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당동벌이黨同伐異라고 하지만 대통령까지도 북한당국의 문제보다도 국내의 종북세력이 더 큰 문제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이들과 이념을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는 가운데 일반 국민들은 이 세력들이 국회에 들어가 얼마나 은밀하게 활동하면서 국가기밀의 수집과 누설은 물론 이념논쟁을 벌임으로서 그로 인한 국가적 혼란이 생길까하는 염려가 벌써부터 앞서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사람들이 서슬 퍼런 국가보안법에 용인容認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요새 언론을 통해 보는 일들이 옛날 같았으면 빨갱이로 몰려 어림 반 푼어치도 없이 응징당할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툭 툭 불거지듯 독버섯처럼 자라나는데도 처벌되지 않고 있으니 보통사람들에겐 국가보안법 잣대의 기준을 잘 몰라 그저 국가안위를 걱정하는 충정심忠正心에 재를 뿌리는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한 것이다.
내가 여순반란사건을 역사적으로 설명하기 위함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여수가 그런 아픔을 딛고 우뚝 서서 88서울올림픽, 2002월드컵축구와 함께 세계의 경제박람회라고 하는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나라의 도시로 거듭났으니 참으로 날로 성장하는 국력과 더불어 세계박람회 역사를 다시 써야하는 정도의 도시로 급성장한 것에 대하여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해 맞이하는 것이다.
8월 12일까지 이어질 이 엑스포의 주제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으로 정한 이 대회의 경제적 기대효과로서 전국적으로 생산 12조 2,328억 원, 부가가치 5조 7,201억 원, 고용 7만 8,833명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해양산업 및 지역발전 효과로는 연안 해상교통 활성화 등을 통한 해운산업 발전, 위그선 등 첨단 해양교통수단 도입, 차세대 해양관광, 레저산업, 해양레포츠, 해양문화 등이 더욱 발전하게 되고, 해양자원 탐사, 해양오염제거 기술, 기후변화 예측 적응기술 등 미래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첨단 해양과학기술을 개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경제외적 기대효과로는 박람회에 전시된 제품과 기술 및 다양한 형태의 문화, 예술, 공연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을 홍보 할 수 있고, 세계박람회 개최 결과로 여수 지역이 풍부한 해양자원을 바탕으로 종합휴양관광지로 자리 잡고 남해안 일대는 새로운 동북아의 관광지로 부각될 것이라고 이 대회 기본계획에서는 밝히고 있다.
경제적 효과로만 보아서는 얼핏 상상이 안가는 천문학적 숫자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걸 보아도 이 대회를 치르는 대한민국이나 그 지역민들에게 흥분되게 하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여수는 온통 축제의 분위기이다. 서툰 예약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리고서도 관람을 제때 못하는 등의 운영상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관람객들이 외국인들과 뒤섞여 북적대며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엄마 아빠를 따라 나온 조무래기 아이들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이리 뛰고 저리 뛰놀면서 즐거워하고 있는 박람회장 입구만 보더라도 세계인은 물론 내국인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큰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인구가 고작 30만 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해안도시에서 세계적 규모의 큰 대회를 치르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박람회장 건물이야 새로 지으면 되겠지만 그에 따르는 교통, 숙박, 음식과 문화, 관광 등을 모두 끌어안고 대회를 치르기에는 역부족力不足이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관람 후일담인 것이다. 주최측에서는 내륙과 해양의 거점지역으로 박람회 주제를 구현하는데 유리한 지정학적地政學的 위치이고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오동도가 인접해 있어 자연경관이 수려秀麗, 조망권이 우수한 반면 교통은 박람회장 입구에 여수엑스포역과 여수 신항이 위치하고 여수공용버스터미널이 근거리에 있다고 입지여건을 설명하고 있지만, 글쎄요,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다시 말해 모든 점에서 인프라가 없는 지역의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이용객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편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현장에 가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우선 도로나 주차장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를 진입할 수 없는 점과 입장을 하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만드는 것부터 시정되어야 한다. 그곳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여수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시간을 최대한 아껴야하는 많은 수의 외지인이나 외국 사람들이 시간에 쫓겨 볼 것을 못보고 불만스런 생각을 갖고 돌아서게 한다는 것은 운영상의 치명적인 계획 미스인 것이다.
수용인원보다 많은 수를 관람케 함으로서 일찍 입장을 마감해 버리는 바람에 그냥 돌아서게 한다거나 인근의 다른 관광지에 들러 여수의 맛있는 남도음식을 즐겨 먹으며 관광할 시간을 입장하기 위해 뙤약볕에 줄서는 데 다 빼앗겨 버리는 상황이니 불만이 없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올림픽도 월드컵대회도 훌륭하게 치렀던 좋은 경험을 가지 있는 나라 중 몇 안 되는 나라인데도 대회의 운영이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이 대회를 지금까지 관람하고 난 대부의 사람들이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360°에서 관람이 가능한 아쿠아리움 같은 몇 몇 인기관 앞에서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현장의 소리를 들었는지 급기야 예약제를 폐지하고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제도로 바꿔 시행한다는 발표가 있어도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잘 참지 못하는 우리 민족의 속성 때문에 불만이 아주 가시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 박람회를 두 번 더 관람하도록 계획이 잡혀 있다. 주야를 나눠서 다시 보게 되면 이런 저런 불편이 많이 해소된 가운데 그야말로 세계인들이 보는 축제의 장에서 마음 편히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최측에서 기대하는 대로 이 박람회를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가 있었으면 다행한 일이지만, 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난 뒤에 그 많은 시설과 공간들을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지역 시민들의 지혜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세계적으로 처음 해안도시에서 치르는 큰 국제행사를 하는 동안 개최도시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감내하면서 모처럼 찾아오는 많은 수의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관광은 물론 안전한 먹거리와 교통 등 다양한 부분에서 편의를 제공함으로서 이들에게 물 좋고 인심 좋은 해양의 여수를 알리는 기회의 땅이 되도록 주인의식을 갖고 맞이해야 함은 물론이고 그러한 사실들에 대해 긍지를 갖고 자축自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옛날 이념과 사상의 갈등으로 인한 뼈저린 상처를 딛고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개최되는 국제행사인 만큼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뒤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발전된 모습을 여과 없이 모두 보여주는 한 편,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의 박람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가 보는 여수의 두 얼굴에 나타난 자화상自畵像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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