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수필,시

◇ 낚시 이야기-찰나를 낚는 기술.

이원아 2010. 12. 9. 11:00

◇ 낚시 이야기-찰나를 낚는 기술

 

 

 

                “여름철 강과 수로, 저수지 등에서 낚시를 하면서 동조동락同釣同樂하던 조우들을 겨울철 유료 터에서 또 만나 나란히 앉아 낚시를 하고, 이슥한 밤이면 관리실에 지핀 난로 곁에 닭볶음탕 안주삼아 소주 상 펴놓고 만단정화萬端情話하면서 마시는 소주잔에 추억을 쌓는 하룻밤이 있어 긴 긴 겨울밤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재미가 .....,2010.11.30

 

 

 

 

   <초겨울이라지만 햇볕이 따갑다..밀집모자쓴 사람이 본인..오른 쪽 조사들이 나의 친구..

                                                           한 수 올리며 좋아하고 있다> 

                                                                                                                                                                           

                                                                                   <철마 이곡지에서>

 

  날씨가 추워진다고 낚시꾼들이 낚실 멈추지 않는 이런 꾼들의 심리를 이용한 유료有料 낚시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내가 사는 부산 근교에도 유료로 운영하는 낚시터가 몇 군데 있어서 겨울 한 동안. 그러니까 로지露地낚시를 시작하는 2월 말 경까지는 짬 짬으로 이용하려 한다. 꾼들이 흔히 쓰는 말로 보통 대부분의 유료낚시터는 입어료入漁料를 내고 일정량의 낚은 고기를 가져가는 소위 ‘잡자탕’과 손맛만을 보고 낚인 고기는 되살려 주는 ‘손맛탕’이라는 이름으로 구분하여 운영하는데, 운영하는 업소에 따라 잡자탕이라도 낚은 수만큼 포인트제로 하든가 손맛탕이라도 꼭 시간제로 운영하는 등 차이가 있어서 꾼들이 선택하며 다니는 데, 나와 조우釣友들은 시간에 연하지 않고 잠까지 자더라도 입어료를 더 받지 않는 ‘손맛탕’에서 즐겨 낚실 한다.

  다행이 나와 우리 일행이 다니는 근교 유료 터는 물오리가 서식하는 약 2천 평 정도의 계곡형저수지에다 편의시설을 해 놓은 ‘손맛탕’ 전용 낚시터여서 여름 시즌에 마치 로지낚시터와 같은 분위기라서 즐겨 찾는다. 대부분 유료 터의 대상어종은 떡붕어, 잉붕어(잉어와 붕어의 교배종), 중국붕어(일명 짜장이라고도 함), 잉어, 향어 등 어종이 다양하며 루어낚시로 송어를 낚는 제법 큰 시설도 있다.

유료 터의 고기들은 로지서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물고기에 비해 평균 씨알이 월등히 크고 힘이 좋아 꾼들을 유혹하기 때문에 겨울 한 철 로지에 못 나가 근질거리는 손맛 해소를 위해 여기에 짬 짬으로 모여들어 시간을 낚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로지에서는 봉돌을 바닥에 가라앉혀 놓고 찌의 움직임으로 낚실 하는 정통기법인 ‘올림낚시’가 아니라 채비와 기법이 완전히 다른 유료낚시터에서는 찌의 浮力을 이용해 정교한 찌맞춤을 해 놓고 입질을 하면 찌가 순간적으로 내려갈 때 채는 ‘내림낚시’ 기법으로 고기와의 힘겨루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잘 모르고 낚실 하면 하루 종일 남들이 고기 낚아 올리는 얼굴만 처다 보고 옆에서 상대적 빈곤에 시달려야 한다.

  채비도 완전히 다르다. 빠른 입질에 쉽게 챔 질이 용이하고 걸린 물고기를 쉽게 제압制壓하기 위해 우선 낚싯대가 로지와 다르게 가볍고 경질硬質로 되어 있다. 또 가능한 미늘 없는 작은 바늘과 굵기가 가는 원줄을 쓰고 머리카락 같은 목줄은 로지 물 낚시와 확연이 다르게 길게 매서 사용한다.

이런 채비를 갖추었다 해도 예민한 찌맞춤, 챔 질 요령과 타이밍이 로지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기술적 이론과 현장경험으로 세심하게 익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기법의 낚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유료 터의 고기들은 적은 면적에 많은 개체수가 몰려 있어서 쉽게 낚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이다. 나도 처음 다닐 때는 그러했었다. 유료 터의 물고기들에게는 풍요 속에 위험을 무릅쓰고 먹이를 취하는 것이 모험일 수 있다. 많은 꾼들이 투여하는 집어제集魚劑 같은 미끼를 자주 투여하기 때문에 로지 어느 곳보다도 미끼가 풍부하게 물속으로 떨어져 쌓여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먹이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점은 있지만, 꾼이 던진다고 무심코 먹었다간 바늘에 여지없이 걸려들어 공포에 시달리며 밖으로 끌려 나와야 하는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 따를지 몰라도 유료 터의 물고기들은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가면서 적응해 살고 있는 것 같다.

  모든 물고기들이 갇혀진 수역水域 범위 내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가 얼마나 여러 번 낚시 바늘에 꿰여 봤겠는가? 그저 조심 또 조심하면서 먹일 취하려 하기 때문에 겨우 찌 반 마디 정도 깜박하는 아주 예민한 입질을 한다. 그런데다가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좀처럼 입질을 잘하지 않아 꾼들을 조바심 나게 하는데, 꾼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動員하여 낚실 하며 찌에 전달되는 그 어떤 조짐도 놓치지 않으려고 온 시선을 집중하여 몰두한다.

  이때 어떤 이상한 징후가 찌에 나타나 순간적으로 포착되면 꾼들은 긴장하며 단 한 번 움직이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챔 질을 하게 된다.  즉 유료 터에 앉아 낚실 하는 꾼들은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다가 고기가 입질을 하면 찌가 스물 거리며 올라오는 때에 맞춰 느긋하게 챔 질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낚싯대를 항상 손으로 잡고 있다가 그야말로 눈 깜짝하는 사이에 찌가 깜박 잠기는 순간 채는 찰나를 낚는 것이 로지 낚시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다시 말해 로지낚시가 자연과 더불어 하는 ‘여유와 기다림의 낚시’이라면 유료 터의 낚시는 극도로 조심하며 예민해진 물고기를 낚는 ‘순간포착의 짜릿함을 맛보는 낚시’라고 말할 수 있다.

한 마디의 찌가 깜빡하고 눈 깜짝하는 사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 순간을 보다 쉽게 감지하기 위하여 시인성視認性이 좋고, 부력이 가벼운 찌를 선호하며 가볍고 가는 원줄과 목줄, 작은 바늘을 채비로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붕어가 먹이를 취하려 훅 들어 마셔 미끼가 빨려 들어갈 때 가능한 입 안에 이물감異物感이 없도록 해야 하는 채비가 입질 빈도가 높다. 또 다양한 떡밥 류의 미끼가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는데 비록 낚았다 손맛만 보고 놓아 주는 낚시라 해도 그만큼 갇혀진 물고기의 입질이 까다롭기 때문에 로지보다도 미끼의 단단함을 조정해가면서 더 열심히 다양한 크기의 미끼를 달아 부지런히 품질을 해야만 다른 사람들보다 그 손맛 면에서 재미를 보게 된다.

  유료 터나 하우스 형 낚시용 장비가 매우 고가高價인 채 다양한 채비로 발전되어 있고 이런 채비로 찰나를 낚는 기법을 익힌 조사들에게 아무리 예민하게 입질해 오는 붕어들이라도 먹어야 산다는 절대 절명의 명제 때문에 언젠가 한 번은 꼭 낚시 바늘을 삼킬 것이고 조사는 그런 찰나의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겨울 한 철 이런 류의 낚시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이런 업이 성업 중이다.

고기가 여름처럼 활성 있게 입질을 잘하지 않는 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날씨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로지에서 할 수 없는 또 다른 기법으로 낚시할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시즌 붕어낚시가 시작 될 때까지 긴 철을 무료하지 않게 보내며 손맛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 유료 낚시터이다.

  다들 찌의 움직임을 포착하려고 긴장하며 응시하고 있는 때 옆의 누군가 힘이 장사인 붕어를 끌어내는 물장구 소리가 들리면 다른 조사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고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져 끌어내는 조사釣士의 의기양양한 승자의 거만스런 태도도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인다.

  유료 낚시터에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낚시에 걸려 든 대상어對象魚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며 다룬다. 조심조심 가능한 빨리 바늘을 빼 놓아주어서 상처 없이 다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에 미늘이 없는 바늘을 써야 하고, 반드시 뜰채로 고기를 담아 끌어내서 고기가 더 이상 탈진되지 않도록 다뤄야 매너 있는 조사가 된다는 불문율不文律이 있다.

 

  찬바람 불고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 시즌에 남들이 보기엔 물가에 청승맞게 빙 둘러 앉아있는 것이 부질없는 짓거리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손끝에 감지되는 손맛으로 순간을 낚았다는 조락釣樂의 쾌감이 클라이맥스에 달하는 이 맛을 다른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끌려오는 대상어의 크기에 따라 힘에 비례한 손맛이 달라 낚싯대를 붙잡고 흥분을 감추지 못해 부르르 떨고 싶은 것이 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지만, 나는 기실 장비도 열악한데다가 이런 고도의 기술과 채비를 요하는 내림낚시를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굳이 이율 대라면, 수심을 측정하여 채비를 준비하는 일도 번거롭고, 여유 있는 챔 질을 하는 게 아니고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집중력과 챔 질 동작이 굼떠 붕어와의 대결에서 패하는 경우가 많아 함께하는 이 분야의 조력釣歷 깊은 친구 C, K와의 조과釣果를 따져보면 늘 부족한 때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 빈곤이 나를 조바심 나게 만든다. 그러나 여름철 강과 수로, 저수지 등에서 물 낚시를 하면서 동조동락同釣同樂하던 조우들을 겨울철 유료 터에서 또 만나 나란히 앉아 낚시를 하고, 이슥한 밤이 되면 관리실에 장작불 지핀 난로 곁에 닭볶음탕으로 안주 상 펴놓고 만단정화萬端情話하면서 마시는 소주잔에 추억을 쌓는 하룻밤이 있어 긴 긴 겨울밤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재미가 그야말로 쏠쏠하여 조우들과 어울린다.

  나는 낚시질을 취미로 하기 때문에 나의 낚시 이야기를 자주 카페에 올리는데, “형진이 너는 죽으면 붕어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뜯어 먹으면 어쩌려고 그리 낚시를 좋아하냐?”면서 못마땅해 하는 어느 친구의 댓글도 있었지만, 물론 목적이 무얼 낚는 것이 낚시질이라지만 레포츠로서 그와 더불어 하는 또 다른 의미의 낚시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로 이해했었다.

  채근담에서도 이런 점에서 한 말이 있다.

  “조수일사야釣水逸事也지만 상지생살지병尙持生殺之柄이라”고. 낚시가 평상의 어떤 일보다도 재미있긴 하지만 생살여탈生殺與奪을 마음대로 하는 점도 있다고 했듯이 꾼들의 낚시 재미와 물고기의 생사가 서로 상충됨이 있음을 인정한 말로도 이해 할 수 있다.

  그렇긴 해도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겠지만, 고길 잡아 먹고살기 위한 어부漁夫가 아니라 레저스포츠로서의 조락釣樂 인구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지 물고기의 삶에 반하여 고기를 낚으려는 꾼들의 꾀가 극에 달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기대에 충족하려는 낚시의 기술과 채비들은 계속 발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우釣友들을 열심히 따라다니며 이 낚실 익히고 있는 요즈음 낚시할 때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지청굴 가끔 듣기도 하지만 그들의 도움으로 이 번 겨울 지나고 내년 시즌 때쯤은 나도 내림낚시 도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조구釣具들을 손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