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다면, 입질이 뜸한 시간대 어른으로서 자연스럽게 살아 온 인생이야기도 전해 주면서 만단정화萬端情話하는 낚시터는 젊은 꾼들과 나누는 하나의 정다운 교감交感의 장소가 되기도 하는 곳이다. 이렇게 되면 내가 나이 든 영감낚시꾼이라고 소외 시 하기보다는 많은 인생 추억을 가진 한 노인 꾼으로 받아드려 여유롭게 낚실 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2013.06.20
<중층낚시는 쉽게 삼매경에 빠져드는 매력이.........>
누구든지 태어난 시점은 공통적으로 하나씩 가지고 있지 두 번 태어난 사람은 없다. 이후부터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꼬박 꼬박 해를 거듭하면서 나이가 들어가고 걸맞게 숫자로 표시한 제 나이를 갖고 산다. 그러니까,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이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으니 누구든지 나이를 먹는 것에 비켜갈 수 없는 노릇이다.
100세 시대가 아직은 실감나지 않지만, 하여튼 웬만한 명사名士라면 ‘평균 나이 어쩌고 하면서 곧, 아니 틀림없이 100세 장수시대가 온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두고 이야길 전개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도 이제 공식적으로 노인이 되어 지공파-지하철 공짜 파-가 되었지만, 아직은 한국의 평균수명인 81세에 한참 못 미치는 나이다. 그래도 이제 누가 날 보고 노인이라 말해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늙음을 인정하고 사는 것이다.
부모님이 90세 가까이 사시다 돌아가셨으니 이태까지 큰 탈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고,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것이라고 짐작해보면, 아마 필자도 100세 시대에 살아남는 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상상은 무모한 욕심일까?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따라서 신체적인 퇴화退化가 시작된다. 어떤 사람은 치아로부터, 어떤 사람은 시력이나 청력으로부터, 또 어떤 사람은 보통 사람들보다 일찍 머리카락이 흰색이 된다거나, 다리의 관절이 나빠 거동에 불편을 갖고 사는 등 등.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 신체의 곳곳에서 노화현상이 일어나고 결국 신체기능이나 정신건강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늙은이 한 사람으로 인해서 고통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지금으로 봐선 평균 나이까지만 살아도 장수했다고 말할 수 있어서 내 인생의 종착역終着驛일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까지 건강하게 살아왔다면 누구나 평균나일 훨씬 넘게 산다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이다.
내가 ‘신 고려장시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오래 살려고 망령부리는 짓 같은 걸 하지 말아야 미덕인 시대가 도래 한다고 주장했었지만, 오래 산다는 일이 축복받을 일만이 아닐지라도 죽고 사는 것이 어찌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인가?
언제부턴가 중장년층들에서 9988234-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 삼일 앓다 죽는다.-의 이야기가 유행어가 된지 오래 된 듯하다. 누가 지어냈는지 잘 모르겠으나 이 숫자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인간들의 끝없는 욕심에서 생겨난 말이긴 해도 치병治病을 잘 해가면서 동물처럼 과욕하지 않고 산다면 그것이 자연적인 늙음이 되어 가능한 일이 될 수 있을 런지 모르는 일이다. 와우! 그때까지!
‘개 눈에는 거시기만 보인다.’고 필자가 늙은이라 그런지 주변 사람들이 다 내보다 젊게 보이고, 나이 든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옛날 같으면 고려장 깜이었을 노인들이 지하철 만남의 장소 같은 곳에 우르르 떼 지어 흐릿한 눈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되는 데, 이때마다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제 발로 걸어 다니고 활동하고 살다가 짧은 기간 앓다 세상을 버리는 늙음이 있는가하면, 말년을 병원신세 지고 있다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비참한 고령자들은 질긴 생명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나이 듦이 있을 것이다.
같은 동물이지만, 세상의 그 어떤 동물들도 인간들처럼 죽음을 생각하며 살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하등동물들은 그냥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려고 먹고 자고 번식하다가 어느 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인 것이다. 동물들과 같이 죽을 때까지 끝까지 살려고 하는 마음만 있으면 노화와 관계없이 오래 살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세상 문명의 발달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대로 발전 되어 오늘에 이르렀고, 자신의 삶도 노화를 생각하지 말고 사는 것이 가장 자연적인 늙음, 즉 노화의 과정이기 때문에 나일 잊어버리고 살아야 오래 산다고 한다.
필자가 자주 다니는 근교 유료 중층낚시터에서는 필자가 나이로 치면 몇 번째 안가는 고령의 반열에 들어가니 날 보고 젊은 꾼들은 “어르신, 어르신!”하면서 부르기도 하고 주방 아주머니는 아예 “충청도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낚시터에 앉아 젊은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길 하는 가운데, “어르신 나이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티고 앉아 고도의 집중력集中力을 가져야 하는 중층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드물다.”고 하면서 나의 체력이나 끈기를 부러워하며 곱게 봐주는 때는 한 마디 응수 안할 수가 없었다.
“젊은이들의 나이가 내만큼 들었을 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봐요. 타산지석이 될 터이니. 나는 평생 열심지취悅心之趣의 하나인 낚시를 취미로 하면서 이때까지 살아 왔기 때문에 체력이 닿는 한 이 낚실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여생을 보내려 해요. 꼭 이유를 묻는다면 일단 재미있으니까요. 내가 낚실 해서가 아니라 재미있기로 치면 이만큼 짜릿하게 흥분하며 즐기는 취미가 드물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학창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지금도 몇 년째 주 4내지 5회 이상을 걷거나 뛰며 새벽운동을 하고 있어서 체력 면에서는 아직은 괜찮으니 가능한 이런 취미활동을 통해 내가 늙어 간다는 걸 잊으며 살려고 한다.”는 말에 가서는 모두 수긍이 가는 모양이었다.
이런 경우 아니면 젊은 사람 누가 나와 호흡하면서 취미생활을 함께 즐길 것인가? 이래서 취미생활은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의 늙음과 나이 듦을 어느 정도는 방해해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노화는 없다고 생각하라. 단지 그걸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생각하기 싫으면 나일 잊고 살아라.
조수일사야釣水逸事也라, 낚시질을 하는 것은 일상의 일을 잊을 정도로 즐거운 일이라고 하지만, 한 곳에 집중해야 하고 끊임없이 물속의 고기를 탐색하느라 긴장을 늦추지 않는 등으로 인해 눈의 피로와 무릎이나 허리부분에 특히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힘들다면 힘든 것이 이 낚시질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같은 취미로 낚실 즐기려는 젊은 사람들과 중층낚시질에 관하여 묻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나의 중층낚시 조술釣術이 날로 숙달되어 가는 것처럼,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 같은 관심사에 대하여 갑론을박하다보면 어느 새 내가 젊은 사람들의 틈새에서 나일 잊고 그걸 심취하게 되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입질이 뜸한 시간대 기회가 다면, 어른으로서 자연스럽게 내가 살아 온 인생이야기도 전해 주면서 만단정화萬端情話하는 낚시터는 젊은 꾼들과 나누는 하나의 정다운 교감交感의 장소가 되기도 하는 곳이다. 이렇게 되면 내가 나이 든 영감낚시꾼이라고 소외 시 하기보다는 많은 인생 추억을 가진 한 노인 꾼으로 받아드려 여유롭게 낚실 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자신들의 미래를 미리 앞당겨다 보는 것처럼.
Henry S. Lodgy 박사(교수, 내과의사)는 자신의 저서 ‘Younger Next Year(내년을 더 젊게)'에서 “생물학적으로는 나이가 들면 성장이나 퇴화는 있을지 몰라도 은퇴나 노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여러 가지 노화에 대한 대비한 방법 등을 말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뇌를 속여 생체의 퇴화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라는 것’이 요점이다.
마음이 파삭 늙어서 그런지 주변에서 나이보다 상노인처럼 굼뜨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한 생각이 든다. 자신이 늙었다고 움츠러들면 다른 사람도 그를 깔끔한 생각으로 대해 주지 않으려 한다.
늙음을 내세워 대접만 받으려 하지 말고 조금 어색하더라도 용기를 내어 나의 의견을 제시하고 젊은 사람들과 함께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거니 하다가 꼭 뒤에 가서 나이 많은 탓을 내걸고 잔소릴 하려 드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이런 사람은 남들과 소통할 수는 기회가 적다. 그냥 잔소리 잘하는 노인으로 보기 십상이다.
탯줄을 통해 생명을 나눠 준 어머니는 아이가 돌잔치 상에 실타래를 올려놓고 그가 그것을 집기를 바란다고 한다. 실타래처럼 술술 잘 풀려 건강하게 한 세상 살아주길 바라는 어머니의 간절함이 들어있는 것이다. 어느 돌잔치에 갔더니 만 원짜리 돈을 덥석 집으니까 “우리 딸이 나중에 부자 될 란가 보네.”라며 엄마가 즐거워하는 걸 보았는데, 그런 걸 보면 옛날 어머니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소박한 꿈을 바랐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세상 살다보니 실타래 끝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아무도 모른 채 여생餘生을 살려고 하는데, 이제 노인이 됐으니 돌날 어머니의 바람과 같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를 내려다보아야 한다. 지난 세월 잘 나가던 한 때는 이제 다 소용이 없는 일이다. 지금의 건강한 내가 중요한 것이다. 아니 내 삶의 끝을 맺는다는 의미에서도 앞으로 여생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낚시를 하는 동안만큼은 내 나이는 물론 세상 모든 일을 모두 잊는다. 아니 잊을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오로지 조수삼매釣水三昧에 빠져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바늘 끝에 앙탈 대며 끌려나오는 그 손맛으로 인해 세상 시름은 물론 도심의 찌든 때 같은 것은 말끔히 사라진다.
나처럼 어려서부터 즐겨왔던 낚시를 배우기가 힘들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취미생활이나 모임을 통해 동호인同好人들과 활동의 폭을 넓혀가며 참여하는 일도 고려해 보자. 뒤풀이나 식전행사에서도 자신이 할 일이 생기고 내 한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은 것이다.
다른 곳에서의 여가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많이 있다. 기본적으로 요즘 자치센터에 가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취미생활이나 여가를 돕는 프로그램이 많아 조금만 부지런을 떤다면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그러나 그것이 너무 단조롭다 생각하는 사람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자격증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컴퓨터를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는 실력자라면 워드프로세스나 컴퓨터 활용능력시험에 도전하던가, 한자나 한문에 뜻이 있다면 한문 전문 지도교사자격증에, 동화 구연을 하고 싶다면 그 자격시험에, 산을 좋아한다면 숲 해설가까지, 손재주가 좋다면 종이접기 지도사에, 풍수와 명리학 등에 관심이 있다면 풍수지리사 자격시험에, 또는 반려동물 관리사에 응시 하는 등 은퇴 후 봉사나 취미활동에 도전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활동을 넓혀가면서 생활하니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믿어 의심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무료한 시간을 때우려 시작했다가 전문분야로 폭을 넓혀가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멋진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이런 분들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가? 자행자지自行自止라, 나이 먹어 늙어가니 세상사는 모든 일이 내가 하고프면 하고 하기 싫으면 그만두는, 즉 남의 간섭 없이 자기 결정에 따라 부담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고 행복한 것이다. 이런 감정은 젊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나이 먹어 늙는다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다.
그러나 늙었어도 늙었다고 생각하지 말자.
전분세락轉糞世樂이라,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 세상이 즐겁다고 했다. 오래 살려고만 하지 말고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낙화落花도 꽃이라고 했다. 늙음과 젊음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 사는 사회가 가장 바람직한 사회라고 한다. 늙었다고 움치려 들지 말고, 할 짓 다하면서 재미나게 살도록 힘쓰자.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것처럼 인생도 때가 되면 자기 인생의 끝을 아름다운 열매가 열리도록 살다가 가야한다. 꼭 내 이름 석 자 안 남기면 어떤가?
오래 살려고 혈안이 되어 운동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혐오식품을 즐겨 먹는다던지 하는 것은 가장 나쁜 편식행위이다.면역력을 높인다고 그것만 찾아 먹는 등 무엇이 좋다고 하면 이상한 짓거리 같은 걸 하지 말고 소박하게 평소 하는 짓 하던 대로 살면서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려야 장수한다.
9988234라는 이 말을 ‘아흔 아홉까지 팔팔한 2,30대 청년들처럼 살자’로 바꿔 죽는 그날까지 여생지락餘生之樂하는 삶을 위해 어딘가를 찾아 마음을 정해 두고 즐겨가며 보람 있는 여생을 살다가 한 줌의 흙으로, 거름으로 그냥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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